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지지율 21%P 빠졌는데, 한국당 1%P도 안 뛴 까닭
“수구 보수 버려야” “보수 강화” 내분
차기 주자도 없어 표심 안 돌아와
진보는 정의당, 중도는 무당층 이동
김병준, 민생 내걸고 중도 공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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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 지지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11%였다. 3주째 같은 수치다.
한국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빠지는데도 반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두 달은 야당에 부활의 기회였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논란을 비롯해 경제성장 전망치 하락, 실업률 상승 등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여기에 남북관계도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북풍 효과’가 소진됐고, 북한산 석탄 밀반입 파동까지 터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월 둘째 주 79%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해 8월 둘째 주엔 58%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당의 지지율은 6월 둘째 주 14%를 기록한 이래 정국의 흐름과 관계없이 줄곧 10~11%를 왔다갔다할 뿐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 셈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면 제1 야당 지지율이 오른다’는 상식과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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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내에 유력 차기 주자가 없다는 점도 당 지지율을 올리는 데 악재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과거 한국당에선 김대중 정부 당시 이회창, 노무현 정부 때는 박근혜라는 유력 주자가 지지율의 구심점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한국당이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어느 쪽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진로 수정’에 무게를 두겠지만 친박계 성향의 일부 의원들은 ‘보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수구·냉전적 보수를 다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그에 대해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스스로 적폐임을 인정하는 자해행위”라며 반발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추진한 ‘친박 청산’도 당내 저항에 부닥쳐 서청원 의원 등 일부의 자진탈당 정도에 그쳤다.
한 당직자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변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며 “수도권 여론과 TK(대구·경북) 여론의 온도 차가 커서 ‘어느 쪽이 맞다’고 명분을 잡고 밀어붙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김병준 비대위는 중도층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발표한 당직 인선에서 김용태(서울 양천을) 사무총장, 홍철호(경기 김포을) 비서실장, 김선동(서울 도봉을) 여의도연구원장,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조직부총장 등 40~50대 수도권 의원들을 전진배치한 건 그런 목표에서다. 또한 당의 이념가치에서 우선순위를 ‘반공’에서 ‘민생경제’로 확실하게 이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용태 총장은 “반공은 보수를 지키는 수단일 뿐이데 마치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로 비친 건 명백한 과오”라며 “공공부문의 축소, 규제혁파 사회안전망 재구축 등을 내건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추진해 민심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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