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서 더 힙하다…세계 명화로 꽉 채운 900평 벙커의 정체
서울 마포의 문화비축기지. 옛 석유비축기지를 활용한 공간이다. 사진의 커뮤니티센터는 석유 탱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는 나온 철판을 활용해 세운 건물이다. 백종현 기자 |
화물 컨테이너를 쌓아 올려 만든 스위스 취리히의 프라이탁 매장, 오래된 구세군 보호소 건물을 개조한 미국 시애틀의 에이스호텔, 플라스틱 페트병 150만 개를 활용해 만든 대만의 전시관 에코아크…. 전 세계적인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명소들이다.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업사이클은 여행에서도 중요한 테마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에도 매력적인 업사이클링 시설이 여럿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2월 가볼 만 한 곳 ‘다시 태어난 여행지’ 가운데 4곳을 추렸다.
이제 석유는 없지만 - 문화비축기지(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의 전경. 거대한 탱크들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사진 문화비축기지 |
상암월드컵경기장 맞은편 ‘문화비축기지’는 옛 마포석유비축기지를 활용한 공간이다. 1973년 ‘석유파동’ 뒤 비상사태를 대비해 석유를 보관하던 장소. 아파트 5층 높이 탱크 5개에 약 7000만ℓ의 석유를 보관하다 2002한일월드컵을 앞둔 2000년 시설을 폐쇄했다.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 시설(T1∼T5)이 지금은 문화 공간이 됐다. 이를테면 T1은 전시장으로, T2는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T3는 탱크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카페와 생태도서관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T6)는 석유 탱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는 나온 철판을 활용해 세운 건물이다. 녹슨 철판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외관 덕에 TV드라마 ‘스타트업’에서는 ‘샌드박스’라는 가상 회사의 건물 외관으로 등장했다.
빛과 미술 – 빛의 벙커(제주도)
제주도 서귀포의 빛의 벙커. 빔프로젝터 90대가 벽과 바닥을 캔버스 삼아 거장의 명화를 투사한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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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 시설로 통하는 ‘빛의 벙커’는 원래 국가기간 통신 벙커였다. KT가 1990년 서귀포시 성산읍에 지은 해저 광케이블 관리 센터가 2018년 11월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거듭났다. 약 3000㎡(900평)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 안이 지금은 거장의 명화로 꽉 차 있다.
현재 모네, 르누아르, 샤갈, 클레 등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전시하고 있다. 빔프로젝터 90대가 벽과 바닥 등에 영상을 투사한다. 웅장한 음악이 조화를 이뤄 몰입을 높인다. 개관 이래 누적 관람객이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 빛의 벙커 옆에는 제주커피박물관바움이 들어서 있다. 옛 사무실과 숙소동을 활용해 2015년 문을 열었다.
폐광의 대변신 - 삼탄아트마인(강원도 정선)
폐광에서 문화 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삼탄아트마인. 석탄을 운반하던 옛 조차장 시설은 영화, TV드라마 촬영지로도 명성이 높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삼탄아트마인의 전신은 1962년 설립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다. 약 40년간 광부들이 무연탄을 캐던 곳이다. 석탄산업의 쇠퇴로 2001년 폐광 뒤 10여 년 방치돼 있다가 2013년 문화예술 공간 삼탄아트마인으로 부활했다.
탄광 시절 사무공간과 운전실 등이 있던 종합사무동은 현대미술관을 갖춘 삼탄아트센터로 모습을 바꿨다. 광부 300여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던 공동 샤워장 두 곳과 장화를 닦던 세화장 등은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역사의 흔적이다. 석탄을 옮기는 데 썼던 수직 갱도와 조차장 시설도 보존돼 있다.
신비로운 동굴 탐험 - 활옥동굴(충북 충주)
충주 활옥동굴. 투명 카약을 타고 동굴 속 호수를 누빌 수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충주호에 있는 활옥동굴은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다. 1900년 발견됐고 일제강점기 개발을 시작했다. 한때 8000여 명이 일하던 이곳은 값싼 중국산 활석이 들어오면서 폐광했다.
방치된 활옥동굴이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갱도 2.5km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을 설치하고, 공연장과 건강테라피존 등을 마련했다. 활석을 채취할 때 사용하던 권양기 같은 시설은 그대로 남아있다. 동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다.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동굴 속 호수를 누빌 수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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