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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코로나19 변종 생기면 백신이 무용지물 된다고?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1)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81)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국과 중남미에서 급격히 확산 중인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 바이러스의 변종이며 전염성이 최대 6배에 달한다”고 했다. 요지는, 검사한 샘플의 약 30%가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에 변이가 생겨 그렇다는 내용이다. 꽤 유명한 국제학술지에 실린 거라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혹여 이 변종이 국내에 유입될까 봐 걱정이다. 아니 이미 유입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도 치명률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니 다행이다.


이에 덧붙여 문제시한 것은 “스파이크의 구조가 변화했으니 백신 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대목이다. 이를테면 신종이 창궐하면 지금 개발 중인 백신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한 것.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근거를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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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코로나에 있는 단백질 등의 항원물질을 가지고 만든다. 후보물질은 단백질, 인지질, 탄수화물, 핵산(DNA, RNA) 등이다. 백신은 바이러스로부터 이들 물질만을 분리하여 만들 수도 있고, 바이러스를 약독화하거나 죽여 껍질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어느 게 좋은지는 동물실험과 임상연구를 거쳐 결정한다. 가장 항체를 잘 만들어 주는 항원을 ‘항원성’이 강하다고 얘기한다.


그럼 문제의 스파이크단백질을 들여다보자. (그림1)은 코로나의 스파이크가 숙주의 ACE2에 결합해 내부로 침입하는 모식도다. WHO의 주장은 이 스파이크에 변이가 생겨 ACE2에 결합력이 증가해 감염력이 높아졌다는 주장이었다. 그럴 수는 있다. 그러나 ‘기존 코로나로 만든 백신이 변종 바이러스에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라는 주장하고는 얘기가 다르다. 감염력의 증가는 보통 스파이크 속 수백개의 아미노산 중 극히 일부(1~2개)가 바뀌어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변이에 백신 개발을 우려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걱정이다’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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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ACE2에 코로나의 스파이크가 결합. ACE2는 심장, 폐, 콩팥, 위 등에 분포하며 심장기능과 혈압에 관여하는 효소단백질이다. [자료 이태호]

그 이유를 설명하자. 스파이크단백질 속에는 항체를 만들게 하는 부위가 여럿 있고, 이 각각에 대한 항체가 따로 생긴다는 사실이다(그림2). 이 항원 속 부위를 에피토프(epitop)라 하고 항원결정기(antigenic determinant)라고도 부른다. 보통 십 수개의 아미노산이 에피토프가 된다. 하나의 단백질에 항원결정기가 3개 있고 각각에 특이적인 항체도 3종류가 생겼다. 모르긴 해도 스파이크에도 에피토프가 하나일 리는 없다고 짐작된다. 에피토프마다 항체를 잘 만들고 못 만들고 하는 차이는 있다. 이를 항원성의 ‘강약’으로 표현하며 이 중 가장 우수한 에피토프를 따로 떼어내어 백신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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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하나의 항원단백질에 3종류의 epitope가 있고 각기 다른 특이항체가 결합했다.


가정 한번 해보자. 만약 운 나쁘게 스파이크단백질에 오로지 하나의 에피토프만 있다고 치자. 그것도 변이가 일어난 곳에. 그러면 기존 코로나의 스파이크로 만든 백신은 변종 바이러스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작다. 왜, 앞에 언급한 대로 스파이크에도 항원결정기가 여럿 있을 테니까. 더 중요한 것은 백신 개발을 스파이크만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림3)은 코로나의 전체 구조다. 외부에는 스파이크단백질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막단백질이 있다. 즉 항원으로 될 수 있는 물질이 많이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스파이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백신 개발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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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코로나에 항원이 될 수 있는 단백질.


한편은 새로 생긴 변종스파이크로 다시 백신 개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시간은 좀 더 늦어지겠지만. 실제 스파이크뿐만 아니라 다른 항원을 가지고 세계 각지에서 백신을 개발 중이다. 걱정하지 말고 우리는 백신이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지금의 추세로 봐서는 백신이나 치료약이 나오기 전에는 쉽게 코로나가 근절될 것 같지가 않아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지금까지 의료와 건강 분야에서는 WHO가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였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신뢰를 많이 잃었다. 팬데믹 선언에 늑장을 부리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정치적·외교적 이해관계가 고려된다는 오해까지 받아서다.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는 비말로만 전파된다 했다가 32개국 전문가 239명이 보낸 공개서한을 받아들여 “밀집한 실내 환경에서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또 “무증상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가 비판이 일자 다음 날 이를 철회했다. 변이 가능성에 부정적 관측을 하다가 또 말을 바꿨고, 더 나아가 위에 언급한 “스파이크 단백질 같은 치명적인 부분에 변이가 일어난다면 실제 백신 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는 등 실언이 너무 잦았다. 결국은 미국이 지원을 끊고 WHO 회원국에서 탈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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