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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삭막한 사무실은 정원, 단조로운 거실은 갤러리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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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인테리어 브로콜리처럼 초록색 뽀글머리를 한 마블의 인기 캐릭터 ‘그루트’. 새하얀 얼굴에 분홍색 뽀글머리로 포인트를 준 조각상 ‘아그리파’.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이들의 헤어 스타일은 가발이 아닌 ‘스칸디아모스’(정식 명칭은 순록이끼)로 완성됐다. 최근 이끼가 인테리어 소품·자재로 변신해 실내로 들어오고 있다. 영화관·사무실 같은 넓은 공간에선 한 벽면을 차지하는 대형 규모로, 집 안에선 작은 소품 크기로 활용된다. 심미적인 효과는 물론 실내 환경을 개선하는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도 한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사랑받는 ‘이끼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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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이채영(20)씨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CGV 강변의 ‘씨네 앤 포레’라는 특별관을 자주 찾는다. 숲을 그대로 재현한 이 상영관에선 실내 잔디에 놓인 소파나 침대 형태의 좌석에 누워 영화를 본다. 이씨는 “도시에서 숲속 캠핑장의 느낌을 즐길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성인제 CGV 컬처플렉스 기획팀장은 “상영관의 양쪽 벽면 전체를 그림이나 영상이 아닌 진짜 ‘순록이끼’로 가득 채워 숲의 느낌을 물씬 살렸다”고 설명했다.

# 최근 종영한 tvN 인기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촬영지인 ‘블로썸파크’에도 초록빛 이끼가 눈에 띈다. 이곳은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CJ제일제당 R&D센터다. 업무 공간에는 기둥을, 휴게 공간에는 벽과 기둥 전체를 이끼로 덮어 실내 정원처럼 꾸몄다. 특히 휴게 공간은 약 238㎡(72평)의 넓은 공간에 이끼를 융단처럼 깔았다. 건물 안이지만 숲에서 쉬는 듯한 느낌을 제공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최근 인테리어용 식물로서 이끼의 활약이 심상찮다. 사무 공간, 상업시설을 넘나들며 공간에 청정의 느낌을 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금까지 이끼를 이용한 인테리어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건물에 수직 정원을 설치하거나 벽면의 녹화 작업을 할 때 종종 사용됐다. 하지만 이땐 다른 식물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 혹은 틀로 쓰이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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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이끼 액자로 주방을 꾸민 모습.

요즘의 이끼는 다르다. 공간의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주연’ 역할을 맡는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김광진 도시농업연구팀 연구관은 “이끼는 뿌리보다 잎으로 공기의 영양분을 흡수해 살아가기 때문에 물이나 흙이 필요 없어 인테리어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뿌리로는 대사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끼는 뿌리에 접착제를 발라도 죽지 않는다. 따라서 장식을 위해 이끼를 고정시킬 때 색종이를 붙이는 것처럼 간단한 작업이면 된다.

이끼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실내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관리도 쉽다. 단 습도가 40% 이하로 떨어져 공기가 너무 건조해지면 말라버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창호 그린신드롬 대표는 “이때 이끼에 물을 직접 뿌리지 않고 습도가 높은 욕실 같은 장소에 놔두면 금세 제 모습을 찾는다”고 말했다.


다루기도, 관리하기도 편하다 보니 집을 꾸밀 때 이끼는 핫한 아이템이다. 집 안으로 들어올 땐 주로 앙증맞은 소품으로 변신한다. 캔버스에 촘촘하게 붙어 액자가 되고 뽀글거리는 머리나 수염 등 조형물의 일부가 되어 칙칙한 실내를 밝힌다. 이끼 인테리어에는 주로 북유럽의 노르웨이 숲에서 채취한 ‘순록이끼’가 사용된다. 20가지가 넘는 색상으로 염색돼 원하는 이미지대로 표현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순록이끼의 전년 대비 매출은 약 22% 늘었다.


이끼를 실내에 처음 들여온 곳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중시하는 외국 기업들이다. 맥도날드·폴크스바겐, 화장품 브랜드 러쉬 등은 매장 벽에 이끼로 가득 메운 ‘이끼벽(모스월)’을 설치해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최근엔 실제로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세워진 녹화 구조물인 ‘이끼벽’이 대표적. 높이 3m, 길이 500m에 달하는 이 이끼벽은 매년 240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나무 275그루와 맞먹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끼는 소리를 흡수하거나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난연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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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를 융단처럼 깔아 휴게 공간을 마련한 CJ제일제당의 ‘블로썸파크’.

이끼로 인테리어를 하면 이끼가 가진 효과가 그대로 발휘될까. 전문가들은 이끼의 양에 따라, 가공 기술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김광진 연구관이 2011년 진행한 ‘실내 분화식물의 지피 식물 및 물질에 따른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율’ 실험에 따르면 이끼를 지피식물(토양을 덮어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로 사용했을 때 자갈이나 모래보다 실내 공기 오염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시간이 30분가량 빨랐다. 김 연구관은 “이끼가 오염된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덩치 큰 식물에 비해서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공기의 질을 높이려는 목적이라면 이끼에만 의존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끼 전문업체 스칸디아의 이순열 팀장은 “난연성 또한 기술적으로 이끼를 보존처리해야 생기는 기능”이라며 “국토교통부에서 화재에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엔 순록이끼를 가리키는 #스칸디아모스라는태그의 게시물이 2만 건이 넘는다. 게시물 대부분이 순록이끼를 이용해직접 만든 화분·액자·조형물이다. 순록이끼 입문자를 위해 간단한 소품만들기 방법을 준비했다. 솜씨를 발휘해 인스타그램에 멋진 작품을 업로드해보자.

도움말=그때그꽃의 장명주 플로리스트,플라워레인51의 김은희 플로리스트


화분 만들기


재료 순록이끼, 우레탄폼, 화분, 접착제, 목공풀, 지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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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분의 안쪽 공간 크기에 맞춰 우레탄폼을 자른다. 2 우레탄폼을 접착제로 화분 안쪽에 고정한다. 3 화분에 심을 적당량의 순록이끼를 준비한다. 4 이때 뿌리 쪽은 조금 자르거나 손으로 뜯어낸다(흙이 묻어 있거나 염색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 5 이끼와 비슷한 색상의 지철사를 준비한다(종이 재질의 철사로 흰색·갈색·초록색 등이 있다). 6 지철사를 2~3㎝ 정도로 자른 뒤 U자 형태로 구부린다. 7 ⑥의 끝부분에 이끼를 꽂고 다른 쪽 끝에는 목공풀을 발라 우레탄폼에 꽂는다. 8 꼼꼼하게 화분을 채우고 고정해 완성한다.

액자 만들기


재료 순록이끼, 캔버스, 목공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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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린다. 여러 가지 색으로 그릴 예정이라면 밑바탕을 그린 후 해당 색으로 진하게 칠한다(멀리서 봤을 때 이끼 사이가 비어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작업). 2 캔버스는 단면이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이끼의 윗부분만 짧게 잘라 사용한다. 3 캔버스에 목공풀을 조금씩 바른다. 4 모자이크 작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②를 ③에 붙여 나간다. 캔버스와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붙인다. 1~2분씩 지그시 눌러준다. 5 빈 공간이 없도록 이끼를 조금씩 겹쳐 붙여도 된다.

니스 만들기


재료 순록이끼, 니스틀,와이어 혹은 지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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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뭉쳐 있는 이끼를 조금씩 떼어 다발 형식으로 만들어 준비한다(니스틀의 크기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2 ①을 니스틀 위에 얹고 끝부분을 와이어로 고정한다. 와이어가 없다면 이끼의 끝부분을 뭉쳐 지철사로 돌려 고정한 다음 그 끝을 니스틀 사이에 꽂아 넣는다. 3 빈 공간이 보이지 않게 한쪽 면을 원하는 디자인이 되도록 ②의 방식으로 반복한다. 4 사이사이에 드라이 플라워나 보존처리한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장식해도 좋다.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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