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터뷰]’육아휴직 아빠와 7살 딸’ 좌충우돌 192일의 세계여행
눕터뷰
이재용(41)·이서윤(7) 부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월간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위해 아빠는 과감하게 육아 휴직을 결심했다. “2018년 기준 약 10만명이 육아 휴직을 사용했는데 아빠의 비율은 18%입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46.7%나 증가한 수치죠. 제가 조직 내에서 두 번째 휴직자였는데 눈치가 많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료들은 잘 다녀오라며 응원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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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저런 활동들도 많이 시키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도 넉넉하다고 여겼죠.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었을 때쯤 어린이집과 학원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루에 겨우 2~3시간 함께하거나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는 걸로 만족하는 날이 많아졌죠. 돈으로 부모의 역할을 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마음속에 자리했습니다. 지금이 소중함을,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이 부모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란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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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둘만의 시간을 보낸 적은 많았지만 엄마 없이 잠들어 본 적은 없는 아이였다. 아빠는 독박육아의 두려움 대신 동영상을 보며 예쁘게 머리 묶는 법을 먼저 연습했다. 계획은 심플했다. ‘서쪽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 ‘서윤이가 아프거나 집에 가고 싶어하면 바로 돌아올 것’, ‘예산은 2000만원까지’. 이렇게 부녀의 192일간의 세계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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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지인 네팔에는 아내 김순덕(38) 씨도 둘의 여행을 응원하기 위해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함께했다. 안나푸르나에서 일주일간 여행을 마치고 서윤이는 엄마와의 첫 이별을 경험했다.” 의외로 담담하게 ‘엄마 안녕’이라고 말했어요. 오히려 눈물이 흐르는 저를 안아주기까지 했고요” 부부는 오래전부터 아이에게 유일하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을 ‘다양한 경험’이라고 정해놨었다. “아이가 이번 여행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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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소로 가는 비행기 표 말고는 계획된 것이 없었다. 모든 여정은 아이와 함께 결정했다. “서윤이는 서쪽으로 간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로 갈지 정했죠. 장소보다는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로 다음 행선지를 향했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그저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처럼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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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빠에게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이란 것이 숙제처럼 남아있었다. “제 입장에서만 여행을 생각했습니다. 놀이동산, 워터파크 등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을 규정하고 만족을 줘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 생각은 조지아 트빌리시의 한 놀이터에서 와장창 깨지게 됐다. “또래 친구를 만났는데 전혀 다른 모습의 서윤이를 발견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잘 어울리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말이 통해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모습에 놀랐다고도 했다. “이전까지 서윤이는 제 다리 뒤에 숨어 무언가를 요구하던 아이였어요. ‘아빠 이거 하고 싶어, 아빠가 영어로 전달해줘’ 등. 그런데 놀이터에서는 먼저 다가서서 대화하더라고요” 아이들은 다음날 다시 만날 약속을 정했다고 했다. 서윤이가 착각했으면 어쩌지 반신반의하며 도착한 놀이터에는 어제의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며칠간 아이들이 함께했습니다. 서로 하는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요. 이 여행으로 성장할 서윤이가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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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개월 차에는 스페인 말라가에서 한 달 살기를 결심했다. “배낭 무게 때문에 갖지 못했던 물건들도 사고, 당장 해야 할 예약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떠돌이 삶에서 안정된 삶으로 옮겼지만 아이와의 24시간은 힘에 부쳤다. “아이는 하루에도 수천번씩 아빠를 찾았어요. 말 안 듣는 미운 일곱 살과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간혹 버럭하기도 하고 TV를 틀어주기도 했어요”. ‘소리 지르고 TV나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많을 거란 생각에 영어 학원에 보냈다. “잠깐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크게 도움이 되었어요. 잠깐씩의 헤어짐을 겪으면서 우리 부녀는 더 가까워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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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혼자, 그것도 딸을 데리고 여행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자 화장실에 혼자 보내고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기도 하고, 모로코에서는 유괴의 두려움에 떨기도 했어요” 아빠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는 여행 내내 혼자 샤워를 하고 사람들에게 스스로 다가서는 일이 많아졌다. “캐나다에 입국 심사할 때 남자 혼자 아이와 여행하는 게 의심스러웠는지 관계자가 꼬치꼬치 캐묻는 거예요” 당황할 법도 한데 서윤이는 “아빠와 함께 멋지고 신나는 세계 여행 중이다”하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마지막엔 ‘왜 이렇게 질문이 많냐’고 까지 하더군요.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들은 192일 동안 네팔, 아랍에미리트, 조지아, 터키, 헝가리,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체코, 스페인, 포르투갈, 안도라, 프랑스, 모로코, 영국, 노르웨이,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총 19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아이는 혼자 가방을 싸고 식당에서 주문도 막힘없이 해냈다. 발레리나, 플라밍고 무용수, 요리사, 뮤지컬 배우 등의 꿈도 생겼다. “스쳐 가는 꿈일 수도 있겠지만 변해가는 아이의 순간을 바라보는 게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 어느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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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알려주는 아이와 떠나는 세계여행 TIP
▶예방접종은 출발 두 달 전부터 순차적으로 맞아야 한다.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맞는 것에는 황열, A형간염, 콜레라, 장티푸스, T-dap(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예방약)말라리아가 있다.
▶아이와 손을 잡고 움직여야 하므로 캐리어 가방보다는 배낭이 유용하다. 70ℓ 배낭을 항상 20kg 이하로 유지했다. 20kg 이상의 경우 항공사에서 추가 요금을 징수하기 때문. 아이도 10ℓ 배낭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무언가를 살 때면 그 무게만큼을 버려야 했고 이 원칙은 아이도 꼭 지켰다.
▶의류는 각각 긴 팔·반 팔 한 벌씩, 잠옷, 수영복, 양말 세 쌍, 속옷 세 개, 모자 한 개, 운동화·슬리퍼 한 켤레씩과 아이용 한복도 챙겼다.
▶여권, 국제면허증, 개인 의약품은 필수. 여권 사진도 예비용으로 5장 정도 준비하면 좋다.
▶동화책을 챙겨가거나 현지에서 다양한 언어의 동화책을 사는 것도 추천.
▶잦은 유심 교체를 위한 뾰족한 침과 빨랫줄로 쓸 수 있는 긴 끈을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세계사 공부를 하고 가면 아이와 대화 소재가 풍부해진다.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영상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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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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