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 5초 만에 푸는 능력으로 50개국에서 유명합니다"
최근 해외에서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솔루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또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국 스타트업에 관해 알아봤다.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수상한 국내 스타트업
인공지능(AI) 기반 암 진단 솔루션 스타트업인 딥바이오가 4월 23일 미국 ‘에디슨 어워드’의 세포 연구 및 질병 예방 분야에서 은상을 받았다. 에디슨 어워드는 미국 최고 권위의 발명상이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이름을 딴 상이다. 에디슨 어워드는 각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심사위원 3000여명이 7개월에 걸쳐 심사를 진행한다. 엄격한 선발 과정으로 혁신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날고 긴다는 혁신 기업이 이 상을 받았다. 2012년 스티브 잡스의 애플, 2014년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스페이스X, 2018년 마릴린 휴슨의 록히드 마틴이 이 상을 받았다.
미국 '에디슨 어워드(Edison Awards)’ 2021 시상식.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
딥바이오는 인공지능으로 전립선암을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한다. /딥바이오 |
딥바이오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AI 기반 전립선암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인공지능으로 전립선암을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한다. 현재 암 검사는 의사가 암 소견이 있는 환자의 조직 일부를 떼 내어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해 판단한다. 오인이나 오판 등으로 인한 오진의 가능성이 있다. 딥바이오는 AI를 이용해 전립선암의 유무뿐 아니라 암세포의 악성도 수치까지 알려준다. 암 진단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에서 화물 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코코넛사일로 |
에디슨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국내 기업은 또 있다. 빅데이터 기반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업체인 코코넛사일로는 물류 추적 및 스마트 솔루션 분야에서 동상을 받았다.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에서 화물 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ZER01NE Company Builder)으로 출발해 2020년 7월 분사했다. 고객이 화물 운송을 의뢰하면 이를 물류사와 화물차 기사에게 전달하고 서로 연결해준다. 트럭을 소유하지 않아도 상품 이동이 가능하게 했다. 고객은 빠르고 저렴한 운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에는 배송 추적 등이 가능한 화물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공략했다.
아카에이아이는 인공지능 엔진인 ‘뮤즈’를 탑재한 소셜 로봇 뮤지오 S를 개발했다. 미국 ‘에디슨 어워드’의 장애 및 질병을 위한 사회적 도구 분야에서 동상을 받았다. /아카에이아이 |
또 로봇 스타트업 아카에이아이도 장애 및 질병을 위한 사회적 도구 분야에서 동상을 받았다. 아카에이아이는 인공지능 엔진인 ‘뮤즈’를 탑재한 소셜 로봇 뮤지오 S를 개발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가지고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게 했다. 영어 교육 분야에서 원어민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 사회적 고립 혹은 정신적, 인지적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노년층, 우울증을 겪는 환자를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다양한 치료 효과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미국의 '2021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엠투에스의 'VROR EYE Dr(브이알오알 아이 닥터)' 제품. /엠투에스 |
알고케어는 개인의 건강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영양제를 실시간으로 배합해 제공한다. /알고케어 |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엠투에스와 알고케어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1’에서 ‘CES 2021 혁신상’을 받았다. 쟁쟁한 전세계 기업 사이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혁신상을 받으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엠투에스는 눈 건강 헬스케어 솔루션 ‘브이알오알 아이 닥터’를 선보였다. 브이알오알 아이 닥터는 가상현실(VR)을 이용해 백내장, 녹내장 등 10여개 안과 질환 측정과 케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제품이다. 엠투에스가 개발한 검사 알고리즘과 AI 분석으로 눈의 상태를 측정한다. 또 측정한 생체데이터를 가지고 개인에 맞는 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고케어는 개인의 건강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영양제를 실시간으로 배합해 제공한다. 또 영양제 섭취로 인한 건강 상태 변화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건강관리 솔루션이다. 알고케어의 알고리즘은 개인의 식습관, 생활습관, 보유 질환, 보유 증상, 만성질환 위험도, 영양제에 대한 반응 등에 의해 개인별로 필요한 영양성분의 종류뿐 아니라 함량까지 정밀하게 알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성과 내는 스타트업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세계 각국에 자리 잡은 국내 스타트업도 있다. 에듀테크 기업 매스프레소가 운영하는 AI 풀이 검색 앱 ‘콴다’는 세계인의 수학 선생님으로 통한다. 콴다는 학생들이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경우 사진을 찍어 검색하면 5초 안에 해당 문제의 풀이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매스프레소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이 문자와 수식 기호를 동시에 인식해 학생에게 최적화한 풀이 결과를 알려 준다.
세계인의 수학 선생님으로 불리는 앱 '콴다'. /콴다 |
콴다는 2018년 11월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일본·인도네시아·베트남 등 6개국 iOS 앱스토어 교육 부문에서 교육차트 1위에 올랐다. 콴다는 7개 언어(한국어·영어·스페인어·일본어·베트남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를 지원하고 있다. 50여개국에서 매달 860만명의 학생들이 이 앱을 쓴다. 누적 문제 해결수는 2021년 5월 20억건을 기록했다. 학생들이 콴다를 이용해 모르는 문제를 검색하거나 질문해 해결한 수치다. 전세계 학생들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콴다는 수학이 전세계에서 쓰는 공통 언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또 현지화에 집중했다. 사용자는 앱을 쓰면서 ‘외국 앱’이라는 느낌보다는 현지 앱이라는 느낌을 받게 했다.
앱 센트비 구동 화면 . 센트비는 현재 미국·유럽·호주·베트남·필리핀·태국 등 50개국에 달하는 국가에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트비 |
해외송금 전문기업 센트비도 창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생각했다. 국경 없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외환 서비스의 비효율성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글로벌 시장에 나섰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자국으로 송금하려면 수일이 걸렸다. 센트비는 앱을 이용해 실시간 송금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처음 싱가포르 해외송금 라이센스를 얻었다. 현재 미국·유럽·호주·베트남·필리핀·태국 등 50개국에 달하는 국가에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 4월 기준 누적 거래액은 1조5000억원을 넘었다. 한국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해외 송금 서비스 ‘센트비 글로벌’을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먼저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센트비도 현지화에 집중했다. 나라마다 다른 금융 시장과 규제, 문화적 특성을 살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많은 지역은 전당포가 은행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데이터로 유형화해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했고 나라별 고객 맞춤 서비스를 했다.
실시간 영상 채팅 서비스 앱 '아자르'의 해외 이용자 비율은 99%에 달한다. /아자르 |
영상기술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운영하는 실시간 영상 채팅 서비스 앱 ‘아자르’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아자르의 해외 이용자 비율은 99%에 달한다. 아자르는 스페인어로 ‘우연’을 뜻한다. 말 그대로 낯선 사람과 1대 1 대화를 할 수 있는 영상 메신저다. 회원 가입 후 영상 채팅을 원하는 상대 지역과 성별을 선택한다. 화면을 오른쪽으로 한 번 스와이프하면 랜덤으로 다른 사람과 영상 대화를 할 수 있다. 잠깐 대화를 나누다가 마음에 들면 계속 대화를 이어간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을 나갈 수 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친구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전세계 230개 국가에서 19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5억40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019년 구글플레이 전 세계 비게임앱 매출 순위에서 5위, 유럽에서는 틴더·넷플릭스·유튜브의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여러 나라 중 중동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어 ‘중동의 카톡’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자르는 현지 맞춤 마케팅 전략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아자르 광고의 한 장면. /아자르 |
아자르의 해외 진출 성공 요인으로는 기술력과 현지화를 꼽을 수 있다. 하이퍼커넥트는 세계 최초로 웹 실시간 통신 기술(RTC·Real Time Communication)을 모바일 상용화에 성공한 하이퍼 RTC를 아자르에 적용했다. 하이퍼 RTC를 활용하면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도 안정적인 고품질 영상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이를 번역해 자막으로 내보내는 등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지원했다.
현지화 전략도 뛰어났다. 아자르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영상통화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일본, 터키, 인도, 독일 등 총 8개 국가에 현지 법인과 사무소를 세우고 현지화 마케팅에 나섰다. 본사 직원 약 20%가 외국인이다. 미국, 터키, 프랑스, 등 20개국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일한다. 처음부터 현지 직원을 뽑아 각 나라에 맞는 마케팅에 집중했다. 이러한 사업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월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틴더’ 개발사인 매치그룹에 인수됐다. 17억2500만달러(약 1조9330억원)에 팔리면서 토종 스타트업의 가치를 전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 CCBB 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