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알았다면 왜 98점인가" 반격 나선 쌍둥이 세부녀
“몇 번이고 되물어봤습니다. 진짜 안하셨냐고. 지금이라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조금이라도 죄의 무게를 덜 수 있지 않겠느냐…하지만 세 명 모두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합니다.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기자가 법무법인 오현 사무실에서 만난 최영 변호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12일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직 교무부장 A씨(53)와 쌍둥이 자매의 변호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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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무게추가 반대편으로 기우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왜 주장을 굽히지 않을까. 최 변호사는 “경찰이 제시한 십여 가지 정황 증거에 대해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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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무부장 A씨가 야근한 뒤 초과 근무를 기록하지 않았고, 수사가 시작되자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수상한 점이 많다.
A. 초과근무 기준 시간인 밤 9시 20분보다 일찍 퇴근했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았다. 노트북은 교육청 감사 이전에 수리센터에서 교체를 권해 파기했고, 수사의뢰 이후 교체된 데스크톱 컴퓨터는 하드가 그대로 남아 있다.
Q. 몇몇 시험지 한켠에 ‘깨알 글씨’로 정답이 적혀 있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사전에 암기한 정답부터 적은 게 아닌가.
A. 시험 끝난 후 반장이 불러주는 정답을 채점용으로 적은 것이다. 언니의 경우 불러주자마자 바로 확인할 수 있는 21,22번 정답은 빼고 적었다. 또 해당 시험은 100점이 아닌 98점을 맞았다. 경찰은 언니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작고 흐릿하게 적었다고 하지만 같은 시험지를 확인해보면 글씨체 자체가 매우 작다.
Q. 2학년 1학기 시험의 경우 동생의 암기장에 전 과목 정답이 모두 적혀 있었다.
A. 이 메모가 시험 전에 작성됐다고 확신할 수 있나. 암기장에 적힌 키워드 중에는 정답과 무관한 것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헨델-메시아’가 정답인 문제에서 ‘메시아’ 뿐만 아니라 오답 키워드인 ‘키리에’까지 함께 적혀 있었다. 숫자만 외우면 되는 객관식 시험에서 왜 굳이 이런 짓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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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휴대전화에 영어 서술형 문제 답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작성 날짜는 시험 전이다.
A. 해당 문구는 ‘어휘끝’이라는 공식 보충교재에 ‘중요 지문’으로 나온다.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구를 적어놓은 것이다. 쌍둥이가 수사에서 다른 공식 교충교재인 ‘올림푸스300’과 헷갈려서 잘못 진술한 걸로 경찰이 말을 맞추었다고 하는데, 경찰 조사 전에 우리는 휴대폰에서 영어 문구가 발견될 줄도 몰랐다.
Q. 집에서 백지 상태의 미적분 시험지도 나왔다.
A. 이 시험지가 A4나 B4가 아닌 ‘갱지’라는 게 중요하다. 갱지는 오로지 인쇄실에서만 복사 가능하다. 경찰은 A씨가 이 시험지를 복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출했다고 하지만, A씨가 인쇄실을 드나들었다는 CCTV자료가 없다. 시험 끝나고 여분의 시험지를 가져왔다는 언니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Q. 쌍둥이가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어 낸 경우도 있었다.
A. 쌍둥이가 똑같이 답을 잘못 알고 있었다면 틀린 문항도 같아야 한다. 그런데 둘이 틀린 문항이 각기 달랐다. 자매가 동시에 정정 전 정답을 적어 낸 건 수학 과목 객관식 문제 딱 하나다. 그런데 해당 오답을 선택한 학생이 전체의 70%였다. 서술형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적어낸 건 동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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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명으로 법정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물었더니, 최 변호사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반박하는 게 성난 여론에 더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A씨 등은 재판에서도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다. 모든 게 끝난 뒤 쌍둥이는 아마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갈 것 같다고 한다. 외국으로 떠날 수도 있다고 전해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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