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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vs 김혜수, 50대 배우들의 '완전 다른' 스타일 대결

'부부의 세계' 김희애의 우아한 페미닌 룩

'하이에나' 김혜수의 복고풍 매니시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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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의 드라마를 꼽으라면 '부부의 세계'(JTBC)와 지난주 종방한 '하이에나'(SBS)가 먼저 떠오른다. 두 드라마 모두 걸출한 50대 여배우들이 주인공이다. '부부의 세계'에선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의사 지선우 역의 김희애가, '하이에나'에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돈을 벌기 위해 변호사가 된 '정금자' 역의 김혜수가 스토리를 이끈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두 배우의 농익은 연기와 함께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건 이들의 패션이다. 배우 인생 내내 우아한 패션 스타일을 보여줘 온 김희애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역시 고급스럽고 절제된 스타일로 완벽주의자인 아내이자 의사인 선우의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고 과감한 패션센스로 '레드카펫의 여왕'으로 군림해온 김혜수는 이번엔 쾌활함과 당당함을 무기로 한 변호사로 변신해 새로운 중년 여성 스타일을 제시했다.


'김희애의 우아함' 그대로 이어받은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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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그레이스 켈리라고 할 만큼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우아한 페미닌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인 박명선 대표(스타일링바비)가 김희애의 패션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김희애는 늘 우아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역시 실크 블라우스 또는 니트 스웨터 상의에 무릎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미디 길이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원피스에 트렌치코트를 입는 등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소재도 캐시미어·면 등 천연 소재 위주로 선택하고, 무늬나 패턴이 거의 없는 단색만 선택한다. 색상은 주로 짙은 초록·파랑 등 어두운 톤의 뉴트럴 컬러를 중심으로 흰색·검정·회색의 무채색을 섞어 입는다.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색상 배합으로만 변주를 줘서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더하는 스타일링 법이다. 화려한 파티장에서도 그는 베이지색 터틀넥 니트에 크림색 원피스를 입어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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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출하는 액세서리도 콘셉트는 동일하다. 진주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하며, 가방은 늘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의 토트백(핸들이 달린 가방)을 드는데 색상 역시 옷과 비슷한 짙은 청록·갈색·검정 등을 선택해 튀지 않도록 했다. 박명선 스타일리스트는 "여배우에겐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 어두운 톤의 페미닌 룩을 절묘한 색상 배합으로 단아하고 우아한 이미지로 잘 풀어냈다"고 평했다.


'정금자' 입고 파격 변신한 김혜수


반면 김혜수는 바지 슈트 위주의 매니시 룩을 기본으로 원색 계열의 화려한 색만 선택해 자유분방하고 ‘튀게’ 입었다. 기본적인 스타일은 셋업 슈트(상·하의를 세트로 만든 정장)다. 여기에 복고풍 요소들을 더해 기존의 법조인 패션과는 다른, 자신만의 변호사 패션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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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슈트 색상은 와인·빨강·파랑 등 선명하고 화려한 색을 주로 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재킷 안에 즐겨 입는 블라우스 역시 빨강·분홍 같은 튀는 색들이 주로였는데, 특히 커다란 칼라가 특징인 ‘디스코 칼라’를 재킷 위로 꺼내 입는 복고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줬다. 가끔은 지퍼 달린 트레이닝복 상의를 재킷 안에 입거나, 풍성한 소매가 달린 블라우스 위에 반소매 재킷을 입는 등 선입견을 깨는 스타일링법도 연출했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정금자 스타일은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인 패션 트렌드의 집합체다. 복고는 이미 몇 년 동안 세계 패션업계를 주도해온 핵심 트렌드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셋업 슈트와 생로랑·빅토리아 베컴·파코라반 등 유명 해외 브랜드가 2020년 봄·여름 컬렉션으로 내놓은 디스코 칼라 블라우스를 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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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자 패션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액세서리 착용법이다. 가방은 변호사답게 서류가방을 주로 들지만, 잠금장치를 죄다 풀어놓은 털털한 상태로 어깨에 걸쳐 맨다. 휴대폰 역시 긴 줄이 달린 케이스를 씌워 가방처럼 늘 어깨에 메고 다닌다. 8년째 김혜수의 의상을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이보람 이사(인트렌드)는 “이번 드라마에서 김혜수씨는 철저하게 자신을 지우고 ‘정금자’이고 싶어했다. 잠금장치를 열고 다니는 가방이나 핸드폰 줄은 거친 인생을 사는 하이에나처럼 주변에서 뭐라든 ‘가장 일하기 좋은 상태로 세팅돼 있는’ 정금자의 태도를 표현하는 장치들”이라고 설명했다. 옷을 바꿔 입어도 늘 똑같이 착용하고 나오는 금목걸이·금반지 역시 돈을 좋아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소품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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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선 스타일리스트는 김혜수의 정금자 패션에 대해선 “컬러풀한 셋업 슈트는 지금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중년의 배우가 이런 스타일을 시도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여유 있는 루즈핏 재킷과 복고풍 블라우스는 중년 세대가 입었을 경우 뚱뚱해 보이거나 옛날 옷을 꺼내 입은 것처럼 보이기 쉬운데, 이를 세련되게 잘 소화했다는 평가다. 그는 이어서 “정금자 스타일로 슈트를 입을 땐 반드시 블라우스를 바지 안에 넣어서 입어야 제대로 스타일이 산다”며 "신발은 가급적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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