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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피부 관리의 첫 걸음은 화장품 선택? 거울이 먼저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1)

보통 쇼핑은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품정보 홍수 시대에 남자에게도 쇼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떻게 하면 쇼핑을 잘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발품과 손품을 팔아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라고 나름 정의를 내려본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은 불혹 직장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쇼핑 필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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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번이나 거울을 보는가? [사진 photoAC]

분명 중학생일 때까지는 피부가 괜찮았다. 고3 수험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는데,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주변 모두가 여드름이 나고, 그 누구도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하던 시절이라 내 취미는 여드름을 손으로 짜기였다. 피부과 의사가 들으면 기겁을 할 이야기다. 대학 시절은 늘 얼굴이 발그레 취해 있어 피부에 관해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남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던 군대 시절에 처음으로 피부 관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아침이면 늘 관물대에서 무언가를 꺼내 얼굴에 정성스럽게 바르던 전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던 군복무 시절, 무엇이라도 흥밋거리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던 차에 피부관리하던 그 전우가 보인 것이다. 사실 그 친구는 피부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늘 아침저녁으로 적어도 3가지 이상을 얼굴을 정성스레 발랐다. 스킨로션만 있는 줄 알았던 세상에 참 많은 ‘바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했고, 나의 관심은 멀어졌다.


사회초년생 딱지를 떼고 어느 정도 회사 욕도 하게 될 무렵, 유명한 피부과 의사가 TV 예능프로에 나와 남자는 선크림만 제대로 발라도 피부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해 화제가 됐다. 쉽고 단순한 목표를 받은 많은 직장인 남성이 선크림을 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습관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 이틀 선크림 바르기를 까먹고, 결국은 원상태로 돌아오고 말았다. 나의 작심삼일을 보던 동료가 혀를 끌끌 찼다. 그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신입사원 때부터 책상 위에 미스트를 갖추고 틈만 나면 뿌려 화제의 중심이던 인물이다. 물론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나의 뷰티 멘토다.


“비결이 뭐야?”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답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수분, 보습과 탄력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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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뷰티 멘토는 설명을 시작했다. 30대부터는 안티에이징을 목적으로 피부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피부의 촉촉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스킨을 바르는 게 중요하다. 다만 스킨만 쓰면 안 되고, 그 위에 막을 덮어서 수분이 나가는 걸 방지해야 피부가 편안해지는데 그게 바로 보습 상태다. 로션이나 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은데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적당히 점도가 있는 것, 유분이 많은 사람은 가벼운 젤 타입의 크림을 발라줘야 한다.


그리고 거울을 보면 왠지 모르게 늙은 것 같고 주름이 늘었다고 느끼면 밤에 탄력 관리를 해야 한다.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는 피부 재생이 되는 시간이다. 야근이나 술자리 때문에 시간이 없더라도 자기 전에 탄력, 주름개선 기능성 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다. 아이크림까지 바르면 좋겠지만 잘 안 되는 거, 귀찮은 거 아니까 탄력 크림 하나만이라도 바르자고 한다.


특히 남자 피부는 여자보다 두꺼워서 주름이 잘 티가 안 나지만, 안쪽부터 노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탄력 관리를 한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사소한 습관이지만 로션이나 크림 하나 더 발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지나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나는 생일선물로 받은 남성용 브랜드 화장품을 사용 중이었다. 이것저것 바르기 귀찮은데 마침 받은 선물이 로션과 스킨을 하나로 합친 상품이었다. 뷰티 멘토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도 좋은 상품인데, 가격대가 높으니 차라리 로드숍 화장품에서 기능이 좋은 것을 사서 아끼지 않고 바르는 것도 좋다고 했다.


로드숍 화장품 중에는 국내 굴지의 화장품 계열사 브랜드도 있고, 같은 연구소와 생산공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화점에서 파는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선택은 나의 몫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확실한 것은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이든 저가 화장품이든 꾸준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나 뭐부터 사야 해?”이번에도 뷰티 멘토는 거침없이 답해 주었다. “거울부터 사. 나는 남성들이 조금 더 거울을 더 보는 버릇을 하고, 여자친구나 누나, 엄마가 사다 주는 남성용 ‘아무’화장품이 아닌, 본인이 주체적으로 골라서 쓸 줄 아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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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어디서 사지?’ 간결한 목표에 나의 쇼핑 본능이 자극됐다. 생각해보니 거울로 유명한 브랜드, ‘거울계의 명품’ 이런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백화점을 한 바퀴 돌아봤다. 가구 코너에 있는 편집숍을 하나 발견했으나 화려한 디자인이 내가 찾던 소박한 것과는 차이가 컸다. 무엇보다 거울에 지출할 수 있는 내 한계 비용을 넘어섰다.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싸고 재미난 것이 많았으나 쉽사리 결제창에 손이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몇천 원짜리 거울 사는데 3000원에 가까운 배송비를 결제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쇼핑의 끝은 ‘다*소’다”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 난 ‘다*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 오히려 고민했다. 무엇보다 핸디형과 스탠드형을 두고 고민했는데, 결국 작은 스탠드형 거울을 선택했다. 올려두고 얼굴에 뭐라도 찍어 바르려면 말이다.


지금 내 회사 서랍에는 접이식 스탠드형 거울이 숨어 있다. 당당히 책상에 올려진 비타민과 유산균을 먹을 때 몰래 올려두고 피부 상태를 한번 본다. 그리고 늘 반성한다. 오늘 밤에는 꼭 크림을 바르고 자리라.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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