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욕하고 걷어차···'친절한 유정씨'의 돌변, 집만 오면 악마였다
[고유정, 체포 한 달④]
“층간소음 못 참아” 청주·제주서 갈등
이혼 전엔 남편폭행에 흉기 소동까지
전 남편 살해 당일 현장 사진 찍어
“인사성 밝고 말투 나긋나긋” 증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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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혀 다른 두 얼굴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집안과 집 밖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인 정황이 수사 결과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층간소음처럼 자신이 피해를 보는 일은 참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유정은 외부에선 깔끔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방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러 온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의 제주도 친가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1일 “고유정이 몇해 전 오전에 위층에 올라가 문을 두드리면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층간 소음을 항의할 당시 욕설을 하고 문을 발로 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유정이 평소 층간소음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현남편 A씨(37)와 거주해온 충북 청주의 아파트에서도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 주민은 “고유정이 지난해 11월 4일 입주민 커뮤니티에 관리소장에 대한 업무불만과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당시 관리소장은 답글을 통해 “전화 통화를 통해 입주민님께서 층간소음 문제로 많이 힘들어하셨음을 알게 됐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글이 남아 있다. 고유정은 비슷한 시기에 현남편 A씨에게도 위층에 올라가 층간소음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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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 쓰레기 널려…전남편 살해 날 사진도
고유정은 이번 범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평소 생활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숨진 전남편 강모(36)씨 측 변호인은 “고유정이 평소 집안에서 빨래와 설거지, 청소 등을 하지 않아 숨진 강씨가 도맡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유정은 집안일을 같이 하자고 해도 듣지 않았다”며 “본인이 먹은 음식을 치우지 않았으며 그의 방은 각종 쓰레기들이 널려 있어 냄새나고 지저분했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할 때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말끔히 현장을 치웠다. 당시 표백제나 베이킹파우더 등을 구매한 후 이를 이용해 현장을 말끔하게 치운 고유정은 범행 후 남은 물품을 환불받기도 했다.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하던 날 자신이 만든 카레 사진을 찍는 등 당시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확보한 고유정의 휴대전화 촬영 사진에는 직접 만든 카레와 졸피뎀 등 약을 넣어둔 파우치, 당시의 시각을 보여주는 시계 등이 찍혀 있었다. 검찰 조사에서 고유정은 이런 사진을 찍은 목적 등에 대해서 입을 닫았다.
고유정의 폭력성은 이미 이혼 전 결혼생활에서 드러났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숨진 강씨 측 변호인은 “고유정의 폭력성과 이상 행동은 2016년 11월 제기한 이혼소송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고 했다. 가족과 변호인에 따르면 고유정은 2015년 12월 어느날 저녁 자정이 넘어 들어와서는 ‘아기도 제대로 재우지 못하냐’며 폭언을 한 뒤 강씨의 얼굴과 몸을 손과 발로 수십 차례 때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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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름 알고서야 “너무 끔찍해”
강씨 측은 또 “당시 고유정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죽어버리겠다’면서 자신의 머리를 벽에 수차례 부딪치며 자해하고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와 위협했다”며 “강씨가 놀라 말리자 흉기를 쥐고는 ‘나를 죽여라’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이 같은 강씨 측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듣고자 했지만 고유정 측은 답변을 피했다. 앞서 고유정 변호인은 지난달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유정이 평소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들도 많다. 고유정이 살았던 청주 아파트나 어린이집 등에서 “인사성이 밝고 나긋나긋한 말투였다”는 말들이 나오는 게 대표적이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 3월 1일 청주의 한 어린이집 예비소집 당시 점잖고 예의가 바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목격자들은 “고유정이 반듯하고 조신했다” “꾸밈없어 보기 좋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유정이 10년 이상 거주했던 자택 인근 주민들 역시 “평소 인사성이 밝았다” “성실해 보였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인근 한 상인은 “걸음걸이가 차분하고 옷차림이 단정해서 요조숙녀처럼 보였다. 인사성이 밝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이름과 얼굴이 밝혀지기 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다. 너무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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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옷차림 단정한 ‘요조숙녀’
고유정이 주위 사람들을 신경써온 정황은 학창시절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유정과 대학을 함께 다녔던 지인 A씨(36)는 “대학 시절 고유정은 욕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주위 사람들이 욕하는 것 역시 싫어했다”고 했다. A씨는 2001년 고유정과 제주도의 한 2년제 대학에 함께 입학해 같은 과에서 공부했던 동기다. 고유정은 2년제 대학을 다닌 후 4년제 대학에 편입했다.
그는 “친구가 많은 데다 폭력과 폭언 등 폭력적인 성향은 전혀 없었다”며 “예전에 기억하던 모습과 너무 달라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정의 폭력적인 성향을 묻는 질문에 “고유정이 친구들에게 숨긴 건지, 나중에 성격이 바뀐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이병준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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