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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막음장치도 없던 동해 펜션…주인 “내가 배관 작업”

설날 가스폭발로 일가족 6명 숨져

“아들 잃은 셋째 위로차 모였는데”


건물주, 가스레인지를 인덕션 교체

전문가에 가스밸브 마감 안 맡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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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외아들 잃은 셋째 위로하려고 모인 건데….” 설날인 25일 오후 7시 46분께 발생한 동해 펜션 가스 폭발 사고의 피해자들은 최근 자녀를 잃은 가족 구성원을 위로하기 위해 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구성원을 포함해 6남매 중 현장에 있었던 4자매는 끝내 모두 숨져 안타까움을 키우고 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충북 청주에 있는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이모(66·여)씨는 이날 치료 도중 숨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 사망자는 6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강원도 동해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씨의 제부 김모(53)씨에 따르면 이번 모임은 1남 5녀 중 셋째인 이씨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씨는 “(이씨가)외아들이 20일 전쯤 캄보디아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뒤 상심이 커 조울증까지 겪었다”며 “평소 사이가 돈독했던 자매들이 모여 위로해주려고 펜션에 간 것인데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고 울먹였다.


이번 사고로 숨진 6명 중 4명은 6남매 중 둘째부터 다섯째까지의 자매들이고 나머지 2명은 둘째, 다섯째의 남편들이다. 이들의 첫째 오빠와 막내 여동생은 현장에 없었다. 막내 여동생의 남편인 김씨는 “사고 시각으로부터 한 시간 정도 후에 아내와 함께 합류하기로 했었다. 한 시간만 일찍 도착했으면 우리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이 있어 모인 것인데 ‘명절날 제사 안 지내고 놀러 갔다’는 등의 댓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당시 펜션에 있던 일행 7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6남매의 사촌 홍모(66·여)씨도 의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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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음장치가 없는 가스배관 중간밸브(빨간 원안).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펜션 가스레인지를 전기 인덕션으로 바꾼 과정을 조사하면서 사고 펜션 주인이 가스밸브 마감 작업까지 직접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펜션 업주는 경찰에서 “지난해 11월부터 8개 객실 가운데 사고가 난 객실을 포함해 6개 객실의 가스레인지를 전기 인덕션으로 직접 교체했고 가스밸브 마감 처리도 직접했다”며 “가스밸브 마감 처리를 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가스레인지 철거와 가스밸브 마감은 가스 중간공급업자에게 맡겨서 한다.


경찰은 가스폭발이 일어난 객실을 포함한 일부 객실 가스 배관 중간밸브 부분에 막음 장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가스 배관은 8개 객실에 모두 남아 있었는데 이 중 일부 객실에 막음 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기존 가스레인지 시설을 철거하고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막음 장치를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다만 폭발 당시 막음 장치가 터져 나가거나 녹아내렸을 가능성, 객실 내 휴대용 가스버너 등의 폭발 가능성도 함께 조사중이다. 일각에서는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휴대용 가스버너 폭발만으로 부상자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사망자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될 정도의 폭발력이 발생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휴대용 가스버너와 부탄가스가 발견된 만큼 부탄가스에 의한 폭발인지, LP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인지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모두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사고가 난 다가구주택 건축주가 정식으로 펜션 영업 등록을 하지 않고 불법 영업한 정황을 포착,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동해=김민중·박진호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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