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한국선 자취 감춘 이 동물…호주는 너무 많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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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19)
많은 동물이 인간의 곁에 있지만 여우는 동서양을 통해 설화·속담·동화 등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예로부터 자주 볼 수 있기도 했지만 행동하는 모습이나 습성이 다른 동물과 차별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우의 독특한 면은 대부분 약삭빠르고 교활하거나 영악함에 비유된다.
여우는 식육목 개과 여우속(Vulpes)에 속하는 12종과 여우속이 아니지만, 여우라는 이름을 가진 10종을 이른다. 그중에서 붉은여우(red fox, Vulpes vulpes)는 북반구의 대륙에 널리 분포하고 개체 수도 많아 여우를 대표하는 종이다. 분포지역이 넓은 만큼 아종도 45개에 이른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아종은 한국여우( Vulpes vulpes peculiosa)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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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여우는 몸길이 45~90cm, 꼬리 길이 30~55cm, 몸무게는 3~14kg, 꼬리가 긴 편으로 여우 중에서 가장 강한 종이다. 유럽에 서식하는 종은 체구가 크고 북아메리카의 종은 작은 편이다. 한반도 종은 몸길이 66~68cm, 꼬리 길이 42~44cm, 체중 4.1~5.9kg으로 중간크기다. 모색은 황갈색에서 진한 적색까지 다양하고 변이도 많다. 1980년대 한국에서 모피용으로 사육했던 은여우도 모색이 변이된 것이다.
서식지는 깊은 삼림 지역부터 북극 지역의 툰드라, 평원, 민가와 경작지 주변 등 넓은 분포영역을 가진다. 때로는 도시의 주택가에도 먹이를 찾으려 나타난다. 보금자리는 아늑하고 배수가 잘되는 경사지를 좋아한다. 보통 땅속에 굴을 파서 은신처로 삼고 큰 굴은 새끼를 키울 때 이용한다. 굴은 앞발로 파고 뒷발로는 파낸 흙을 밖으로 밀어낸다. 1~3m의 깊이에 10m 정도 길이의 굴을 파고 내부 통로는 여러 갈래로 분기된다. 출입구는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 하나만 만들기도 하지만 5~10개가 일반적이며 19개까지 관찰된 기록이 있다. 굴에 여러 개의 통로와 출입구를 만들어 유사시 쉽게 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약삭빠른 일면이다.
붉은여우는 들쥐·생쥐·다람쥐 등 설치류가 주식이고 토끼·파충류·곤충·과일 등 다양한 식단을 가진 잡식성이다. 사냥할 때는 시각과 후각 청각 모두 활용하나 청각이 압권이다. 100m 떨어진 곳에서 쥐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력이다. 쥐를 잡을 때는 움직이지 않고 집중해서 소리를 탐색해 위치를 파악한 다음 순식간에 뛰어서 앞발로 누르고 입으로 물어 잡는다. 30cm 깊이의 눈 속에 숨어 있는 쥐도 방향과 거리를 정확히 감지해서 한 순간에 튀어 올라 주둥이부터 눈 속을 파고들어 입으로 잡는다. 크지 않은 몸집에 매일 0.5~1kg의 먹이가 필요하니 사냥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활동은 야간에 이루어지고 하룻밤 이동 거리는 8km 정도다. 지구력이 뛰어나 이동할 때는 시속 6~13km의 속도로 장시간을 갈 수 있으며 순간 최대속도는 시속 50km에 이른다. 도약능력도 뛰어나 2m 높이의 울타리를 쉽게 넘는다. 봄에 태어난 새끼는 가을에 어미로부터 독립하는데 이 시기에 이동하는 거리는 수컷은 40km, 암컷은 10km 정도다.
무리는 한 마리의 수컷과 1~2마리의 암컷, 그 새끼로 가족생활을 한다. 1년에 한 번 짝짓기 시기가 있고 보통 51~53일의 임신 기간에 한배 새끼는 평균 5마리다. 보호 상태에서는 수명이 12년 정도지만 장애가 많은 야생에서는 5년을 넘기기 어렵다.
붉은여우는 사냥의 대상으로 모피를 얻을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인간이 가깝게 이용한 동물이다. 여우 사냥에 대한 최초 기록은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부터 시작되고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퍼졌다. 1200년대 후반 영국의 에드워드 1세는 왕실에 사냥개 폭스하운드와 전문사냥꾼을 갖추었다. 15세기부터 귀족의 전통 스포츠가 되었고 1700년대에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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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농장에 해를 끼치는 동물로 여겨져 지금까지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호주는 원래 붉은여우의 서식지가 아니었으나 1830년대부터 이주민이 사냥 놀이의 목적으로 들여왔다. 이들이 번식되어 최근에는 700여만마리에 이르러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모피생산 목적으로 야생에서 포획하고 전문농장에서 여우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붉은여우 서식지에서는 개체 수가 유지되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특이하다. 1970년대에 이르러 자취를 감춘 것이다.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모피를 얻기 위한 과도한 사냥, 한국전쟁의 폐해, 1960년대 초 전국적으로 시행한 쥐잡기운동의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흔적이 없다가 2004년 강원도 양구지역에서 사체로 발견된 것이 마지막 야생개체다.
2006년 환경부에서 여우의 복원을 계획하고 대학에 의뢰하여 기초연구를 시행했다. 2012년 국립공원연구원은 붉은여우 복원을 위한 전담조직인 중부보전센터를 경북 영주시에 설립하고 중국 동북부에서 원종을 도입하면서 증식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소백산 지역에 방사한 개체 중 46마리가 생존하고 있다. 그간 야생에서 죽은 여우는 41마리에 이른다. 수명을 다한 개체도 있지만 밀렵 도구인 올무나 창애에 걸려 죽은 것과 로드킬이 대부분이다. 붉은여우가 한반도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큰 장애는 인간이다. 복원의 성공은 장애가 되는 이러한 행위를 없애는 것이 전제되는 것 같다.
중부보전센터에서는 생태 학습장을 조성해 일반인이 여우의 생태와 복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9월21일까지 일시 중단). 국내동물원에서는 서울동물원 서울 어린이대공원 청주동물원 대구 달성공원에서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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