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 역사 쓴 이영지 “첫 여성 우승 타이틀 연연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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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의 우승은 여러모로 이변에 가까웠다. 지난해 지원 당시만 해도 랩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초보 래퍼요,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이었기 때문.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나온 그는 자퇴한 친구들로부터 “넥타이를 풀어헤쳐야 힙합” “뼈해장국이 진짜 힙합”“넌 힙합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기죽기는커녕 “너희는 힙합을 어디서 배운 거냐. 난 다시 배워야겠다”고 되받아치던 그가 고등래퍼에서 진짜 힙합을 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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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탓하기보다는 깔끔하게 인정하는 성격이다. 타고난 저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데 집중했다. “목소리가 낮은 것보다 크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학교에서 다 같이 떠들어도 저 혼자 주의를 받았으니까요. 그만큼 전달력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고. 하하.” 방송에서 화제를 모은 아버지를 향한 가사 얘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연락은 없지만 제가 느낀 솔직한 감정이니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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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우승을 바라본 건 언제부터일까. 그는 “‘세미 파이널’에 올라가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멘토에게 보답하는 길은 우승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모장에 가사를 쓰느라 낡은 폰 뒷면에 파편이 튀는 것도 몰랐다는 ‘오렌지 나무’ 가사를 두고 멘토 코드쿤스트는 “영지의 성실함이 이 자리로 이끈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제가 원래 성실한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멘토님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기 때문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다,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는 가장 좋아하는 래퍼, 협업하고 싶은 래퍼 모두 박재범을 꼽았다. “목소리가 감미로울뿐더러 어떤 노래든 다 자기 스타일로 완벽하게 소화해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는 이유다. 그의 이름은 앞으로의 계획에도 등장했다. “장학금 1000만원으로는 일단 학교 친구들에게 피자를 쐈고, 스피커ㆍ마이크 등 음악 장비를 새로 사는 데 쓰려고요. 저는 아직도 아직도 많이 미숙하지만 다양한 작업을 통해서 음악적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싶거든요. 그러다 보면 같이 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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