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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아내가 사라졌다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96) 영화 '나를 찾아줘'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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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부러워했던 완벽한 커플 닉과 에이미.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아내가 사라졌습니다.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자 현관문은 열려있고 테이블은 부서져 있었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닉은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경찰에 협조하는데요. 경찰은 조사 중 아내에 대해 아는 게 없고 실종된 상태에도 지나치게 이성적인 남편을 점점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경찰은 아내가 남겨놓은 첫 번째 단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전에도 결혼기념일마다 이런 식의 보물찾기를 준비했던 터라 이번에도 에이미의 장난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 뒤로 나온 증거들. 집 안 부엌에서 다량의 피가 흘렀고 이를 지운 흔적, 에이미의 앞으로 거액의 생명보험 가입이 되어 있었다는 점, 닉의 카드빚이 어마어마한 점 등이 그를 더욱 범인으로 몰아세우게 되죠.


영화는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에 에이미의 일기를 토대로 과거의 영상을 보여주는데요.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며, 결혼생활은 어땠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물론 이 일기도 나중에 닉에게 굉장히 불리한 증거물로 등장합니다.


이쯤 되면 관객은 처음에 아내를 죽인 범인이 남편일 거라 ‘추측’하다가 ‘확신’하기 시작하는데요. 영화는 정확히 절반가량이 흐른 후에 관객의 뒤통수를 제대로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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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러닝타임은 149분. 두 시간 반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던 건 원작자이자 이 영화의 각본가로도 참여한 길리언 플린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이런 이야기에 긴장감 있는 연출을 더한 데이빗 핀처의 조합이 신의 한 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븐’, ‘패닉 룸’ 등 스릴러 장르는 물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등 드라마 장르.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양산한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의 제작을 맡아 활동영역을 넓힌 그는 이 영화에서 평단의 극찬과 흥행을 동시에 얻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95편 이상의 영화를 소개했지만 스릴러 장르는 이번 영화가 처음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보면 보는 내내 온몸에 힘을 주게 되고 그러다 영화가 끝나면 지쳐버리기 때문인데요. 이 영화는 그걸 생각하고서라도 몇번이고 볼만한 가치가 있고 벌써 개봉한 지 6년이 지났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그런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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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그리고 영화를 아직 보시지 못한 분이라면 눈여겨봐 두면 좋을 장면은 첫 시작입니다. 부부는 침대에 함께 누워있고 남편 닉의 시점에서 아내 에이미를 내려다보는데요. 이때 남편의 독백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장면은 마지막 부분에서도 똑같이 등장하는데요. 아무 배경지식 없이 본 첫 장면과 이 영화를 끝까지 음미한 후에 본 마지막 장면에서 느끼는 감정이 분명히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런 극과 극의 반응을 만들어 낸 건 에이미로 분한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였습니다. 가련하고 불쌍한 여인으로 시작했다가 뻔뻔함을 넘어 섬뜩함을 느낄 정도로 한 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 그의 연기가 돋보이는데요. 이로 인해 그해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지만 운이 나쁘게도 ‘스틸 앨리스’의 줄리앤 무어의 벽을 넘지 못해 수상은 어려웠죠. 로자먼드 파이크에겐 아쉬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본 후 처음 든 생각은 ‘굉장히 잘 짜인 영화를 봤다’였는데요. 이번 리뷰를 준비하며 다시 봤는데도(결말을 이미 다 알면서도) 오랜만에 심장이 쫄깃한 기분을 맛봤습니다. 제가 본 장르물 중에서는 분명 손에 꼽힐 영화입니다.


■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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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 포스터.

감독: 데이빗 핀처


원작&각본: 길리언 플린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타일러 페리


장르: 스릴러


상영시간: 149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014년 10월 23일


중앙일보 뉴스제작1팀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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