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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당신에게 권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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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공을 놓아야 더 큰 공을 잡을 수 있는 법이죠.”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몽스북)의 저자 편성준(54)씨의 말이다. MBC애드컴, TBWA Korea 등의 광고 대행사에서 2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그는 지난해 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스트레스와 자존심 상하는 일들이 켜켜이 쌓여 마음 속 상처가 되는 일들이 반복되자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이대로 회사를 다니면 계속 불행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대형 출판사를 그만둔 뒤 직접 출판기획을 준비 중인 아내 윤혜자(50)씨도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지난봄부터 부부가 둘 다 백수가 됐다.


“사실 회사는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잖아요. 그 시점이 문제지. 지금, 3년 뒤, 5년 뒤? 차라리 조금 일찍 그만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빨리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돈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돈은 늘 모자란 법이거든요. 하하.”(윤혜자)


“합리적이지 못한 걸 참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는 말이 있죠. 계속 미뤄왔던 일상의 행복들을 포기하지 않는 대신 비싼 가방이나 좋은 오디오, 고급 자동차 등 눈에 보이는 귀중품들을 소장 목록에서 지우고 방향 전환을 하면 이렇게 살아도 되겠다 싶었죠.”(편성준)


부부는 누구든 회사를 그만둬도 굶어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만 걷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사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편씨는 아내의 권유로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했다. 평소 SNS에 ‘음주일기’ ‘공처가의 캘리’ ‘영화로운 날들’ 등 자잘한 일상의 메모를 올렸던 편씨는 본격적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살기로 결심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의 기획과 초안도 제주에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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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와선 아내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하고, 조조할인 영화를 챙겨봤다. 지인의 도움으로 전국의 ‘스마트 팜’을 돌며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써서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부부는 “덕분에 21세기 대한민국의 다채로운 호텔과 모텔 문화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 2월에는 갖고 있던 양옥집을 팔고 성북동에 한옥을 사서 수리했다. 자신들의 집을 ‘성북동 소행성’이라 부르는 부부는 이 한옥을 플랫폼 삼아 작은 클래스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독하다 토요일’ 독서모임은 정원이 11명인데 새 회원을 받을 수 없을 만큼 결속력이 좋다.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월급을 받던 사람들이 1만~2만원 짜리 클래스를 열려니 처음엔 자괴감도 들었지만, 그 덕분에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감하는 삶의 즐거움이죠.”(윤혜자)


“매일 생활비 걱정을 하죠. 그래서 회사에 다닐 때라면 어림없는 가격으로 카피 아르바이트를 해요. 요즘은 매일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인근 학교에서 방역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요. 그래도 ‘내가 하려고 했던 게 바보 같은 짓이었구나. 원래 생활로 돌아가야지’ 이런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요.”(편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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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책에는 부부가 이런 소소한 걱정을 하면서도 즐거움을 찾는 여정이 소박하게 정리돼 있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5년 전 늦은 나이에 만나 결혼한 부부의 꽁냥꽁냥한 일상은 꼭 백수가 되지 않더라도 어떻게 남편을 이해하고, 아내를 사랑하는지 좋은 교본이 될 것 같다. 편성준씨의 필력에는 그 유치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는 촌철살인의 매력이 있다. ‘일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 휴대폰 게임을 하다가 남편이 끓여다 바친 짜왕을 먹자마자 젓가락을 내던지고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히는 아내. 아내가 소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다’라고 쓴 짧은 에피소드가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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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씨의 책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 사진 몽스북

부부는 ‘잘난 척’도 하지 않는다. 50대 부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수룩하다. 노심초사하며 반복되는 ‘실수담’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시트콤 드라마 한 편을 보듯 유쾌하고 공감이 간다. 책의 추천사를 쓴 장석주 시인은 “시종 유쾌하다. 눈을 뗄 수 없게 재미있다. 유머로 버무려진 문장 속에 인생철학이 반짝인다. 하루에도 열 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안달하는 당신이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라고 평했다. 김탁환 소설가도 “세속 도시의 고달픔과 정겨움으로 가득한 책이다. 앞뒤 문양이 같은 동전을 던졌다 받는 기분이랄까. 편성준의 문장은 단정하고 분명한데, 뭔가 더 남은 게 없는지 되돌아 읽게 만든다. 편성준과 그의 아내 윤혜자가 이미 툴툴 털고 가버린, 그 텅 빈 자리에 번진 눈물 같은 웃음 한 움큼”이라고 추천사를 썼다.


“일은 그동안 많이 했으니 이젠 좀 놀기도 해야 한다고, 더 미루지 말고 놀아야 된다고. 언제부터 놀아도 되는지 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내가 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립의 용기, 달라질 용기를 내라. 배우 모건 프리먼은 50세부터 영화를 시작했고,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는 독일 속담도 있다. 쓸 데 없는 짓을 두려워하지 말자, 가끔 딴 짓을 하면 할수록 인생은 즐거워진다 말하고 싶었어요. 좀 논다고 굶어죽지는 않더라고요.”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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