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도 칭찬 안했는데"…'우성 엄마' 아이유에 놀란 송강호
日거장 고레에다 영화 '브로커'로
17일 개막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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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 집에 있을 때 한류 드라마에 푹 빠졌는데, ‘나의 아저씨’(tvN, 2018)로 이지은 배우 완전 대(大)팬이 됐습니다. 드라마 후반엔 이지은씨 나오기만 하면 제가 계속 울고 있는 상황이었죠. (‘브로커’에서) 이 역할은 이분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제안드리게 됐습니다.”
한국 배우들과 한국에서 촬영한 영화 ‘브로커’(6월 8일 개봉)로 올해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이다. ‘브로커’에서 이지은이란 본명으로 미혼모 연기에 도전한 아이유는 첫 상업영화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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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나의 아저씨’로 이지은씨 팬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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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브로커’ 제작보고회에서 이지은은 출연을 결심한 계기로 “단편영화(‘페르소나’)에서 호흡 맞췄던 배두나 선배”를 꼽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다 읽기 전에 배두나 선배한테 전화를 했다. (‘브로커’에) 먼저 캐스팅된 상태셨는데 선배님도 제가 그 역할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더 확신을 갖고 대본을 읽었다”면서다. 이날 행사엔 그를 비롯해 주연 배우 송강호‧강동원‧이주영이 참석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에서 화상 연결로 함께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은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한 아기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지은은 바로 이 아기 ‘우성’을 두고 간 지 하루 만에 되찾으러 온 ‘소영’을 맡았다.
이날 공개된 캐릭터 소개 영상에서 소영을 “우성의 엄마”라 표현한 그다. “엄마 역할은 처음이라 작은 습관들을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준비했다.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놀아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실 소영은 극 안에서 준비되지 않은 엄마여서 아이를 안을 기회도 많지 않았다”고 했다. 부스스하게 풀어헤친 탈색 머리, 눈가를 검게 강조한 스모키 메이크업 등 영화 속 변신은 “분장팀 아이디어로 하게 됐다”고.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하다 보니 연기 몰입에 더 도움됐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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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엄마 역 이지은, 탈색‧스모키 메이크업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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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부터 중장년까지 유독 폭넓은 세대가 어우러진 촬영 현장이었다. 이지은은 “감정신을 찍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너무 신나있고, 눈물 흘려야 하는데 아이들은 이 현장이 재밌고 그렇게 서로 입장이 달랐던 순간이 나중엔 긴장을 풀어주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강동원 선배께 정말 많이 의지했어요. 아이들과 너무 재밌게 놀아주셔서 하마터면 저하고도 놀아달라고 할 뻔했죠. 저도 선배님처럼 체력있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송강호는 빚에 시달리는 세탁소 사장 상현, 강동원은 베이비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 동수가 됐다. 아기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자칭 ‘선의’로 불법 입양 브로커로 활동해온 이들은 아기 우성을 되찾으러 온 소영이 아기가 사라진 걸 알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우성을 입양한 부모를 함께 찾아주기로 한다. 이들의 행적을 여성청소년과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가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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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이지은 연기 특급칭찬 “강동원도 칭찬 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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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달픈 소영은 매사에 까칠하다. 이지은의 연기에 30여년 경력 배우 송강호도 놀랐단다. 송강호는 “옥상에서 소영이 형사들과 대화 나누는 야간 촬영 장면을 보고 배우로서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진심과 그 진심을 전달하는 정확한 표현들, 감정 전달 방식들이 너무너무 놀라웠다”면서 “저렇게 빈틈없이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 따로 불러 칭찬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영화 ‘의형제’ 이후 12년 만에 작품으로 다시 만난) 강동원씨도 칭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은 “그날 제가 촬영이 제일 늦게 끝난 날이었다. 막 석양이 지고 있었는데 선배님이 퇴근하지 않고 저를 기다리고 계셨다. 차로 뛰어가서 인사드렸더니 ‘그 장면 모니터를 했는데 너무 좋았다’고 말하시곤 차가 멀어져갔다.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답고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눈물이 고였다. 부모님한테도 자랑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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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4년 전 좀도둑 가족을 그린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 이듬해 주연작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송강호가 뭉쳐 올해 칸영화제 최고 화제작 중 하나다. 고레에다 감독과 ‘공기인형’(2009)을 함께 찍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배두나도 합류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지금의 이야기를 떠올린 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떠오른 건 신부 차림의 송강호 배우님이 아기를 안고 있고 언뜻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닐지도 모르는)…, 그런 한 장면이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에도 아기 우편함이란 곳이 있는데 한국에도 그런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졌다”며 “이번 영화는 생명을 둘러싼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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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한국 배우·스태프 철저하고 빨라 놀라”
그는 또 “송강호 배우는 장면마다, 대사마다 선과 악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그런 인물을 만들어냈다”며 “크랭크인하기 전에 봉준호 감독과 같이 식사하며 여러 조언을 받았는데 ‘외국에서 영화 찍는 불안한 마음도 있겠지만, 현장이 시작되면 무조건 송강호 배우한테 맡기면 괜찮다. 송강호는 태양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현장은 밝게 비칠 것이고 촬영은 잘될 것’이라더라. 실제 작업해보니 그랬다. 안심하고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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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감독‧배우를 비롯한 제작진이 실제 포항‧울진‧삼척‧강릉 등에서 두 달간 촬영했다. 일본 감독의 영화지만 제작사인 영화사 집을 중심으로 홍경표 촬영감독, 정재일 음악감독 등 한국 베테랑 스태프가 뭉쳤다. 고레에다 감독은 “배우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촬영에 이르기까지 준비가 철저하고 촬영이 시작된 다음부터도 모든 것이 빨라서 굉장히 놀랐다. 완벽한 상태에서 현장이 항상 시작된 것을 느꼈다”며 감탄했다. ‘브로커’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칸영화제 최초 상영에 이어 다음 달 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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