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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지하철 끊긴 뒤 그 노선 그대로 심야버스가 다닌다면?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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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꽤 흥미로운 교통정책 아이디어를 접했습니다. 서울의 지하철 운행이 끊긴 시간에 그 지하철 노선 그대로 심야버스를 운행하자는 내용인데요. 이 아이디어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나왔습니다. 참고로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달리던 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한 조직이 서울교통공사입니다.

서울교통공사가 마련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선 현재처럼 지하철이 새벽 1시에 끊기면 오전 5시 30분에 운행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 4시간 30분 동안 대중교통 서비스 공급이 상당 부분 위축되지만 일부 심야버스(올빼미 버스)와 택시 외에는 별다른 대체 수단이 없다는 판단인데요.







지하철 24시간 운영?..유지보수 차질
그렇다면 지하철을 24시간 쉼 없이 운행하는 건 어떨까요? 미국 뉴욕의 지하철은 2012년부터 24시간 운영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운행 간격은 20분가량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보스턴도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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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과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일주일에 2회, 주로 주말에 24시간 지하철이 다닙니다. 운행 간격은 10~30분 정도입니다. 승객 입장에서는 24시간 운행이 편리하겠지만,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차량과 선로 등을 유지보수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건데요.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뉴욕 지하철의 경우 시민단체(NGO)를 중심으로 유지보수 등 안전을 위해 지하철 24시간 운행을 중지하고 버스로 대체하라는 권유가 나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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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4시간 동안 운영을 담당할 인력과 비용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데요.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이른바 '지하철 심야 버스'입니다. 개념은 간단합니다.





지하철 노선 따라 심야 버스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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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운행이 끊긴 시간에 해당 지하철 노선 그대로 심야버스를 운행하는 겁니다. 정거장 역시 지하철역 부근이 되는 건데요. 이렇게 하면 사실상 지하철을 24시간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는 게 공사 측 설명입니다.

공사에선 우선 지하철 2호선부터 1단계로 추진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후 2단계로 1~8호선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건데요. 지하철 2호선을 달릴 심야버스의 경우 노선 거리는 총 58.4㎞에 정거장 수는 약 40개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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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부터 새벽 5시 30분까지 저상 전기버스 15대를 투입해서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겠다는 구상인데요. 한번 순환하는데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요금은 현재 올빼미 버스와 같은 2,150원(교통카드 기준)을 받을 예정입니다.

공사의 김태호 사장은 "심야에 믿을만한 대중교통수단이 공급되면 새벽과 심야 시간에 일하는 시민들의 이동이 편리해지고, 야간 이동인구가 늘면서 전체적으로 지역상권과 관광이 촉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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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1시간 운영 단축에 시민 반발 우려

하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지하철 심야버스' 운행 자체로는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건데요. 공사에 따르면 1단계로 2호선만 시행할 경우 수요는 하루 평균 2400여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운영수입은 연간 15억원가량이지만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를 고려하면 연간 8억 가까이 적자가 난다고 하는데요.

물론 공사 차원의 복안은 있습니다. 2단계로 1~8호선 전 노선에 '지하철 심야버스'를 투입하고 6개월 뒤부터 지하철 운행시간을 지금보다 1시간 줄이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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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2호선에서만 운영비와 공사비 절감액이 연간 25억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지하철 심야버스 운행으로 인한 적자를 빼고도 17억원 넘게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8호선 전체로는 연간 66억원 이상 절감이 된다고 공사 측은 설명합니다.

또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 안전 운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재보다 1시간 일찍 지하철 운행을 멈추는 것에 대한 시민 반발이 작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올해 초 시민 2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1.7%가 '지하철 24시간 운행'에 찬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1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실행하려면 꽤나 힘겨운 설득과 공감대 형성 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버스와 택시 업계 반대도 큰 숙제
또 기존 버스와 택시 업계의 반발도 숙제입니다. 공사에서는 지하철 심야버스 운행을 기존 버스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버스 업계의 반대를 무마하겠다는 생각이데요. 사실 새벽 시간에는 노선버스도 거의 운행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마찰은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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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택시 업계는 상황이 다른데요. 가뜩이나 승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심야버스가 더 생길 경우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됩니다. 실제로 택시 업계는 우버는 물론 카풀 앱을 운영하는 플러스 등과도 계속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사 관계자는 "심야 이동인구와 단거리 이용자가 증가하면 전체 택시 승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난관들을 풀기 위해서 공사에서는 시민, 서울시, 버스업계와 택시업계 관계자들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최적의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숙제가 있기는 하지만 지하철도 끊긴 심야 시간대에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 공급된다면 여러모로 서민들의 삶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하철 심야버스'가 제 효과를 내고 정착된다면 지하철을 운영하는 다른 도시에도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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