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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미나리 나올까, 오바마가 극찬한 K-스토리

영미권에 한국 감성 심은 이민 1.5~2세대

오바마·캐나다 총리도 극찬

미국 드라마서 주연 꿰찬 윤여정·이민호


한국 정서를 담은 영화 미나리가 영어문화권에서 성공을 거뒀다. 한국 이야기가 세계에서 통한 셈이다. 미나리 이전 한국 이야기를 영어로 풀어 미나리 못지 않은 큰 성공을 거둔 이야기꾼들이 있다. 낯선 땅에 뿌리내린 한인 1.5세~2세 작가들이다. 이들은 한국 감성이 세계로 도약할 때 밟은 디딤돌 역할을 했다. 미국 대통령, 캐나다 총리가 극찬한, 노벨문학상을 곧 받을지도 모르는 한인들이 있다.

영미권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크리에이터들. 왼쪽부터 작가 이민진, 이창래, 인스최, 제니한. /출처 이민진 공식 사이트· 유튜브 'CBC Arts' 캡처· 유튜브 'Late Night with Seth Meyers' 캡처·제니한 인스타그램. 


영미권에 이름을 알린 첫 한국계 크리에이터

한국 문화와 문학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다. 그 중심에 한국계 작가 이창래(56)가 있다. 그는 1995년 발간한 첫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로 헤밍웨이 재단상, 펜문학상, 아메리칸 북어워드 등을 받았다. 이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예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레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은 뒤 작가가 되기 전 월스트리트의 주식 분석가로 1년 동안 일했다. 현재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매년 노벨문학상을 발표할 무렵 영미문학계엔 그의 이름이 돈다. 이미 ‘척하는 삶’(1999)으로 아니스필드-볼프문학상을 비롯해 미국 4개 문학상을 받았다. 2010년 세상에 나온 ‘생존자’는 데이턴 문예평화상을 받았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 목록에도 생존자가 있었다. 또 ‘만조의 바다 위에서’(2014)로 전미도서평가협회 소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글은 2019년 영화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한국계 미국인의 하루를 다룬 영화 '커밍 홈 어게인'. 그의 자전적 에세이 커밍 홈 어게인을 대본으로 만든 이  작품은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의 내밀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창래 작가가 1995년 ‘뉴요커’에 기고한 동명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홈 커밍 어게인’. /출처 영화 ‘커밍 홈 어게인’ 공식 포토


영화 속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와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좋은 학교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모… . 그의 에세이에 담긴 한국계 미국인의 삶은 여러 아시아 국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윤여정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나리'의 흥행 요소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가수 이문세의 '옛사랑'이 흘러나온다. 한국의 전통 음식 갈비가 주요 소재다. 

미국 드라마서 윤여정·이민호·정은채·정웅인 '주연'으로 등장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 출처 이민진 작가 공식 홈페이지

“역사는 당신의 위대함을 기억할 것입니다.”


버락 오마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한국계 작가인 이민진(53)의 소설 '파친코'를 추천한다며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오사카로 건너간 재일교포 4대의 삶을 그린 책이다. 도박 기계인 파친코 영업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교포들의 삶을 담았다. 

이 작가 역시 한인 1.5세대로, 7살때 가족 이민으로 뉴욕에 정착했다. 뉴욕시에서 특목고인 브롱스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작가는 예일대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2년간 기업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녀는 일본계 미국인과 결혼해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 4년 동안 살았다. 당시 재일교포 교회에서 만난 이들과 인터뷰 한 내용과 학부 시절 들었던 인권 강연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 ‘파친코’다. ‘파친코’는 2017년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BBC 등의 '올해의 책 10' 목록과 전미도서상 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재 미국의 애플TV플러스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윤여정과 이민호, 정은채, 정웅인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드라마 ‘더 킹: 영원한 군주’의 이민호와 정은채. ‘파친코’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됐다. /SBS 드라마 ‘더 킹’ 공식 포토

캐나다 국민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4월 13일 한 시트콤의 마지막 방송날 SNS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대표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감사하다.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총리가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시트콤은 캐나다 국영방송 CBC가 2016년 10월 시즌 1을 내보내기 시작한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다.  시즌5까지 이어진 김씨네 편의점은 종방을 막아달라는 국제 청원이 제기됐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종영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의미의 '#SaveKimsConvenience' 해시 태그가 달렸다. 

캐나다 인기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 지난 4월13일 종영했다. /출처 ‘김씨네 편의점’ 공식 포토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 이민자 가족의 편의점 운영기다. 반일감정에 불타며 아집이 심한 아버지와 한인 교회에 의탁하는 어머니, 구시대적 부모와 충돌하는 한인 2세대 자녀들이 등장한다. 한인 가족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국민 시트콤'으로 통하는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계 작가 인스 최(47)의 연극 대본을 방송화한 작품이다. 


인스 최는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떠났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친척이 운영하던 ‘김씨네 잡화상’이라는 편의점 건물 위층에 살았다. 토론토 요크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수많은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출연할 수 없다면 직접 연출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는  2011년 ‘김씨네 편의점’을 연극 무대에 올렸다. 


그해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연극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143개 출품작 중 ‘베스트 프린지 10’에 뽑혔다. 2012년에는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 최우수 배우상을 수상했다. 

10대 취향 저격 로맨스 소설 작가

한국계 작가 제니 한(41)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해외 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속편이 2개나 나올 정도였다. 한국계 미국인 소녀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속에 한국 명절 풍습과 한복 등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제니 한은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다.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뉴 스쿨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슈그’, ‘내가 예뻐진 그 여름’, ‘클라라 리와 애플파이 드림’ 등 10대 독자가 많은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라나 콘도어는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인공인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며 "작품 전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배트남계 미국인 라나 콘도어는 그동안 백인 위주였던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아 주목받았다.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등장하는 서울의 모습. /출처 넷플릭스 

영화 3편의 일부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화면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부터 N서울타워, 광장시장 등이 등장했다.  라나 콘도어는 "한국의 명소들에서 촬영해 인상적이었다"며 "광장 시장에서 만두와 국수를 8시간 정도 먹은 것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왜 한국 콘텐츠일까?

1990년대부터 영어문화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한국 정서와 문화를 담은 콘텐츠는 ‘미나리’ ‘기생충’으로 도약에 성공했다. 한국 정서와 문화를 담은 이야기의 미래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영재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세계 영화·콘텐츠 산업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이슈와 정서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K콘텐츠가 글로벌 영화, 콘텐츠 업계의 신성장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콘텐츠 업체들이 기생충, 미나리의 성공을 보고 한국 문화를 담은 콘텐츠에 시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다.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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