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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위로 필요없다”…김용균 유족, 文대통령 만남 제의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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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하청근로자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 요청을 거부했다. 사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면서다.

김씨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아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없으면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며 “말로만 하는 약속, 말로만 하는 위로. 필요 없다”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문 대통령이 김씨 유족들을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김씨의 어머니는 추모제 발언을 통해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은 문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의 만남 요청에 대해 “대통령이 약속했고 용균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는 만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공약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약속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편지에서 “엄마는 정말 억울해서 미치겠다”며 “너는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비인간적인 학대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죽은 내 아들 불쌍하고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이 마음 어찌하랴”라고 아들의 죽음에 대한 원통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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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긴긴밤 홀로 그 많은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배고프면 짬내서 겨우 컵라면 하나로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 판다”며 “너 그렇게 인간대접 못 받고 간 것을 생각하니 원통해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이어 “나한테는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아들인데 내 아들 죽인 놈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보다 못한 놈들 다음 세상이 있다면 돼지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분노했다.


편지에서 어머니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두고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말했다.


두번째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22일 열린 1차 추모제 때보다 많은 참석자가 모였다. 참석자들은 앞뒤로 ‘비정규직 이제 그만’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들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해소를 주장하며 김씨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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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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