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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잔해서 아이 빼내자 쓰나미…애 안고 무조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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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지진 현장에서 살아나온 생존자가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패러글라이딩 대회 참석차 인도네시아 팔루에 갔던 싱가포르인 응 콕 총씨(53)는 1일 채널 뉴스 아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호텔이 마치 젤리처럼 흔들리더니 먼지를 뿜어내면서 무너졌다"며 급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루 지진 발생 직전 호텔 문을 나서서 간발의 차로 화를 면한 그는 불과 50m 앞에서 자신이 묵고 있던 머큐어 호텔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응씨는 "벨기에에서 온 동료와 함께 불과 50m 앞에서 호텔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호텔이 무너지자 주변이 온통 먼지로 자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진의 충격으로 넘어졌고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땅바닥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진이 잦아든 뒤 호텔 인근 바다가 거칠어지는 것을 본 응씨는 쓰나미를 예상했다.


위험했지만, 무너진 호텔 잔해가 쓰나미를 피할 유일한 대피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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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마음에 동료와 함께 다시 호텔로 향하던 응씨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어린 여자아이와 엄마를 발견했다.


응씨는 "아이와 엄마가 울고 있었다. 일단 아이를 밖으로 빼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이 엄마는 구하지 못했다"면서 "그 순간 쓰나미가 덮치기 시작했다. 동료는 구해낸 아이를 안고 쓰나미 반대 방향으로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곧바로 쓰나미가 무너진 건물을 덮쳤다. 다행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 대피했고, 30여 분 만에 쓰나미가 잦아들었다"며 "다행히 쓰나미가 물러간 후에도 아이의 엄마는 생존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응씨는 주위의 도움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제거하고, 아이의 엄마를 구출했다.


이후 도착한 구호센터의 도움으로 밤을 지새운 응씨는 패러글라이딩 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군용기 편으로 팔루를 탈출, 지난달 30일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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