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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중앙일보

"깨어나보니 내연녀 살해"…재벌 사위 된 소지섭의 '자백'

26일 개봉 스릴러 영화 '자백'

스페인 원작 vs 한국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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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양신애 역의 김윤진은 원작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보다 더 부각된 감정 연기로 극중 두뇌 싸움에 새로운 변수를 제공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반전을 거듭하는 촘촘한 ‘이야기’가 관객을 끌어당긴다. 697만 관객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 ‘럭키’(2016), 529만 관객의 ‘완벽한 타인’(2018)은 이런 기발한 각본 덕에 중급 예산으로 흥행 대박 난 작품들이다.


각각 일본·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으로, 탄탄한 각본과 잘 구축된 캐릭터로 해외에서 먼저 입소문 난 원작을 발굴해 한국 무대에 잘 녹여냈다. 팬덤이 강한 유명 원작보다 한국 리메이크판 연출과 연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6일 개봉한 소지섭‧김윤진 주연 스릴러 ‘자백’은 바로 이런 공식을 따른 작품이다. 원작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 국내에선 2017년 개봉해 9만 남짓한 관객을 모았다. 스타 캐스팅이 없는 해외 수입 영화로서는 준수한 성적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세 번째 손님’이란 제목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다. 호텔방에서 내연녀 살해 용의자로 검거된 기업가가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에게 3시간 동안 무죄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윤곽이 거듭 뒤집히며 숨은 진실이 드러나는 내용이다.

스페인 원작엔 없던 재벌집 사위 설정

‘자백’은 해상 마약 범죄 소재 영화 ‘마린보이’(2009)로 데뷔한 윤종석 감독이 각본을 겸해 리메이크했다. 원작에 한국 사회의 익숙한 설정을 더해 인물의 동기를 더욱 강화한 게 특징이다.


주인공 유민호(소지섭)가 촉망받는 IT기업가일뿐 아니라, 재벌집 사위란 설정을 가미한 게 한 예다.


불륜 폭로 협박을 받고 간 호텔방에서 의문의 습격을 받고 깨어나 보니 내연녀 김세희(나나)가 살해당해있었다는 그의 주장 뒤엔 아내와의 이혼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욕망이 강하게 묻어난다. 극 중 난관을 해결하는 대목마다 그가 상당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도 부각된다. 관객이 유민호의 주장을 쉽게 믿기 힘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런 상황에서 변호사 양신애(김윤진)가 새로운 가설들을 제시하며 전혀 다른 사건 재현 영상이 펼쳐진다. 원작에선 유부녀였던 내연녀 캐릭터를 미혼으로 바꿔 좀 더 사건과 밀접한 사실들을 다투게 한 것도 한국판의 두뇌 싸움 밀도가 높아진 요인이다.


변호사가 용의자를 믿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완벽한 무죄 진술을 만들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털어놓으라고 종용하는 큰 틀은 원작과 같지만, 그로 인해 드러나는 진실의 세세한 부분들은 한국 실정에 맞춰 보다 설득력 있게 변화시켰다.

촘촘 반전…연극처럼 사전 리딩·리허설

극중 주요 캐릭터의 변장 설정을 덜어낸 것도 개연성을 중시하는 국내 관객의 눈높이를 고려한 판단이다. 윤종석 감독은 24일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인물들의 감정의 깊이가 원작과 가장 명백한 차이”라 짚었다.


캐스팅부터 중요했다. 원작보다 눈치 빠르고 행동력 강한 캐릭터로 거듭난 유민호 역의 소지섭은 대중이 평소 그에게 가진 “착실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양신애 역의 김윤진은 변호사다운 냉철함에 더해 원작보다 더욱 풍부하게 변화하는 심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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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로 주목받은 배우 나나가 영화 '자백'에선 사건이 다른 각도로 재현될 때마다 180도 달라지는 세희 역을 열연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내연녀 세희 역의 나나의 변신도 눈에 띈다. 두 주인공이 각기 다른 진실을 내놓을 때마다 재현 영상 속 이미지가 시시각각 바뀌는데, 나나가 이를 잘 소화해냈다. 서로 다른 스타일과 대사 톤을 맞춰보기 위해 배우들이 연극처럼 사전 리딩‧리허설을 충분히 갖기도 했다.

권일용 "실제 프로파일러 대화 분석과 비슷"

두 주인공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장소를 원작의 도심 아파트에서 재벌 처가 소유의 외딴 호숫가 별장으로 바꾼 것도 장르적 재미를 위한 선택이다. 고전 추리극 무대 같은 분위기에 더해, 서서히 변화하는 인물 간의 역학 관계가 고립된 장소 덕분에 더욱 긴장감 있게 다가온다.


개봉에 앞서 19일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범죄 사건을 둘러싼 심리 묘사에 대해 “실제 제가 경험했던 현장에서의 대화 분석과 굉장히 비슷했다”면서 “실제로 프로파일러들이 사건을 분석할 때 어떤 가능성을 갖고 가지 치기를 해가면서 해당하는 증거를 찾고 진행하기 때문에 굉장히 놀라운 방식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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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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