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봉사자 "구호물품에 빨지 않은 속옷 보내 토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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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물품과 자원봉사 지원 등 온정의 손길도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2만여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자원봉사를 신청,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한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관광을 위해 숙소를 예약했다가 봉사활동을 하고 간 사람들도 있다.
최근 5일간 속초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한 황모(29·여)씨와 이들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한 강원도 속초시 소호게스트하우스 주인 이상혁(33)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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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강원도 산불이 국가적 재난으로 선포되면서 자원봉사를 결심하게 됐다"며 "차비만 10만원이 들었다. 그래도 숙소가 제공돼 5일 간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이런 일에 자원봉사를 하게 됐는데 차비 걱정만 없으면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재민들에게 온 손편지를 보면 아직 한국은 살만하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또, 작업을 하다보면 옷을 몇벌은 버리게 되는데 자원봉사자를 위한 작업복을 받았을 때,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편지를 읽을 때마다 뭉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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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한 번은 헌옷을 정리하다 장농 썩은 냄새, 빨지 않은 속옷 냄새를 맡고 구토를 할 뻔했다"며 "정리하다 집에 가면 미세먼지가 있던 날처럼 눈이 따가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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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4년 전 강원도 속초시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이상혁(33) 사장도 자원봉사자를 위해 숙소를 제공하고 본인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 사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살다 와서 이런 산불은 처음 봤다"며 "옆에서 지켜보다 도와드릴 게 없나 고민한 결과 숙소를 제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사장의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자원봉사자는 평일 평균 5명 주말 평균 10명 정도다. 이 사장은 "평일에는 자원봉사자를 오는 대로 받고 있다. 주말에는 미리 예약한 손님 방을 제외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최대한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 사장의 게스트하우스에는 한번에 47명이 묵을 수 있다. 이번 달까지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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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일화도 있다. 다른 지역에 사는 형제들이 각각 자원봉사를 신청해 게스트하우스 휴게소에서 만난 일도 있었다.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이 봉사를 왔다가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일도 있었다. 봉사를 하면서 알게된 손님들이 다함께 모여 다시 봉사를 오기도 한다.
이 사장은 "저도 불난 다음 날부터 속초 센터에서 구호물품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처음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다고 했을 때는 봉사활동을 많이 오실까 걱정했지만 사회가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껴서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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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당국은 강원도 자원봉사센터(033-253-2500)와 협의 후 봉사활동을 위해 열차를 이용하면 모든 열차(KTX 특실 제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효율적인 자원봉사를 원하는 경우 먼저 전화로 자원봉사를 지원하는 게 좋다고 한다.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일 자원봉사 인원을 한정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확인증이 있으면 KTX 비용을 환급받을 수도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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