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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회·갈낙탕·한정식…‘강해영’ 선 누구나 자동 먹방

강해영 트래블 ① 남도 향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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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에서는 토종닭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닭 코스 요리 전문식당에서 큼직한 토종닭을 잡아 닭회, 주물럭, 백숙, 닭죽을 차례로 낸다.

강해영.


사람 이름처럼 보이지만, 남도 세 고장이 연합한 지역 협력사업의 이름이다. 전남 강진·해남·영암 세 고장의 첫 글자를 따 관광 브랜드 ‘강해영’을 만들었다. 체류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기초단체 세 곳이 스스로 뭉쳤다는 점에서 강해영 프로젝트는 의미 있는 시도다. week&이 3개월간 매달 강해영의 관광 콘텐트를 소개하는 연재기획을 시작한다. 첫 회는 ‘강해영 푸드’로, 세 고장의 향토 음식을 알린다. 5월에는 ‘강해영 스테이’의 차례다. 세 고장의 민박과 농박, 한옥 체험을 다룬다. 끝으로 6월에는 ‘강해영 트레일’이 예정돼 있다. 세 곳의 대표 걷기여행길을 함께 걷는다.

해남식 닭회, 4월 지나기 전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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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한정식 상차림. 강진에는 한정식 전문식당 10곳이 성업 중이다. 사진은 ‘청자골 종가집’의 4인 상차림.

해남은 농산물이 풍성한 고장이다. 전국에서 논밭이 가장 많고, 배추·밀·고구마 재배 면적도 제일 넓은 곳이다. 먹거리 넘쳐나는 해남에서 꼭 먹어야 하는 건 의외로 닭고기다. 정확히 말하면 ‘해남식 토종닭 코스 요리’다.


해남 읍내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닭요리촌이 자리한다. 토종닭 요리 전문 식당 8곳이 모여 있다. 토종닭 요리라고 해서 백숙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여기에서는 닭고기가 코스로 나온다. 큼지막한 토종닭 한 마리를 잡아 요리 4가지를 만들어 차례로 식탁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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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닭 코스 요리에 나오는 닭회. 고소하고 졸깃졸깃하다.

닭요리촌에서 장사한 지 30년 됐다는 ‘돌고개가든’에 들렀다. 맨 먼저 닭회가 나왔다. 닭의 모래주머니와 가슴살이 기름장에 버무려져 있었다. 전정례(65) 대표가 “5월부터 9월까지는 닭회 판매가 금지된다”며 “4월이 가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별미”라고 말했다. 닭회는 기대보다 고소하고 담백했다. 닭회에 이어 빨간 양념의 주물럭과 백숙이 올라왔고, 끝으로 녹두·흑임자 등을 넣은 닭죽이 나왔다. 전 대표는 “식당 뒤에서 직접 닭을 기르는데 최소 3㎏ 이상 토종닭만 잡는다”며 “손님이 몰리는 금·토·일요일 사흘간 200마리 정도 소비한다”고 말했다. 토종닭 코스 요리는 8만원이었는데, 4명이 먹어도 충분했다.

영암 낙지, 예부터 영산강서 잡혀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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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은 낙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학산면 독천리에 낙지 요리 전문식당이 모여 있다.

낙지 하면 예부터 영암이다. 영암에서도 학산면 독천리가 낙지로 유명했다. 영산강 하구에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 학산면 아래 미암면에서 잡아온 낙지가 독천에 모였다. 옛 영화가 많이 가셨다지만, 지금도 독천리에는 낙지 전문 식당 13곳이 영업 중이다.


독천 낙지거리 ‘막내네 해남식당’을 찾아갔다. 대표 이름이 이막례(58)씨였다. 독천에서 23년째 낙지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방에서 ‘탕탕탕’ 도마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낙지탕탕이를 준비하는 소리다. 탕탕탕 소리가 울릴 만큼 힘껏 내리쳐야 낙지에 칼이 들어간다. 낙지탕탕이가 산낙지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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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가 들어간 갈낙탕. 영암 독천이 원조로 통한다.

독천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낙지 요리가 있다. 갈낙탕이다(2만3000원). 낙지탕탕이·연포탕·낙지볶음 같은 낙지 요리는 전국 어디에서나 나오지만, 갈낙탕은 영암 독천이 원조로 통한다. 이름처럼 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가 들어가 있다.


어쩌다 독천에선 갈비탕에 낙지를 넣게 됐을까. 마을 이름에 힌트가 있다. 독천(犢川)의 ‘독’ 자가 ‘송아지 독’ 자다. 독천은 한우를 많이 키우던 고장이다. 큰 우시장도 있었다. 1970년대 소값 파동이 났을 때 갈비탕에 낙지를 넣고 팔았던 게 갈낙탕의 시작이라고 한다. 양이 많아 1명이 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강진 한정식, 찰밥과 남도식 반찬 3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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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한정식의 필수 메뉴 생고기.

남도 여러 고장에서 한정식의 전통이 내려온다지만, 강진만큼 명맥이 유지되는 고장도 없다. 이제 한정식은 강진의 대표 음식이다. 옛날처럼 직원이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밥상 들고 오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강진에만 현재 한정식 전문 식당 10곳이 성업 중이다. 한정식집 대부분이 강진군청 주변 읍내에 몰려 있다.


한정식 밥상은 서른 가지가 넘는 남도 산해진미로 가득하다. 한상 가득한 진수성찬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의외로 찰밥이다. 찰밥이 구운 김과 함께 꼭 나온다. 반찬만 먹다가는 간을 놓칠 수 있어 마련한 일종의 배려라고 한다. 진짜 밥은 나중에 된장국과 같이 나온다. 남도 한정식에는 삼합·굴비·생고기(육회)·토하젓이 꼭 있어야 한다. 특히 민물새우로 담근 토하젓은 남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한정식은 생선회·해산물·나물 같은 찬 음식부터 먹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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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강진에는 이름난 한정식집이 수두룩하다. 해태식당·명동식당·예향·다강·청자골 종가집 등등,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명가다. 가격은 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4인상 기준으로 6만6000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하다. 강진 한정식집 대부분이 주말에는 예약도 쉽지 않다고 한다.

■ 해창·병영설성·도갓집…막걸리도 한 잔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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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 막걸리

강해영 세 고장은 저마다 향토 막걸리로 유명하다. 해남에는 그 유명한 ‘해창 막걸리’가 있다. ‘막걸리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11만원짜리 막걸리를 내놓은 전국구 브랜드다. 해남 사람은 해창 막걸리보다 ‘삼산 막걸리’를 더 즐겨 마신다고 한다. 강진에도 전국구 막걸리가 있다. ‘병영설성 막걸리’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만찬에 올랐던 막걸리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선정된 병영양조장 김견식 대표가 지난해 돌아간 뒤 2대가 물려받았다. 영암에는 ‘도갓집 막걸리’가 유명하다. 3대째 내려오는 삼호주조장의 막걸리 브랜드다. 영암 특산물인 무화과를 넣은 ‘무화과 동동주’가 특히 유명하다. 강해영을 이루는 세 개 군은 강해영 막걸리를 주제로 축제를 열거나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강진·해남·영암=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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