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디즈니에 "넥슨 사라" 김정주 직접 찾아갔다
디즈니 관계자 만나 넥슨 인수 타진
“아이들·부모 사랑 받고 돈도 벌고”
창업 때부터 디즈니 같은 회사 꿈꿔
NXC 지분 인수비용 15조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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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51ㆍ사진) NXC 대표가 최근 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ㆍ이하 디즈니)’에 넥슨 인수를 타진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디즈니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자신과 부인 유정현 감사 등이 보유 중인 NXC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재팬의 지주회사로 넥슨재팬의 지분 47.02%를 갖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넥슨재팬의 100% 자회사다. ‘NXC→넥슨재팬→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익명을 원한 IB업계 관계자는 “NXC 지분 인수를 둘러싸고 그간 별다른 진전이 없자, 김 대표가 직접 마음에 드는 인수자를 찾아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말 마감된 NXC 지분 인수 예비 입찰에는 카카오와 넷마블 같은 정보기술(IT) 업체와 사모펀드인 KKRㆍ베인캐피털ㆍ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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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책 『플레이』에 소개된 김정주(51ㆍ사진) NXC 대표의 생각 중 일부다. 사실 김 대표는 일찍부터 넥슨을 디즈니처럼 키워내고 싶어 했다. 디즈니는 효과적으로 돈을 벌면서도 고객 집단인 어린이와 그 부모의 사랑을 받는다. ‘돈슨(돈만 밝히는 넥슨이란 의미)’이란 비난을 받는 넥슨과는 다르단 얘기다. 김 대표 스스로 넥슨의 콘텐트를 두고 “누군가에겐 불량식품 같은 재미”라고 말했을 정도다.
여기에 디즈니 컴퍼니가 세워진지 1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에겐 매력적이다. 그가 직접 디즈니 관계자를 만났다는 건 ‘마음에 드는’ 인수자라면 얼마든지 넥슨을 넘길 의사가 있단 뜻이기도 하다. 그간 IB 업계에선 ‘실제 매각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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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일부에선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넥슨재팬의 사내 유보금은 2조 468억원(2018년 말 기준)에 달한다. 게다가 주력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내 매출은 한 해 3조원에 이른다. 이달 18일 서비스 개시 예정인 넥슨코리아의 신작 게임 ‘트라하’는 400만명이 넘는 사전 예약자를 끌어 모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업종은 다르지만 아시아나항공도 1조~2조원이면 인수할 수 있다고 하는데, 15조원에 달하는 돈을 게임 회사 인수에 들일 대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콘텐트의 가치를 이해하는 디즈니를 적격자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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