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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안 될 산골에, 돈 안되는 책방…그래도 사람 몰리는 이유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 중앙일보 독자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여러분의 ‘인생 사진’을 찍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인연에 담긴 사연을 보내 주세요.


가족, 친구, 동료, 연인 등에 얽힌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아울러 지인을 추천해도 좋습니다.


추천한 지인에게 ‘인생 사진’이 남다른 선물이 될 겁니다.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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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원도 영월에 사는 윤보용입니다.


서울에서 30여년을 바쁘게 살다가


2년 전 귀촌해서 느리게 살고 있습니다.


저의 인생 2막은


원주 터득골 북샵 나무선 대표를 만나면서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았습니다.


첫 인연의 시작은 산속 책방 앞


텃밭 분양 신청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뭣 모르고 신청했는데


서울에서 130km이며


차로 2시간 달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그 바람에 텃밭 분양을 취소하려고


터득골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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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처음 만난 나무선 대표의 인품과


터득골 북샵 아래에 펼쳐진


복숭아꽃 잔치에 반해버렸습니다.


취소하겠다는 마음을 고쳐먹고


원거리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죠.


그렇게 인연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의 바쁜 삶에 지치고 힘들 때


터득골 북샵의 Book stay에서 쉬어가기도 하고


좋은 책에서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기쁨은


큰 형님 같은 나무선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어


편안한 마음을 되찾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생 2막은


시골에서 작은 책방을 열고


소박하고 느리게 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지요.


나무선 대표는 원래 출판인으로


황대권 선생의『야생초 편지』를


세상에 나오게 한 분이기도 합니다.


30년 전 서울에서 원주로 중심을 옮겼고,


2016년 아름다운 산속 책방을 오픈했죠.


책방 뒷산에 야외 음악당을 만들어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열면서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지역에 확산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인 효담님의 동화책『오냐나무』를 모티브로


두려움과 무서움을 떨치고


소원 열매를 그려보는 인생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에


터득골 북샵 나무선 대표를 만나서


제 삶의 새길을 열었기에


인생 사진에 나무선 대표를 추천합니다.


윤보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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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주 IC에서 터득골 북샵까지


거리가 10km였습니다.


그 길에 무엇이라도 파는 가게라곤


농원뿐이었습니다.


그만큼 인적 드문 오지였습니다.


더구나 터득골 북샵은


일부러 마음 내지 않고는


찾아가기 쉽지 않은 산비탈에 터 잡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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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 만난 나무선 대표는 묻기도 전에


북샵을 만들게 된 이야기보따리부터 풀어놓았습니다.


A : “여기서 살림은 20여 년 전부터 했고, 북샵은 딱 5년 반 전에 시작했어요.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는 보면 서점이 사양 산업이고, 목도 안 좋죠. 여기서 사람이 뭘 해도 될 곳이 아니잖아요. 오면서 보셨겠지만 면에서 여기까지 가게가 하나도 없잖아요. 이러니 다들 ‘여기가 뭐가 되려나’ 또‘이걸 얼마나 하려나’ 하며 부정적으로 얘기들 했죠. 저희도 ‘이게 뭐가 되려나’ 할 정도였으니까요.”


나무선 대표의 이야기로 보자면


뭘 해도 안 될 터에


더욱이 사양산업인 북샵을 연 겁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이 찾아 들고 있었습니다.


나무선 대표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사람들이 그득 찰 정도였죠.


사실 이 터득골 북샵 영향을 받은


윤보용 대표도 이처럼 책방을 내는 게


꿈이라고 했던 터입니다.


꽤 큰 사업을 하던 그가


다른 이에게 사업을 맡기고


강원도 영월에 터 잡고 사는 이유도


터득골 북샵에서 비롯된 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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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가 들려준 계기와 과정은 이러합니다.


A : “뭣 모르고 여기 텃밭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너무 먼 거리 임을 나중에 안 겁니다. 그냥 전화로 취소하기 미안했기에 여기로 찾아왔죠. 그런데 여기 와서 반한 겁니다. 자연, 책, 음식은 물론 나무선 대표에게도요. 여기 대표님과 이야기하며 점차 저는 변했고 어느덧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제 삶의 분기점은 나무선 대표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바뀝니다.”


뭘 해도 안 될 것 같다던 여기에서


윤 대표는 새 삶의 길을 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윤 대표의 이야기를 빌자면


여기선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새 삶의 에너지까지 얹혀 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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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얹혀주는 삶의 에너지는


북삽 뒤 소나무 숲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숲으로 난 길을 그들은 ‘오냐로드’로 불렀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그 이정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제게 들려주는


나무선 대표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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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제 아내인 이효담 작가가 쓴 그림책 이름이 『오냐나무』입니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법 나무인 ‘오냐나무’를 통해 마음의 원리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책의 개념이 터득골의 정신이 된 겁니다. 서점 하나가 서점 하나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한 라이프 스타일로 전개가 되게끔하는 하는 게 터득골 북샵의 꿈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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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냐로드’를 통해 누구나


‘현실은 각자의 마음과 생각이 창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길을 오르자마자


소나무 숲속에 ‘솔빛극장’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터득골에서 나온 돌로 만든 야외 공연장입니다.


이어진 길로 가니 ‘오냐의 집’이 나타났습니다.


나무선 대표에게 질문했습니다.


Q : “여기서 소원을 비나요?”


A : “소원은 비는 게 아닙니다. 소원은 알리고 선언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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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 답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비는 게 아니라 알리고 선언해야


삶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


이게 터득골의 정신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터득골이라는 지명 또한


나무선 대표에게는 운명이라고 했습니다.


A : “여기가 흥업면 대안리 터득골입니다. 흥업, 대안, 터득이 원래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운명이 아니래야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여기서 터 잡은 건


하루아침의 생각이 아니라


오랜 준비 기간이 있었습니다.


A : “『야생초 편지』도 여기 원주에서 기획했습니다. 그 책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죠. 당시 어떤 대안 운동 바람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외국의 선배들은 어떻게 시골 생활을 하는지 보러 다니며 현장 체험을 했죠. 이른바 공동체 마을 순례를 한 겁니다. 앞으로는 이쪽 흐름, 즉 ‘마을 살이’로 흐름이 바뀔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 직관으로 시작했는데 ‘코비드 19’ 시대인 지금으로 보면 딱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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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십사


나무선 대표에게 청했습니다.


A : “한 자리에서 온 우주를 작업하는 완성된 존재인 나무와 ZEN의 선 두 가지를 합쳐서 ‘나무선’으로 한 겁니다. 그런데 저를 나 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게 사람들이 그걸 묻게 하고 또 저는 그걸 설명하는 게 좋습니다. 저만 정확하게 그런 삶을 산다면 ‘나는 누구인가’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청소년기를 굉장히 힘들게 보냈어요. 열심히 살려고 노력도 많이 했죠. 그런 환경들을 내 식대로 한번 바꿔보려고 애를 쓰다가 명상을 만났어요. 요가에 트랙이 있어요. 이미 굵어져 고정된 트랙을 바꿀 수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트랙은 내버려 두고 새 트랙을 시작하라는 게 있어요. 이미 종교에서 그 기법을 다 사용했더라고요. 법명을 짓는다든가 또는 세례명을 짓는다든가 이런 거죠. 그래서 저도 새 이름을 제가 스스로에게 만들어 준 거죠.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호적 명을 본명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거든요. 호적 명은 국가 안에서의 정체성이지만, 그 정체성을 우리가 본명이라고 얘기하는 거는 정확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지구인적인 차원이나 어떤 의식 차원에서 본명, 그 관점에서 나는 살고 싶은 삶을 ‘나무선’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결국 그는 ‘나무선’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삶을 선언하고 그렇게 사는 겁니다,


뭘 해도 안 될 것 같았다던 터에서….


인터뷰 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살폈습니다.


누구는 책을 읽고,


누구는 밥을 먹고,


누구는 차를 마시고,


누구는 이야기를 나누고,


누구는 숲을 거닙니다.


뭘 해도 안 될 것 같던 터를 찾은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미소를 머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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