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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남편이 못한 걸 보여줬다”

트럼프와 달리 인종문제 등에 공감

공화당 전대 연설 ‘과감했다’ 호평


“멜라니아, 이방카를 뱀으로 지칭”

17년 지기는 가족 권력다툼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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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는 당신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어합니다. 당신 가족의 성공을 돕길 원합니다. 그는 이 나라의 번영 이외 바라는 게 없습니다. 어느 때보다 남편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 나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언론으로부터 “남편이 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편의 재선 가도에 놓인 큰 장애물, 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과감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CNN·뉴욕타임스 등은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 들어 코로나19 확산을 진지하게 언급한 연사는 멜라니아 여사가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전당대회 첫날 53분간 연설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이 코로나19를 언급하지 않거나 종식된 듯 과거형으로 말한 것과 달리 멜라니아 여사는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멜라니아 여사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2개의 프롬프터를 번갈아 보며 라이브로 연설했다. 그는 슬로베니아 억양이 남아있는 말투로 25분간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카키색 재킷에 굵은 벨트를 매고 무릎 아래 길이의 치마를 입어 무게를 줬다.


그는 서두에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휩쓸었고,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고, 아프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기도를 보낸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또 “인종과 관련한 사회 불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면서 “우리 역사 일부분이 자랑스럽지 않은 것은 냉정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로부터 배우되 미래에 집중하자.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약탈은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멜라니아가 “국민은 완전히 정직한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있다”면서 트럼프를 정직한 사람으로 그린 부분은 비판을 받았다. 또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비열하고 조작 가능한지”라고 한 언급은 트위터를 이용해 허위·차별적 주장을 일삼는 대표 주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멜라니아는 공산주의 치하 슬로베니아에서 나고 자라 “자유와 기회의 땅 미국”에 26세에 건너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모델로 일하며 10년 동안 준비하고 공부해 자신의 힘으로 2006년 시민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4년 전 연설이 미셸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의 2008년 연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을 의식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설문 작성에는 백악관을 떠나기로 결심한 켈리앤 콘웨이 고문, 스테파니 그리셤 비서실장, 한국계 미국인인 마르샤 리 켈리 공화당 전당대회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중앙일보

멜라니아와 나(Melania and Me)

공교롭게도 이날 외신엔 멜라니아의 보좌관을 지낸 17년 지기 스테파니 윈스턴 월코프가 쓴 폭로서 『멜라니아와 나(Melania and Me)』(9월 1일 출간·사진)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멜라니아와 의붓딸 이방카(백악관 수석 고문)의 권력 다툼 등이 담겼다. 월코프는 표절 논란이 인 4년 전 연설문 작성자가 이방카의 지시를 받던 릭 게이츠 당시 대선캠프 부본부장이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가 자신의 새 비서실장 임명을 두고 이방카가 영향력을 행사하자 이방카와 그 측근을 ‘뱀들’이라고 불렀다는 대목도 있다.


한편 미국 인기 드라마 ‘웨스트 윙’ 출연진은 미셸 오바마가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펼치고 있는 투표 독려 캠페인 ‘우리가 모두 투표하면’을 지지하는 에피소드를 제작할 계획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이민정 기자 hy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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