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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은 왜 쓸쓸히 막을 내렸나…“손발 다 묶었잖아” “유튜브가 대세야”

2000년대 전성기 이끈 서수민 PD

“속어·비어 쓴다고 더 재밌진 않아

정치적 편향성 논란 안타깝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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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 26일 21년 만에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선 ‘봉숭아학당’ ‘시청률의 제왕’ ‘네 가지’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 과거 개콘의 전성기를 이끈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시청률은 3%.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선 쓸쓸한 퇴장이다.


왜일까. 2000년대 개콘의 전성기를 이끈 서수민 PD에게 종방 직후 물어봤다. 2013년 개그콘서트에서 하차한 서 PD는 “결국은 한국 코미디가 새롭게 발전하는 단계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개그맨들이 던진 ‘뼈있는’ 대사를 중심으로 서 PD와 개콘 퇴장의 배경을 짚어본다.(괄호 안은 코너 제목)


◆“KBS는 손발 다 묶어놓고 어떻게 웃기라고!”(시청률의 제왕)=드라마 제작자로 등장하는 박성광은 ‘너, 거지냐, 거지새끼냐고’라는 여배우의 말이 차단당하자 “왜 안 돼? 다른 코미디에서는 다 하던데…”라며 “KBS는 다 안 된대. 그래서 어떻게 웃기라는 거야”라고 분노한다. 서 PD는 “공영방송이다 보니 속어나 비어 사용은 국민의 건전한 언어생활을 막는다며 엄격하게 제한됐다”며 “개그맨들이 답답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속어나 비어를 사용한다고 더 재밌고, 안 한다고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제 유튜브가 대세야. 너희 빨리 채널 만들어”(분장실의 강선생님)=이날 ‘봉숭아학당’ 속 소코너로 나온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강유미는 개콘 종영에 절망하는 후배들에게 “우리 희극인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KBS 코미디는 절대 죽지 않아”라고 역설하던 중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으로부터 협업 제안 전화를 받자 후배들을 팽개치고 간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서 PD는 “개인 취향의 시대다. 과거처럼 온 가족이 모여 웃고 즐기는 개그 프로그램이 존립하기는 어려워진 것 같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개그맨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보다 부각되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개콘의 종영=코미디의 몰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콘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얘기, 겸허하게 수용합니다.”(봉숭아학당)=직설적인 멘트의 ‘왕비호’ 캐릭터로 인기를 끈 윤형빈은 이날 “시청자들이 요새 개콘이 뭐만 하면 ‘재미없네’ 부정적인 것만 올린다”며 “그런데 그거 다 얘들(후배들)이 그런 거다”라고 했다.


개콘의 인기 하락 요인 중 하나는 정치적 논란이다. 최근 몇 년간 ‘정치적으로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정 정당만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과거 여당인 보수정당과 정부를 신랄하게 풍자했는데, 정권 교체 이후에도 여전히 보수가 풍자의 대상이 되자 반감이 커졌다. 서 PD는 “코미디의 본질은 약자의 편에서 강자를 풍자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런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21년 살았으면 호상이다” “1등 시청률만 기억하는 더러운 KBS”(마지막 새코너)=이날 방송은 개콘의 장례식이란 설정으로 시작됐다. 상주 김대희는 “다른 프로그램은 8회다, 12회다, 시즌제다, 뭐다, 천지삐까리인데 이 정도면 됐다”며 개콘 종영을 아쉬워하는 신봉선을 달랬다. 조문객으로 나온 박성광은 “2020년 예능 시청률 7위가 뭔지 기억하냐. 1등 시청률만 기억하는 더러운 KBS”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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