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19 확진' 부목사 동선, 명성교회 숨겼다
교인 수 10만 명의 초대형 교회인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부목사의 동선을 축소ㆍ왜곡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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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목사는 지난 14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 장례식장에 교인 문상을 다녀온 뒤 2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에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 사실이 확인됐고, A목사는 21일 저녁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당시 명성교회는 “자가격리되기 전 A목사는 16일 1부 주일예배에만 참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부 주일예배는 오전 7시에 시작한다. 일요일 가장 이른 예배 시간대라 상대적으로 참석자가 적은 편이다. 그 당시 명성교회 측은 “A부목사가 자가격리 상태지만 아직 아무런 감염 증상도 없다. 게다가 1부 예배라 참석한 성도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A부목사의 ‘16일 1부 주일예배 참석’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명성교회는 25일 서울 강동구청으로부터 A부목사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A부목사는 16일 ‘1부 예배’가 아니라 ‘4부 예배’에 참석했다”고 입장을 바꾸어 발표했다. 일요일 오후 1시30분에 진행되는 4부 예배는 2000명 이상의 교인이 참석한다. 명성교회에 소속된 부목사 등 교역자들도 대부분 4부 예배에 참석한다. 명성교회 입장에서 A부목사의 동선을 확인하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1부 예배 참석’을 고집하던 명성교회는 정부 차원의 감염 확진자 동선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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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명성교회 측은 “처음에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A부목사에게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무려 10만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청도 장례식장에 다녀온 소속 목회자의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수긍이 가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A부목사가 확정 판정을 받은 25일에도 명성교회는 “16일 4부 주일예배에만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 역학 조사 결과 A부목사는 청도 장례식장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 전까지 무려 8차례(15일 새벽예배, 16일 오후 1시30분과 오후 7시 예배, 18ㆍ19ㆍ20ㆍ21일 새벽예배, 19일 오후 7시30분 수요예배)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6일 오전 9시30분에는 명성교회 대식당에서 아침식사까지 했다.
현재 보건당국에 신고한 A부목사의 1차 접촉자 중 348명이 검사 대상자로 확정됐다. 향후 접촉자와 검사 대상자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녀가 A부목사와 동일한 시간에 예배를 드렸다는 한 명성교회 교인은 “명성교회는 일요일에 여러 번에 걸쳐 예배를 드린다. 저녁예배까지 몇 명이 해당 공간을 거쳐 갔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대형교회이기에 빠르고 정확한 조치가 없다면 다수의 감염이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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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사회보다 더 투명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확진 목회자 동선 축소와 왜곡’에 나섰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설령 명성교회 측이 초기 사실 확인 절차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언론보도 이후 바로 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명성교회는 침묵했다. 누구보다 A부목사가 정확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A부목사에 대한 명성교회 측의 축소ㆍ왜곡 압박이 있었다면 더더욱 심각한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신교 목사는 “통상 일선 교회는 주일예배 취소를 우려한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신앙적 측면도 있지만, 교회 입장에서는 한 주만 빠져도 월 헌금 수입의 25%가 줄어들기 때문이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의 정보와 동선을 축소하려는 잘못된 시도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명성교회는 A부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인 24일까지도 ‘주일예배 취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한편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면서 ‘세습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교회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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