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만원·137만원...BTS 지민이 품절시킨 ○○○○
아이돌에게 명품 입히는 브랜드
‘앰배서더'가 입으면 완판
명품 큰 손 ‘팬덤’ 노린 마케팅 전략
4월23일 85만원 상당의 루이비통 반소매 티셔츠가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빠르게 품절됐다. 루이비통 반소매 품절 대란을 일으킨 주인공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었다.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가 방탄소년단과의 화상 인터뷰 모습을 SNS에 올렸는데, 그때 지민이 입고 있던 티셔츠가 해당 반소매티였던 것이다. 화질이 좋지 않았음에도 지민의 팬들은 해당 제품을 찾아내 구매한 셈이다.
사실 지민의 품절 대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입고 나온 옷은 전 세계에서 구하기 힘들어진다. 지난 1월 루이비통 첫 공식 행사에서 지민이 입은 니트는 16개국 이상에서 품절이었다. 가격은 한화로 약 137만원이었다. 그의 영향력은 소비자 국적, 제품의 가격 등을 초월한다. 이런 브랜드 파워 가진 스타를 명품 브랜드에서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명품 브랜드는 지민처럼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스타를 '앰배서더'로 임명한다. 앰배서더는 홍보대사다. 이들의 영향력을 활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과거에는 앰배서더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통해 홍보를 했다면 지금은 앰배서더 활용도가 높아졌다. 제품을 입는 것은 물론 직접 제품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사 제품을 세계 각국의 팬덤에 노출하려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명품 브랜드에서는 한국 아이돌을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있다. 누가 어떤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을까.
(왼쪽부터)지민이 입고 16개국 이상에서 품절된 루이비통 니트. 버질 아블로가 올린 사진 속 지민의 반소매 역시 빠르게 품절됐다. /버질 아블로 SNS,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루이비통은 BTS, 구찌는 카이
루이비통은 4월23일 품절 대란 주인공 지민이 속한 방탄소년단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했다. 버질 아블로는 "루이비통의 앰배서더로 함께 하게 된 방탄소년단을 환영한다. 럭셔리와 컨템퍼러리 문화를 융합해 루이비통의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는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이 매우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을 앰배서더로 선정한 큰 이유 중 하나는 당연 지민이다. 지민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개인 브랜드평판 조사에서 28개월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는 보이그룹 엑소 멤버 카이를 앰배서더로 내세웠다. 올해로 벌써 4년째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이가 좋아하는 테디베어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구찌가 한국 아티스트 이름을 건 디자인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구찌는 카이가 가장 좋아하는 곰을 제품에 담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일상에서도 입으면 좋겠다'는 카이의 아이디어를 담았다고 전했다.
YG 소속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는 각자 다른 브랜드의 앰배서더를 맡고 있다. 제니는 샤넬, 지수는 디올, 리사는 셀린느, 로제는 생로랑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모두 '인간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광고 촬영은 물론 평소에도 해당 브랜드를 입고 다니면서 '인간 샤넬', '인간 셀린느'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아이돌 외 많은 한국 배우가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배두나, 송혜교, 박서준, 주지훈도 각각 루이비통, 펜디, 몽블랑, 테그호이어의 앰배서더다.
루이비통 최초의 한국인 앰배서더 배두나. 루이비통은 앰배서더이자 뮤즈인 배두나에게 제품을 보내준다. /배두나 SNS 캡처 |
왜 한국인 셀럽?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명품 브랜드는 정말 눈에 띄는 몇몇 한국인 셀럽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대표적으로 배두나와 지드래곤이다. 배두나는 루이비통 최초의 한국인 앰배서더다. 니콜라 제스키에르 디자이너가 영화 괴물을 보고 배두나에게 반해 2014년 크루즈 컬렉션에 초대한 것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 니콜라 제스키에르 디자이너는 배두나에게서 영향을 받아 스포티룩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렇게 앰배서더를 넘어 뮤즈로도 활동하는 셀럽에게 브랜드는 신제품을 보내주는 건 물론 호텔, 리무진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모델이나 할리우드 출신 배우를 고집했던 명품 브랜드가 한국인 아이돌을 앰배서더로 임명하고 나섰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한류가 있다. 한국 아이돌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고 한국 영화, 한국 배우가 미국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거대한 팬덤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블랙핑크 리사와 제니. 리사가 든 가방은 '리사가방'이라고 블리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제니는 '인간 샤넬'로 불린다. /리사, 제니 SNS 캡처 |
블랙핑크 제니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440만여명, 리사는 5150만여명, 방탄소년단은 4055명여명에 이른다. 그만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팬덤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팬덤 규모는 해당 브랜드 매출로도 연결된다. 앰배서더가 사용한 제품은 앰배서더의 이름이 애칭으로 붙기도 한다. 리사가 SNS에 올린 셀린느의 한 제품은 공개 직후 ‘리사 가방’으로 불리며 품절되기도 했다. 이는 판매량으로도 증명된다.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 머스트잇이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8년, 2019년 동기보다 각 187%, 66% 증가했다. 셀린느는 2020년 판매량이 2019년보다 265% 증가했다. 샤넬은 111%, 구찌는 5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명품 업계지만 트렌드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배우를 넘어 한국 아이돌이 세계적인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단순히 홍보 모델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같이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