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은 억울하다. 어느 봄꽃보다 화려하고, 어느 봄꽃보다 수명이 긴 데도 찬밥 신세다. 사촌뻘인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위하고, 철쭉꽃은 먹으면 탈이 난다며 ‘개꽃’ 취급을 했던 탓이다. 진달래가 더는 봄날의 주전부리가 아닌 지금, 철쭉만큼 고마운 봄꽃도 없다. 봄이 끝날 때까지 세상을 환히 밝혀줘서다. 전국 철쭉 명소 5곳을 소개한다. 산등성이 뒤덮은 야생 철쭉 군락지부터 철쭉 조경이 근사한 수목원까지 골고루 섞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철쭉마저 지면 봄날은 끝난다.
국내 최대 군락지 - 합천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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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과 산청에 걸쳐 있는 황매산(1108m)은 제법 높은 산이다. 하지만 7부 능선 오토캠핑장까지 자동차가 올라간다. 캠핑장부터 해발 900m까지 완만한 ‘황매평전’이 펼쳐진다. 족히 10만㎡(약 3만 평)에 이르는 땅에 다른 나무는 거의 없고, 철쭉만 가득하다. 수만 그루 철쭉이 꽃을 틔우면 마치 산불이 난 듯하다. 어른 키보다 큰 철쭉도 많아 철쭉밭 사이로 미로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군락지 사이로 데크로드를 깔아놓아서 걷기 수월하다. 이른 아침, 해발 940m 산불 감시탑에 서면 불타는 산 아래로 운해 깔린 모습이 장관이다. 4월 27일부터 시작한 철쭉제가 5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제암산(807m)은 전남 장흥과 보성에 걸쳐 있다. 황매산보다 해발고도는 낮지만, 철쭉꽃이 붉게 물든 장관은 뒤지지 않는다. 제암산 능선 따라 주변의 크고 작은 산에도 철쭉 군락지가 이어진다. 등산 마니아 사이에서 제암산이 ‘철쭉 산행’으로 인기인 이유다. 산행 코스는 다양하다. 제암산 주차장~곰재~정상 코스는 왕복 3시간 걸린다. 철쭉을 만끽하고 싶다면, 남쪽 사자산(666m)이나 남동쪽 일림산(667m)부터 능선을 따라 걷는 걸 추천한다. 5월 5일에 철쭉제단과 제암산 일원에서 철쭉제가 열린다.
210종 진달래·철쭉 - 광주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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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 야생 철쭉을 보는 게 부담스럽다면 경기도 광주 화담숲이 어떨까. 5월 중순까지 철쭉 축제를 진행한다. 화담숲 15개 테마원 중 4300㎡(약 1300평) 규모의 ‘철쭉∙진달래원’은 지금 가장 화려하다. 진달래속과 식물이 210여종에 달한다. 산철쭉을 비롯해 영산홍, 자산홍 등 수만 그루 철쭉이 화담숲을 찾은 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분재원이나 산책로 곳곳에도 철쭉이 화려하게 피었다. 철쭉뿐 아니라 아이리스·조팝나무·병꽃나무를 비롯한 봄꽃 100여종이 5월 한 달 화담숲을 물들인다. 5월 2·4·5일에는 어린이날을 기념해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인증샷은 연못가에서 - 세종 베어트리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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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베어트리파크는 철쭉이 만개한 지금 가장 눈부시다. 베어트리파크에는 진분홍빛 철쭉만 있는 게 아니다. 새빨간 진달랫과 영산홍, 흰 꽃이 피는 백철쭉, 진한 보랏빛의 대왕철쭉 등 다양한 색채의 철쭉과 봄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수려하다. 특히 비단잉어 수백 마리가 사는 오색연못이 가장 화려하다. 5월부터 잉어 먹이 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마침 ‘베어트리파크 봄 사진 공모전’이 진행 중이다. 5월 6일까지 응모할 수 있으며, 온누리상품권과 베어트리파크 입장권 등을 상품으로 제공한다.
축제 끝나도 좋아 - 군포 철쭉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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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꽃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볼 수 있다. 오히려 한적하게 꽃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은 축제 기간을 피한다. 경기도 군포 철쭉 축제가 지난 28일 끝났다. 철쭉은 여전히 화려하다. 떠들썩한 공연이 없어 도리어 좋다. 군포 철쭉동산과 철쭉공원에 약 100만 그루에 달하는 철쭉이 울긋불긋 절정의 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동산 위쪽에 오르면 입이 쩍 벌어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군포가 철쭉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