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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먼저 꼬셨잖아"···검은옷 입은 218명이 모였다

‘다 너를 좋아해서 그래’ ‘아직도 MeToo? 이제 지겹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정상적인 여자라면 당장 그만뒀어야죠' '네가 먼저 꼬셨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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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전 세계적으로 미투 열풍이 뜨겁게 불었던 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런 말을 들으며 주저했다. 지난 10일 1시 서울 종로 다시세운광장에선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주관한 '#미투, 세상을부수는말들' 집회가 열렸다. 2018년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218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들 앞에 놓인 팻말엔 성폭력 피해자를 더 힘겹게 했던 말들이 쓰여 있었다. 이날 행사에선 상·하의 모두 검은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먼저 검은 천을 얼굴 전체에 두르고 팻말을 들고 침묵 행진을 하고서 다시세운광장에 모였다. 광장에서 8열로 줄을 맞춰선 참가자들은 동시에 얼굴에 두른 천을 하늘로 추켜올린 후, 검은 피켓을 격파했다. 이후 조각난 피켓을 밟고 218명 전체를 덮는 크기의 현수막을 머리 위로 다 함께 들었다. 이 현수막엔 "당신이 바뀔 때까지 미투는 멈추지 않는다"고 써있었다. 이 퍼포먼스는 성평등을 저해하는 말들을 부수고, 그 위에 서서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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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가자들은 검은 피켓에 자신에게 미투운동을 가로막았던 말을 직접 마커와 붓으로 쓰기도 했다. 팻말에는 다양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미투? 꽃뱀들이 좋아하겠네' '피해자 맞아?' '다 지난 일 가지고'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야?' '한쪽 말만 들으면 안 돼' 등 일상적으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시위를 보러 일부러 세운상가를 찾았다는 김모(30)씨는 "올 한해 꾸준히 미투 열풍이 분 것이 새삼 감사하다"며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다시 성평등의 본질을 생각하게 됐다. 다음 미투 관련 집회엔 꼭 참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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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측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를 가로막고 위축시키고 억압했던 그들의 말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썩어 빠진 검은 장막을 걷어내겠다"며 "국가에 드리워진 무관심과 안일함 역시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미투 관련 집회는 12월 1일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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