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가 훼방했다, 3조짜리 인도 무기수출 무산위기
한국 방산업계가 인도에 수출하려던 3조 원짜리 대공무기 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 인도가 해당 사업을 해외 도입이 아닌, 자체 개발로 추진하는 쪽으로 방침을 변경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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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인도 매체 ‘더프린트’(ThePrint)에 따르면 최근 인도 국방부는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특별 회의에서 자주방공포미사일시스템(SPAD-GMS)의 해외 도입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결정됐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에 맞춰 국산 자체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해당 매체의 설명이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와 업계는 7년간 비호복합 수출을 시도하다 헛물만 켠 신세가 된다. 비호복합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와 드론을 잡는 대공포와 미사일을 연계한 무기로, 대공포의 짧은 사거리를 저고도 단거리 요격 미사일로 보완하는 체계다.
2013년 개발돼 2015년부터 국내에 실전 배치된 이 무기 체계는 한화디펜스의 자주대공포 ‘비호’에 LIG넥스원이 생산한 지대공미사일 ‘신궁’이 장착됐다.
인도 군 당국은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역 5개 육군 여단에 해당 방어체계를 배치하기 위해 2013년 SPAD-GMS 사업 입찰 공고를 낸 뒤 2015년 기술평가 결과 발표, 2017년 시험평가 등의 절차를 밟아 왔다. 이 기간 한국 방산업계는 내수에서 수출 중심 구조로 방향 전환을 설정하고 비호복합을 내세워 인도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비호 복합 104대, 탄약운반차량 97대, 지휘용 차량 39대, 미사일과 탄환 각 4928발과 17만2260발 등으로 구성된 이 사업은 전체 규모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로 추산된다.
한때 수출에 청신호가 켜진 적도 있다. 인도 정부는 2018년 10월 비호복합을 가격협상 대상 장비에 단수 후보로 올렸다. 알마즈안테이의 업그레이드형 퉁구스카, KBPTULA의 판치르 시스템 등 이 분야 선두주자였던 러시아 업체와 3파전을 벌여 얻은 결과였다.
하지만 그 이상 진도가 나아가지 못했다. 예상대로라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종 계약 등을 거쳐 올해 내 무기 인도를 내다볼 수 있었지만, 러시아의 훼방이 변수로 작용했다.
러시아 당국은 비호복합의 단수 후보 선정 이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등 인도에 꾸준히 재평가를 요구해왔다.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노려 향후 방산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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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 들어 인도는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해 러시아산 무기의 재평가 여부를 줄곧 저울질해왔다고 한다. 인도 내에서 자체 개발 얘기가 나오는 데는 일단 러시아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피하고 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방산업계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엔 비호복합의 인도 수출에 각별한 공을 들여온 정부 차원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SDD)에 라즈 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을 참가국 중 유일한 장관급 인사로 초청하고 국무총리 접견까지 한 바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지난해 초 장관 명의의 협조 요청 서한을 인도에 보냈고, 지난 2월 인도에서 열린 ‘디펙스포(DEFEXPO) 2020’에 참석하는 등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2위 무기수입국 인도를 한국 방산업계의 주요 수출시장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의지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인도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건 없다”며 “비호복합이 인도가 제시한 성능 수준을 유일하게 만족한 데다 양국 장관의 협의가 이뤄져 왔던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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