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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우아한 '첨단 폭우', 세계적 설치작품 '레인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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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속에 섰다, 하나도 젖지 않았다


지난 2월 말, 중국 상하이의 유즈 미술관.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통로 안으로 들어서자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귀를 때렸다. 장마철에나 들을 수 있는 '장대비' 소리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전시장 한가운데 비가 세차게 퍼붓고 있다. 실내에서 '폭우'를 만났다.


막 들어온 관람객들은 전시장 벽에 등을 대고 서서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안으로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빗줄기 안으로 발을 내딛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정말 괜찮을까? 사람들이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그 사람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빗속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마치 연극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빗속에서 팔을 활짝 벌리고 몸을 움직였다.


"들어가 보세요. 젖지 않아요. 괜찮아요." 전시장 안을 지키던 미술관 스태프가 미소를 지으며 다른 관람객들에게 이렇게 말하자,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둘 빗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자도 한 걸음씩 발을 옮겼다. 세상에나,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내가 지금 폭우처럼 내리는 빗속에 서 있는데 젖지 않는다니…. 이쯤 되면 이 전시장에 내리는 비를 '마법의 비'라 불러도 좋을 듯했다.



8월 15일부터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그것은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설치작 '레인 룸(Rain Roomㆍ2012)이었다. 인체를 감지하는 센서를 활용해 비가 쏟아지는 방안에서 관람객들이 젖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게 한 작품이다. 관람객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고, 느끼고, 듣게 하는 작품, 그 '레인룸'이다. 2015년 이 작품을 선보였던 유즈 미술관은 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이 작품을 다시 전시했다.


이 '레인룸' 전시를 조만간 국내 관람객들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부산현대미술관은 8월 15일부터 관객참여형 뉴미디어 전시인 '레인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런던·뉴욕·LA·상하이서 인기


2012년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 전시된 레인 룸은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MoMA·2013), 상하이 유즈 미술관(2015, 2018~2019), 미국 로스앤젤레스 LACMA, 그리고 호주 무빙이미지센터의 jakalope 아트 컬렉션(2019)에서 소개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013년 뉴욕현대미술관에 선보였을 당시 관람객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입장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이 전시는 지난해 부산현대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2017년부터 접촉하며 추진해온 것"이라며 "환경·인간·기술 등과 같은 현시대의 이슈와 고민을 동시대 미술과 결합해 보여주고자 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취지에 부합해 국내 관람객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Rain Room은 어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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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룸은 관객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설치 작품이다. 100㎡의 공간에 비가 내리도록 설치해 놓은 것. 일단 관람객들은 비의 소리에 압도되고, 그 다음엔 공간 한가운데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보이는 빗줄기의 시각적 이미지에 놀란다. 빛을 받으며, 빗속 한가운데 서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자체가 하나의 우아하고 극적인 영상 작품처럼 보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사람이 그 가운데를 휘젓고 다녀도 웬만해선 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첨단 테크놀로지로 작동되는 센서가 사람을 감지해 빗방울을 멈추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빗속에서, 빗줄기를 보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실제로는 젖지 않는 상황 즉 촉각의 경험만 배제되는 독특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정교한 카메라와 센서 추적 시스템이 수천 개의 물 밸브를 여닫으며, 관람객을 감싸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은 바닥의 격자를 통해 흘러내려 가는데, 이 물은 여과·처리되고, 재활용되며, 기계로 펌프질 돼 잠시 후에 다시 아래로 떨어지도록 설정돼 있다.



아티스트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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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만든 이들은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이라 불리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이 그룹은 독일 출신의 플로리안 오트크라스(44)와 한네스 코흐(44) 등이 2005년에 런던에서 결성해 현재 런던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포스트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체성과 자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2008년 첫 설치작품 '관객'(Audience)을 시작으로 2010년 '스왐'(Swarm), 2012년 '퓨쳐 셀프(Future Self) 등을 내놓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이 전시를 준비한 류소영 부산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레인룸은 비가 내리는 유사자연의 환경을 조성하고 동시에 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이질적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면서 "예술과 첨단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관객들은 더욱 확장된 예술의 영역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 큐레이터는 이어 "레인룸은 인간이 환경을 얼마나 통제하고 있는지, 또 환경에 의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것을 통제당하고 있는지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어떤 곳?


부산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광역시가 건립한 공공미술관으로, 2017년 완공돼 2018년 6월에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현대 미술 동향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전시, 미래지향적인 예술 교육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8월 15일 랜덤 인터내셔널의 '레인룸' 전시와 더불어 또 하나의 기획전 '완벽한 기술'을 함께 연다. 강선주 부산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완벽한 기술' 전시 역시 오늘날의 혁신적인 기술 변화와 그 작동 원리를 살피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랜덤 인터내셔널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완벽한 기술' 전시는 11월 24일까지 열린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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