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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원태 총수 내세운 한진, 앞으론 이명희 뜻이 결정적"

[단독]

공정위 시한 이틀 전 총수 지정

조양호 지분 승계 내용 없어

조현아·현민 삼남매 지분 비슷

"그룹전체 지배할지 지켜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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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家) 삼 남매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의사 합치를 이뤘다.


한진그룹은 조원태(44) 한진칼 회장을 그룹 총수로 내세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집단 지정현황 발표를 이틀 앞두고서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적시해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어떻게 승계할지에 대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지정을 위해 한진 측에 요구했던 자료가 들어왔다”며 “조원태 회장을 한진의 새 동일인으로 지목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자료에 포함돼 있다”면서 “신청서를 접수했으니 검토를 거쳐 동일인을 변경해 지정하는 절차를 포함한 대기업 집단 지정 결과를 예정대로 15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도 “공정위에 직접 가지는 못 하고 우선 스캔본으로 서류를 제출했다”며 “내일(14일)쯤 서류를 직접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5월 공정거래법상 중점 감독 대상인 대기업 집단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이때 대기업 집단은 총수인 동일인을 지정한다. 해당 그룹이 지정 신청을 하는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이다. 공정위는 주식 지분과 그룹 경영에 대한 지배력 등을 검토해 동일인 지정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한진그룹의 차기 구도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남매간 어떻게 합의를 봤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치열한 논의 과정이 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은 공정위가 지정한 발표일(지난 9일)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내부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재계에선 바로 삼 남매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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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양호 회장은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 유훈을 남겼다. 선친의 장례를 치른 삼 남매는 그 뜻을 따랐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조 회장의 장례를 마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조원태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조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 동생인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 간 잡음이 있을 거란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당시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원태 신임 회장 체제를 중심으로 한진그룹을 이끌어 나가자는데 가족 모두 빠른 합의가 있기에 가능했다”며 “그룹 내 혼란을 조기 진화하고 안정을 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란 산을 넘었지만, 공정위 동일인 지정 자료 제출 지연 이슈가 생기며 다시 삼 남매 갈등설이 등장했다.


삼 남매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갈등설의 배경이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34%에 불과하다. 조 전 부사장(2.31%)과 조 전 전무(2.30%)의 지분과 큰 차이가 없다.


고 조 회장의 유언장은 아직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 만일 유언장이 없다면 상속 비율에 따라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은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5.94%, 삼 남매에게 각각 3.96%씩 상속된다.


이 전 이사장이 그룹 지배력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이 전 이사장은 법무법인 광장을 찾아 공정위 관련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장 등 다른 가족이 그룹 계열 분리를 요구한다면 조 회장이 그룹을 지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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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향후 이명희 전 이사장이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의 경영권 불화설의 중심엔 이 전 이사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라며 “삼 남매는 지분을 비슷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명에게 모든 걸 몰아주고 이런 게 아니라 삼 남매가 지분을 보유한 채 현안이 있을 때 힘을 모으는 의미의 화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총수 지정을 했지만 결국 삼 남매의 어머니인 이 전 이사장의 의중이 앞으로 한진그룹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한진그룹이 조 회장을 차기 총수로 적시해 공정위에 서류를 제출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다만 삼 남매는 당장 아버지의 지분 상속을 위해 20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준비해야 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차기 총수 지정 이후 경영권 방어, 10월 말로 예정된 상속세 마련 방안 등 현안을 서둘러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일단 KCGI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힘을 합치겠지만, 그룹 전체를 조 회장이 확고하게 지배하는 것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ㆍ김기환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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