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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이 버린 비운의 화가···그 작품보러 관람객 몰렸다

학고재갤러리 전시에 관람객이 줄 잇는 이유는?

화가 렘브란트와 시인 푸슈킨을 사랑했던 화가

오는 25일부터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새 전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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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관람객 하루 100명, 주말 관람객은 300명. 미술관 전시를 찾은 관람객 얘기가 아니다. 지난 한 달 가까이 약 3000여 명이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를 찾았다.

상업 화랑에서 여는 전시에, 그것도 관람료가 5000원에 달하는 전시에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찾은 예는 별로 없었다. 오는 19일 막을 내리는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 전은 전시 내용과 의미에 있어서 '미술관급' 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으로 살면서도 평생 한국식 이름을 고집하고 작품에 한글 서명을 남긴 화가 변월룡(1916~1990)이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고국에서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189점으로, 이중 회화가 64점, 판화가 71점, 데생이 54점이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해 살필 좋은 기회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예술아카데미(현 레핀대)를 졸업하고 데생과 교수로 재직한 그는 1953년부터 소련 문화성 지시로 1년 3개월 동안 평양미술대학 학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북한에 영국 귀국을 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에 그는 북한에서 배척당했다. 북한에선 숙청당하고, 남한에서는 존재조차 모른 채 '잊혀진 화가'가 된 연유다.


1994년 국립러시아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그림을 우연히 본 문영대 미술평론가가 그의 존재를 알리면서 변월룡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연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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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은 탄탄한 소묘력과 더불어 풍경화부터 초상화를 넘나든 다채로운 작품 세계에 놀란다.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휘날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묘사한 동판화에 드러난 섬세한 표현에 다시 놀라고, 많은 인물화가 전하는 묵직한 감흥에 감탄한다.


북한에서 그린 유화 '양지의 소녀'(1953), 4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그린 '어머니'(1985)부터 고국과 인연을 끊기로 결심한 해에 그가 그린 미완성 작품 '자화상'(1963)등이 모두 시선을 오래 붙잡는다. 인물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깊이 있는 인물 묘사에 천착했던 작가의 열정이 보이는 대목이다.


"변월룡의 다수의 작품은 서양화의 기초와 표현에 있어 뛰어난 역량을 지닌 화가임을 확인하게 해준다"고 한 문영대 평론가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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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대 평론가는 "변월룡은 버드나무, 꽃사슴, 뒤틀린 소나무 그림도 즐겨 그렸다"며 "이들 소재에는 러시아에서 고려인으로 살며 북한과 남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며 항상 고국을 그리워했던 작가의 그리움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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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룡의 데생과 판화 작품도 눈여겨봐야 한다. 변월룡은 회화를 전공했으나 판화에도 애착을 가지고 매진했다. 특히 동판화 기술이 매우 탁월해 당시 레핀대 동료 교수들은 "변월룡의 판화 기술이 렘브란트를 뛰어넘는 듯하다"고 평했을 정도다. 특히 들판의 버드나무가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그린 '바람'(1959)은 섬세함과 역동성을 풍부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꼽힌다.

문 평론가는 "변월룡은 북한에서 사실주의 미술의 탄탄한 기초를 전수한 화가였다"면서 "변월룡이야말로 한국 미술사에서 남과 북을 잇는 연결 고리 구실을 할 작가"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5월 19일까지.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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