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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만든 '고양이 집사'들 "이 작은 생명체와도 공존 못 한다면"

14일 개봉 다큐 '고양이 집사'

수산시장부터 철거촌까지…

이들이 고양이에 빠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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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고양이가 콕 집어 의지하기로 결정한 사람. 14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고양이 집사’는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그런 사람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3년 전 한국‧일본‧대만 3개국 길냥이 삶을 담은 다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기획‧제작‧연출‧촬영을 몽땅 겸한 조은성(48) PD가 그 이상의 고양이 덕후 이희섭(43) 감독과 새롭게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을 서울 마포구 이 감독 자택에서 만났다. 이번 영화에 화자로 나선 이 감독의 고양이 ‘레니’도 함께했다. 영화 속 주인공뿐 아니라 제작진도 고양이에 흠뻑 빠진 집사들이었다.



"이 작은 생명체와도 공존 못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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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다큐 만들 때 테마가 공존이었거든요. 우리가 피부색, 성 정체성, 국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많이 한단 말이에요.”


이번 영화를 기획‧제작한 조 PD의 말이다. 그는 독립 다큐 ‘시민 노무현’ ‘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 더해 ‘60만번의 트라이’ ‘울보 권투부’ 등 스포츠에 얽힌 재일동포 사연을 꾸준히 전해왔다. “밖에 나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고양이들을 찍다 보니 이 작은 생명체와도 공존을 못 하는데 과연 사람끼리는 가능할까, 동물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자기 불편하고 싫어하면 없애려고 하는 주의잖아요. 압구정 모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를 지하실에 가둬 다 굶겨 죽인 사건도 있었죠. 이걸 보고 자란 아이들이 만들 세상이 너무 끔찍한 거예요. 독일속담에 고양이가 없는 마을은 조심해라, 하는 것처럼요.”



독일속담 '고양이 없는 마을 조심하라'


그는 2016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일본 촬영을 끝낼 즈음 현지에서 감독 데뷔작 ‘대관람차’ 촬영지를 헌팅 중이던 이 감독을 만났다. 이 감독은 ‘어떻게 헤어질까’ ‘캣데이 애프터눈’ 등 고양이 영화에 촬영감독으로 참여해왔다.


그렇게 둘은 2년 전 고양이 마을을 추진 중이던 춘천 효자마을부터 성남, 노량진, 부산 청사포, 파주 헤이리마을까지 고양이와 집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묘연(猫緣)’이 닿은 고양이들도 각양각색.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의 일편단심 바라기 ‘레드’, 그런 레드를 좋아하는 동네 싸움꾼 ‘조폭이’, 목줄에 묶여 살다 낯선 사람의 학대 후 탈출한 ‘이쁜이’….


“고양이를 찍는 게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이 감독 눈빛이 애정으로 빛났다. “다니는 길목을 관심 갖고 봐뒀다가 무조건 기다렸어요. 한 시간이고, 나올 때까지 쪼그려 앉아서요. 저는 유리한 게 워낙 발걸음도 조심조심 걷고 혼자 있는 게 일상이라 크게 심심함을 느끼지도 않거든요.”



길냥이 도시락 배달하는 중국집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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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는 처음인 그는 “오히려 사람 집사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힘들었다”면서 “고양이 때문에 행복하실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이 모두 떠난 성남 재개발 지역에서 터전을 빼앗긴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있는 이들부터 40년 넘게 머물던 서울 노량진 옛 시장에서 매일 쫓겨나길 반복하는 생선가게 할머니까지. 한 달에 자비 200만~300만원씩 들여, 자장면 대신 동네 길고양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춘천의 중국집 사장님은 반대하는 이웃과 부딪히며 하소연한다. “내가 없는 고양이 불러다 밥 먹인 것도 아니고 원래 있던 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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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PD는 “고양이 다큐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공간성, 마을이었다”면서 “사람들은 재개발되면 떠나면 되는데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계속 머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삶이 피폐해지고 커뮤니티가 말살돼도, 깨끗한 건물만 올라가면 살기 좋은 환경일까?”고 반문하면서다. “저희 영화 보면 주 무대인 춘천 효자동도 낙후된 마을이고 깨끗한 골목이 안 나온다”면서 “고양이들의 환경이 그렇기 때문이다. 유독 자기도 하루하루 벌어 먹고살기 힘든 분들이 더 애틋하게 매일 밥 주면서 고양이를 챙긴다”고 말했다.



고양이 집사 힘겨움까지 솔직하게


이 감독은 “그분들의 이야기에 거짓말을 조금이라도 보태면 안 될 것 같아 최대한 기교 없이 툭툭 던지듯이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효자마을에서 1년 사계절을 그리려다 고양이 마을이 잘 안 되고 다툼이 심해져서 떠나왔다”는 그가 이후 찾아간 곳들을 영화에 담은 순서에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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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가 임박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이미 사람들이 떠난 성남재개발지역으로 갔어요. 어떻게 보면 노량진의 미래인데, 성남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곳 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거든요. 부산 청사포 마을은 그렇게 해서 새로운 곳에 정착한 고양이들이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죠.” 그는 “고양이 마을이란 걸 한번 만들어볼까, 고양이랑 자연스럽게 같이 살 수 있을까, 그런 느낌으로 여행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다큐 '묘연'으로 반려묘 '레니'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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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춘천에서 식당을 오래 하셨는데 고양이를 키우셨어요. 새끼 때 안고 눈을 보는데 우주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조 PD가 고양이와 첫사랑에 빠졌던 순간이다. 그는 지금 길에서 자신의 다리에 매달린 아픈 고양이 ‘해피’를 입양해 함께 살고 있다.


“어릴 적 문경 시골집에 몸 녹이러 오던 고양이와 친해지며 마음을 쓰게 됐다”는 이 감독은 스무 살 때 서울에 와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정식 ‘집사’가 됐다. 지금 1년째 함께 사는 한 살 반 ‘레니’는 이번 다큐 촬영으로 인연을 맺었다. 임시보호처를 전전하다 폐렴을 얻어 목소리가 다 쉬어버린 고양이를 맡아달란 부탁이 시초였다. “그전 집에선 되게 소심하고 겁도 많았는데 희한하게도 우리 집에 와선 첫날부터 편안하게 거의 드러눕더군요.”



캣대디 마동석, 캣맘 임수정 영화 꿈꿔


두 사람은 고양이에 관한 단편 3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도 구상하고 있다. 부산 온천장 철거촌에서 길고양이 다큐를 찍고 있는 강민현 감독과 셋이 뭉쳤다. 이 감독의 꿈은 “고양이영화, 음악영화를 해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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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를 했다는 조 PD는 “평생 파야 할 주제가 스포츠와 고양이 딱 두 가지”라고 했다. 그는 “고양이를 만나서 삶을 변화시킨 사람들에 관한 극영화도 구상 중”이라며 희망 캐스팅으로 배우 마동석‧임수정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마동석은 실제로 고양이를 구조해서 키우는 ‘캣대디’, 이번에 내레이션을 맡은 임수정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심한 데도 마스크 쓰고 약 먹어가며 동네 고양이들 밥 챙기는 ‘캣맘’이란다.



"적어도 죽이거나 쫓아내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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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PD는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길에 사는 동물들까지 챙기느냐는 분들이 계시다”며 “그분들한테 챙겨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대신 챙겨주는 분들을 뒤에서 욕하거나 공격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원래 그 지역에서 살던 고양이들을 적어도 죽이거나 때리거나 쫓아내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쥐랑 살 것이냐, 고양이와 살 것이냐 하면 답은 명확하다. 동물을 향했던 칼끝은 언젠가는 사람한테 피해가 온다. 동물 학대에 관한 법이 더 강력하게 개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감독은 “사람보다 동물을 우선하자는 게 아니라 같이 잘 살자는 이야기”라 강조했다. “영화를 보고 저들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유가 뭔지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실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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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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