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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자살에 정치권 패닉...진보진영 재편으로 이어지나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자살을 한 23일 정치권은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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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말을 잇지 못했다. 사망 소식 직후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날 오전 11시 예정됐던 교섭단체대표 회동은 취소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함께 방미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전혀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며 "80년대 노동, 민주화 운동의 동지인데 너무나 아까운 분을 잃게 돼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날 밤 그에게 마지막 술을 내가 대접했는데 과거 노동운동 하던 이야기를 하며 유쾌한 모습이었다"며 "너무 마음이 안타까워서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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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긴급회의를 연 정의당은 노 원내대표의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고인은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또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 원내대표 사망과 관련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드루킹 특검은 애초 특검의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표적수사를 했다"며 "여론몰이식으로 진행된 수사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유감을 표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정의당은 장례식을 정의당장(葬)으로 5일간 치르기로 했다. 이정미 대표가 상임장례위원장을 맡으며,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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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참석 중이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무너져 내린 명예와 삶, 책임에 대해서 인내하기 어렵다는 선택을 했는데 저 자신도 패닉 상태"라며 "솔직히 청문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과 정파를 넘어 수많은 국민들께 존경과 신뢰를 받아온 정치인이었다"며 "말로는 다 못할 슬픔이 앞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 원내대표의 사망이 향후 진보진영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 상승 이슈와 함께 진보진영의 양대 축으로 평가되던 노동계와 중소상공업계 등의 분화 조짐과도 맞물려 있어서다. 진보의 상징으로 간주되던 '도덕성'마저 균열되면서 "기존 진보 정치권 역시 썩은 건 마찬가지 아니냐. 이젠 진보의 교체도 불가피하다"라는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을 누르며 "실질적인 제1야당"을 자처하던 정의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 원내대표가 유서를 통해서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 진보정당이 10여년간 어렵게 끌어올린 지지기반도 흔들릴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전했다.


노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정의모임)'은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됐다. 지난 4월 출범한 평화정의모임은 노 원내대표를 포함한 정의당 6명과 민주평화당 14명의 의원이 모여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의원 수 20명)을 간신히 충족했다. 무소속 의원이 평화정의모임에 추가로 입당하지 않는 한, 국회는 이제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평화정의모임 소속 상임위원장(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은 본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됐기 때문에 당분간 유지되지만, 간사는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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