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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흥민 父의 분노 "계약서 쓴 적 없다, 배신감에 참담"

손흥민 “심려 끼쳐 죄송…본연 역할에 최선”

“계약서 안 써…사인 권한 맡긴 적도 없어”

“손흥민 염두에 없었다면 계약 철회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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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7·토트넘)의 아버지 손웅정(57)씨는 에이전트사 ㈜스포츠유나이티드와는 “아예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 대표가 계약서라고 들이민 서류를 보고 나니 치가 떨려서 잠도 안 온다. 그 충격과 배신감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런던에 머무르고 있는 손씨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스포츠유나이티드의 장 모 대표와의 결별 과정을 밝히면서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손흥민 측이 계약 없이 신뢰만으로 10년간 관계를 이어온 장 대표 측에 결별을 통보했다(중앙일보 11월 22일 기사 참조)는 보도가 나오자 장 대표 측은 법무법인 한별을 통해 “손흥민 선수와 회사의 서명이 날인된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만약 장 대표 측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선수를 음해하거나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해 선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그때는 정말 내 모든 것을 걸고 대응하겠다”면서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계약서 안 썼다…사인 권한 맡긴 적도 없어”


Q : 스포츠유나이티드는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가 있다고 주장한다. 계약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나.


A : 계약서의 존재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 장 대표가 변호사를 선임해서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에 우리가 그 계약서를 요청했더니, 장 대표 측에서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를 보내왔다. 나와 흥민이 사인이 들어가 있고 내용은 일곱 줄에 불과한 달랑 한장짜리 계약서였다.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Q : 손흥민 선수가 아버지 모르게 직접 서명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A : 흥민이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한글은 다 읽을 줄 안다. 흥민이가 지난 7월 주변에서 자꾸 앤유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자 장 대표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는 절대 관계를 맺지 않겠다”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체결된 계약서 다 들고 와달라고 요청해서, 10년 넘는 동안 체결된 계약서를 다 받아서 확인했었다. 그때도 (스포츠유나이티드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에이전트 계약은 없었다.


Q : 어떤 식으로든 에이전트사에 위임한 적은 없나.


A : 에이전트사에 우리 서명을 대신 할 수 있는 권한을 맡긴 적이 절대 없다. 장 대표가 우리 일을 봐주는 동안, 우리는 광고, 출판 등 개별 건마다 10%의 금액을 (우리가 직접 계좌로) 지급해줬다. 계약서는 우리가 다 검토하고 사인했기 때문에 우리가 사인한 계약서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Q : 장 대표 측이 끝까지 계약서 존재를 주장한다면 소송까지 진행할 의향이 있나.


A : 거짓말탐지기 수사라도 의뢰해서 끝까지 가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선수 보호이고 선수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소송을 진행하면 중요한 시기에 흥민이가 얼마나 신경 쓰이겠나. 이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장 대표가 계약서를 들이밀었을 때 충격과 배신감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흥민이를 생각해서 장 대표가 흥민이와 관련해서 갖고 있는 모든 서류를 돌려받고 조용하고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 그러나 만약에 장 대표 측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선수를 음해하거나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한다거나 선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그때는 정말 내 모든 것을 걸고 대응을 하겠다.



“손흥민 염두에 없었다면 계약 철회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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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포츠유나이티드 측은 앤유와의 계약 체결에 대해 손웅정 감독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A : 장 대표 측에서 반박 기사를 낸 이후 자신들이 앤유 측에 보낸 내용증명과 앤유 측으로부터 인수계약을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받아서 보내왔다. 내용증명에는 스포츠유나이티드와 앤유 사이에 계약 내용이 담겼다. 우리는 본 적도 없는 ‘손흥민과 에이전트 계약을 수정해서 앤유와 신규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과 ‘12월 15일까지 앤유가 손흥민에 대해서 언론홍보를 하거나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당당하게 우리 흥민이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 비밀리에 진행할 이유가 있었겠나. 내가 동의해서 진행된 계약이었다면, 우리 측에서 강하게 반발했다고 투자자들을 유치하려고 설명회까지 개최한 118억짜리 거래가 이렇게 쉽게 철회가 되나. 또 흥민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둘 간의 비즈니스라면 우리가 빠진다고 해서 인수계약을 철회할 것은 또 뭔가.


Q : 계약 체결 사실을 사전에 직접 설명을 들었나.


A :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장 대표가 나에게 “한국 광고 시장은 포화 상태니 중국·홍콩 시장도 진출하고 흥민이 은퇴 후에 수입원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우리(스포츠유나이티드)만으로 힘이 좀 부족하니, 큰 투자사와 협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러면 좋겠지만, 그게 되겠나. 누가 은퇴한 선수한테 돈을 주나”라고 딱 여기까지만 말했다. 이걸 가지고 장 대표는 내 동의를 받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회사 이름조차도 몰랐는데 어떻게 이걸 법인 매각에 대한 동의라고 해석할 수 있겠나. 그리고 만일 나나 흥민이에게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우리 이름을 걸고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을 하면 동의했겠나.


Q : 스포츠유나이티드 측과 앤유와의 계약 체결 사실들은 언제 어떻게 알았나.


A : 지난 7월쯤엔가, 주위 사람들이 장 대표가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고, 흥민이한테 영향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들한테 “호들갑들 떨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장 대표가 흥민이 팔아서 뭐할 사람 아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민이가 “자꾸 이상한 소문이 들려와서, 장 대표에게 절대로 엔터 쪽 회사와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했다. 아빠 뭐 아는 것 있느냐” 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오해를 없애기 위해 모였다. 7월 말 흥민이, 나, 흥민이 엄마, 장 대표, T씨까지 모인 자리에서 내가 장 대표에게 “(우리와 관련 없다는 걸)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오해 없게 해달라”라고 했다. 장 대표는 그제야 앤유에 대해 말하고, “선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흥민이도 그 자리에서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다시 말했다. 그날 장 대표로부터 10년간 체결된 모든 계약서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원본이 아닌 사본을 가져왔다.



“결별 보도 후 장 대표 태도 보고 인터뷰 결심”


Q : 계약 체결 사실을 알게 된 뒤 어떤 조치를 했나.


A : 찜찜하기는 했지만, 장 대표를 믿었다. 그리고 법인 매각을 하라, 하지 말라 할 수도 없었다. 자기 회사를 자기가 매각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겠느냐. 다만 선수 본인이 엔터테인먼트 쪽과는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겠다는 뜻이 워낙 확고했기 때문에, 장 대표한테 그 계약에 우리 흥민이가 관여되지 않게 해달라고 지속해서 이야기했다. 심지어 10월쯤에는 선수 본인이 장 대표에게 “우리가 앤유 측과 전혀 관계가 없다”라는 내용의 서류를 써달라고 요청까지 했는데 장 대표는 알겠다고 해놓고 지금까지도 주지 않고 있다.


Q : 결별을 결심한 계기는.


A : 찜찜한 관계로 있다가 11월 중순쯤에 지인들로부터 앤유 측에서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개자료를 보니 흥민이에 관한 내용이 있더라. 그 회사가 투자자를 모집 중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선수 이름만 보고 투자를 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부터 장 대표에게 그 계약에 우리를 관여시키지 말 것을 분명히 요구했고, 지금도 관여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에 단순히 선수 이름만 보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알리게 됐다. 언론보도 후 저들의 반응을 보니, 상황은 어수선해도 지금 이 시점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관계를 정리한 것이 차라리 잘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Q : 결별 소식이 보도된 후 장 대표 측과 만난 적 있나.


A : 없다. 앞으로도 만날 일은 없다. 사실 결별 사실을 밝힌 후에도 마음 한편에는 “장 대표가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 후 장 대표의 태도를 보고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특히 계약서라고 들이민 서류를 보고 나니 치가 떨려서 잠도 안 온다.


Q : 스포츠유나이티드 측과 10년간 어떤 사이였나. 에이전트로서 어떤 역할을 했나.


A : 가족 같은 사이였다. 흥민이에게도 아버지같이 모시라고 했다. 비즈니스 관계로 보지 않고 인간적인 관계로 봤다. 외국 생활이 처음이었던 우리 가족을 살뜰히 챙겨줘서 흥민이가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축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말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 또한 진심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대했고, 금전적으로도 계약 건당 10%를 준 것 이외에 따로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이제는 미련도 없다.



손흥민 “심려 끼쳐 죄송…본연 역할에 최선”


Q : 현재 심경은.


A : 한 마디로 참담하다. 너무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정말 크다.


Q : 손흥민 선수도 충격받았을 텐데.


A : 인터뷰 전에 흥민이한테 괜찮냐고 물어봤다. 흥민이는 “나는 괜찮아, 엄마 아빠가 힘들어서 그렇지”라고 하더라. 내 속도 이런데, 자기 속은 어떻겠냐. 이번에 흥민이에게 “인생은 꽃길이 아니라 공사판이다”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항상 흥민이에게 하는 말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우리가 잘해서 이렇게 잘 된 게 아니라 운이 도와줘서 그런 거라고. 우린 잠깐 최고의 비단옷을 빌려 입은 것뿐이라고. 우리는 사유 불문하고 ‘손흥민’이라는 이름 때문에 피해자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Q : 에이전트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A : 내가 직접 하려고 한다. 이런 일을 겪으니까 세상이 정말 두렵고 무섭다. 일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돼서 조금 막막하긴 하지만 박지성 선수나 김연아 선수 케이스를 참고해서 흥민이를 전담할 에이전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에이전트 좀 못하면 어떤가. 흥민이가 공만 찰 수 있으면 된다. 나는 원래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가진 것 하나 없었기 때문에 흥민이가 축구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Q :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된 후 이적설이 제기됐는데.


A : 지금 흥민이가 새로운 감독님이 오셔서 경기에만 집중해야 할 때다. 다행히 어제(23일·현지시간) 경기는 결과가 좋았지만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이다. 지금 여기서 이적 문제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내 입장에서 판단 기준은 하나뿐이다. 연봉이 많고 적고가 문제가 아니다. 좋은 구단, 나쁜 구단도 없다. 흥민이가 구단에서 인정받으면서 행복하게 경기만 할 수 있으면 된다. 다른 거 없다.


손씨는 인터뷰 내내 “흥민이가 공만 찰 수 있으면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번 사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하늘에 맹세코”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유나이티드와의 결별 사실을 알린 것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절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선수 본인의 확고한 의지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운동선수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손흥민의 입장을 전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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