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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부모상담소]“힘들어서 담배 피운다”는 아이…엄마 마음도 무너져요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이번엔 NHN에듀 ‘아이엠스쿨(http://iamsch.net/LJV8)’ 학부모 커뮤니티 ‘톡톡톡’을 통해 받은 상담 사연입니다.



아이가 힘들어서 담배를 피운다네요 고등학생인 큰 아이가 걱정됩니다. 얼마 전에도 사실 부부싸움을 했어요. 둘째가 아빠를 말렸는데 안될 것 같으니 큰 아이가 경찰에 신고를 했었나 봐요. 그래서 경찰이 집에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제 고민은 큰 아이의 담배인데요.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어요. 왜 피우냐고 했더니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힘들고 외롭다고요. 아빠도 큰 아이가 담배 피우는 걸 알고 혼을 크게 냈습니다. 아이가 담배를 끊는다고는 말하지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고 하고요. 상담을 받아봤는데,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제 잘못인 것만 같아 매일 눈물만 흘러요. 어쩌면 좋을까요? (용용망님)


신의진 교수의 조언 가정 내 여러 갈등이 있고, 엇나가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의 마음이 무너지신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사실 아이 입장에서는 불안감과 우울함을 스스로 이길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면서 해소를 하는 거라고 보여요. 그냥 친구 따라 피워보는 아이들이 있는데, 담배라는 것은 중독 성향이 있잖아요.


시작은 재미로 했을 수 있지만, 좀 더 자주 피게 되면 이게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아이의 경우엔 자신의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종의 ‘자가 약’처럼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대고 “너마저 이럴 수 있느냐”고 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더 받아서 더 몰래 피울 수 있어요. 담배로 잔소리하게 되면 오히려 더 피울 수 있다는 말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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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가 담배를 피우게 됐을까요 사실은 아이가 왜 피우기 시작했는가를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머님 마음은 불안하고 초조하시겠지요. 하지만 왜 아이가 담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까요. 과거부터 쭉 돌이켜보시면, 충분히 아실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돌아보면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만 보고 화가 나거나 불안해지는 건 조금 줄어들 수도 있어요.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이 되면 아이도 조금 마음을 열 수 있어요.


저는 반대로 아이가 금연 의지까지 있어 훌륭한 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금연은 뇌의 요소가 있어서 의지만으로는 끊기가 쉽지 않아요. 절대로 쉽게 보시면 안 됩니다. 금연, 정말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금연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주세요.


부부싸움, 아이들은 불안해합니다 유아기에 부모는 아이에게 하늘이고 땅이거든요. 아이 앞에서 부부가 험하게 싸우면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요. 그래서 부부싸움이 잦으면 어린아이일수록 분리불안 장애를 앓는 경우도 있고요, 막연하게 불행하게 여겨요. 또 언제 터지나 걱정도 하고, 눈치 보는 아이가 되기도 하고요. 어떤 아이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좋으면 부모님이 안 싸울까?’ 생각해서 공부했는데 부부싸움이 계속 있으니 자포자기한 마음을 갖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더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어요. ‘부부싸움을 하려거든 아이들 다 잔 다음에 집 밖에 나가서 하라’고요. 큰 소리가 나면 아이들이 자다가도 들어요. 그러니까 집 밖 공원에 가서 얘기하시면 그 사이 화도 좀 줄어들고요. 집이 아니니까 마구 소리도 못 지르잖아요. 최소한 이렇게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안 싸우기 때문에 싸움을 늦추고 참는 효과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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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사이가 안 좋은 아이, 어쩌나요 큰아들이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가끔 들러서 빨래와 청소를 해주는데, 혼자 지내게 하는 것이 영 마음에 쓰입니다. 아빠와 사이가 너무 안 좋아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는데, 이제는 공부를 놓아서 성적이 급락했어요. 공부 이야기만 꺼내면 짜증을 내고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섭기까지 합니다. 마냥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어디 멀리 시골에 가서 지내보면 괜찮을까요? 동생이 있어서 사실 그것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파스타5님)


신의진 교수의 조언 홀로 지내는 걸 택한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군요. 어머님 걱정과 다르게 저는 아이가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본인이 못 견딜 것 같으니 파괴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일단 갈등 상황을 피한 것이거든요. 이 방법이 좋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계속 부딪히는 것보다는 조금 아빠와 떨어져 지내겠다, 거리를 두겠다고 하는 선택을 한 거니까요. 가족 문제로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힘든 경우를 사실 많이 보거든요. 이런 경우엔 할머니 집, 친척 집에 가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끄는 경우가 있어요.


게다 원래 공부도 잘했던 아이잖아요. 능력이 있는 아이인 겁니다. 아빠와 충돌을 줄인 상태에선 각각 개별 상담을 해보는 것도 필요해요. 아이는 다소 우울증이 의심되기도 합니다. 성적까지 떨어졌으니까요. 공부를 잘하던 아이들도 우울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거든요.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아빠의 마음도 굉장히 안 좋을 거에요. 쉽사리 끄집어내지 못한 아빠의 마음도 좀 털어내야 하거든요. 그래야 아빠도 아이를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길 수 있어요. 개별적인 치유 과정이 있고,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바꾸는 가족 치료 같은 것도 권해드립니다. 사춘기 아이를 기르려면 엄마나 아빠 외에도 아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들이 필요해요. 옛날 같으면 대가족이라 찾기 쉬웠는데 요즘은 이런 친척을 찾기 힘들지만,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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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 대화도 미소도 사라졌어요 중학생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달라졌어요. 자고 일어나보면 손목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어요. 말도 잘 하지 않고, 언제부턴가 대화도 미소도 없어졌어요.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있어서 약 처방과 심리상담 등 치료를 받고 있지만 잘 되지 않아요. 아직 꿈이나 방향을 정하지 못했고요. 게임을 하면서 온라인 친구와만 대화 삼매경에 빠져있어요. 본인도 스스로 걱정은 하는데, 실천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본인 의지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답답합니다. (영아님)


신의진 교수의 조언 마음이 무겁습니다. 요즘 병원에서 흔히 겪는 사례이기도 해요. 아이들이 최근 정말 힘들어하거든요. 또 어머님은 얼마나 힘드실까요. 우리가 우울증 치료를 할 때 잘 낫는 아이도 있고 잘 낫지 않는 아이도 있어요. 치료해도 아이가 낫지 않는 경우엔, 분명한 심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걸 완전히 해결하지 않고 의학적인 치료만 하는 경우는 효과가 잘 안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경우엔 어떤 심리적인 어려움이 아이의 급소로 작용하는지, 또 이걸 계속 건드리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해요.


저는 이런 걸 두고 심리적인 급소라고 불러요. 아이 입장에서, 이게 무엇인지를 찾아야 해요. 그러고 나서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보호해줄 것인가를 만들어가며 치료를 하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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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두 아들이 험하게 싸워요 고등학생, 중학생 두 아들 맘이에요. 각각 사춘기를 겪고 있는데, 엄마인 저에게 두 아이가 분노 섞인 감정을 풀어요. 두 아이가 부딪히는 경우도 있는데, 말싸움에서 안 끝나고 물건을 들고 서로를 위협하거나 부수고, 때립니다. 경찰을 부를 뻔한 적도 있어요. 둘째는 폭력의 정도가 좀 더 심한데요, 화를 내면 무서울 정도입니다. 아이가 가출하려고 하는데, 제가 잡은 적도 있어요. 엄마가 쩔쩔맨다는 걸 아는 건지, 행동은 더 제어가 안 되고요. 저는 아이들의 눈치만 보게 됩니다. 그러다 일이라도 터지면 우울함을 견딜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요. (영혼이님)


신의진 교수의 조언 사춘기 아이들이 짜증을 낼 수는 있어요. 조금 심하면 벽을 치거나 못된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사실은 우울함 때문에 폭력성을 동반하는 경우는 사실은 드물어요. 그러니 만약 먼저 때리는 아이가 있으면 심리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야지만 경찰을 안 부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검사를 받는 건 아이들 입장에서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어머니 혼자 힘으로 안 되고요, 아버지나 다른 친척분들께서 “네가 그러는 것이 이해되는 면이 있지만, 너무 공격적일 때는 정말 다른 사람 같다, 왜 이성을 잃고 폭력까지 나오는지 그걸 한 번 알아보자. 둘 다 원인을 찾아보자”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도 검사를 받고 하면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맛있는 것도 주고, 좀 달래서 이야기를 한다면 효과적일 수 있어요. 화가 안 났을 때 아이에게 부드럽게 이야기를 한다면 아이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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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www.joongang.co.kr/parenting) 마파클럽 게시판을 통해 사연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헬로!페어런츠에서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


김현예 기자·김경민 인턴기자 hykim@joongang.co.kr·영상 김지선·정수경 PD kim.jisu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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