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걷던 환자가 뛴다, 현실로 다가온 ‘아이언맨 수트’
기업들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경쟁
엔젤로보틱스, 백팩처럼 착용
뇌졸중·척수손상 환자 재활 도와
삼성전자 보행 돕는 로봇 ‘젬스힙’
한국 첫 안전성 국제표준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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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SF) 영화 속 ‘아이언맨 수트’가 현실이 될까. 기력이 없는 노인이나 환자가 입기만 해도 펄펄 뛰어다닐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 대학 연구소와 스타트업은 물론 삼성·LG·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까지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봇 재활치료실은 지난달 말 ‘엔젤렉스M’을 도입했다. 국내 스타트업(엔젤로보틱스)이 만든 웨어러블 로봇으로 의료기기(2등급) 인증도 받았다. 뇌졸중이나 척수손상으로 하반신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 치료를 돕는다. 이 제품은 아웃솔(밑창)에 내장된 족저압 센서로 환자가 힘을 주는 정도와 무게중심 이동을 감지해 최적화된 보조력(20단계)을 제공한다. 가방처럼 메는 형태의 ‘백팩부’에선 여섯 가지 보행훈련 모드(평지보행, 계단 오르기, 앉기, 일어서기, 서 있기, 스쿼트)를 선택할 수 있다. 물리치료사들에게 환자의 재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제공한다.
공경철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2017년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엔젤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정용 재활로봇인 엔젤렉스H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환자가 러닝머신 위에서 고정된 상태로 재활훈련을 하도록 돕는다. 공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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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보행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인 젬스힙(GEMS Hip)에 대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국제표준 인증(ISO 13482)을 받았다. 개인용 서비스 로봇의 안전성을 국제표준으로 인증받은 국내 첫 사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젬스 시리즈는 2년 전 처음 공개했다. 제품화를 위한 개선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는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창고나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개발도 한창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조끼처럼 입는 로봇인 ‘벡스’를 개발했다. 자동차 조립 등을 위해 장시간 팔을 들어 작업하는 근로자를 돕는다. LG전자는 2018년 근로자의 허리 근력을 보조하는 ‘LG 클로이 수트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지난 3월 ‘웨어러블 로봇의 기술동향과 산업전망’이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삼성·LG 등에서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2017년 5억2800만 달러에서 2025년 83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델타항공은 ‘가디언XO’라는 제품을 공개했다. 공항 물류 작업자가 무거운 가방을 손쉽게 들고 내릴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스타트업 사코스로보틱스가 개발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미국 언론은 “가디언XO가 내년에 상용화될 것”이라며 “델타항공을 비롯한 항공·자동차·물류·건설·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가 이 제품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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