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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 ‘태극기’ 꽂은 한국 스타트업에 전세계 주목

2019년 상장 펀드 2개 수익률 모두 1위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김형식 대표


뉴욕증권거래소엔 매일 장 시작과 마감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보통 그날 상장한 기업 대표나 거래소를 방문한 해외 국빈이 시작 종을 친다. 5월14일 한국 스타트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김형식 대표가 마감 종을 쳤다. 이날 행사는 특별했다. 우선 김 대표는 처음으로 2번 타종행사를 한 한국인이란 영예를 안았다. 그는 2019년 5월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d Traded Fund)를 뉴욕 증시에 상장하고 종을 쳤다. 그날 NYSE 입구 위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그날 종을 친 사람의 국기와 회사 소개 현수막을 건다.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 타종행사를 한 날 뉴욕증권거래소에 걸린 태극기와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현수막.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또 마감 종은 상장 후 오래 동안 회사를 잘 운영한 업체 대표가 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상장 10년 기념 타종 행사가 일반적이다. 김형식 대표는 2016년 핀테크 스타트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를 만들었다. 또 회사는 2019년 ETF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왜 상장한지 불과 2년 남짓한 한국 스타트업 대표에게 마감 타종을 맡겼을까?


“뉴욕증권거래소(NYSE) 관계자들이 우리 회사 ‘AI ETF 상장 2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2019년 5월 인공지능(AI) 상장지수편드(ETF)인 QRFT와 AMOM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두개 모두 자기 분야에서 수익률 1위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우리 ETF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상장지수펀드는 상장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 팔 수 있는 펀드다. 주식처럼 일반인들도 살 수 있다. 해외주식과 마찬가지로 국내 증권사 해외주식계좌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사고 팔 수도 있다. 

한국최초 뉴욕증권거래소서 2회 타종행사

김형식 대표.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일반 ETF는 사람, 즉 펀드매니저가 운영해 수익을 냅니다. 그러나 우리 ETF는 사람이 손을 대지 않습니다. 딥러닝 기술 기반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고 팔 시기와 금액을 결정합니다.” 쉽게 말해 스스로 공부해 점점 더 나날이 투자 실력이 느는 컴퓨터가 주식을 살 것인지 팔 것인지 판단한다. 이런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AI ETF는 사람을 압도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QRFT ETF는 상장 이후 올해 5월 20일까지 약 2년 동안 누적수익률 67%를 기록했습니다. AMOM ETF 수익률은 79%입니다. 각각 속한 분야에서 1등입니다.” 


QRFT가 속한 분야에서 2위를 기록한 상장지수 펀드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골드만삭스가 운영하는 GSLC다. QRFT는 GSLC보다 수익률이 19.2%포인트 높다. AMOM이 속한 분야 2위는 세계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이 운영하는 MTUM. AMOM는 MTUM보다 30.3%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쉽게 말해 한국 스타트업이 만든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펀드가 세계 최고 금융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 회사 AI EFT는 쪽집게 투자로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월스트리저널의 자매지인 마켓위치는 지난 4월 AMOM이 테슬라 주가를 정확히 예측한 것을 아예 기사로 실었다. “AMOM ETF는 매달 주가가 좋은 기업 중에서 앞으로도 좋을 것으로 판단한 50개 종목을 골라 사고 다른 것은 팝니다. 테슬라 주식을 많이 담고 있었는데, 작년 8월말 가지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다 팔았습니다.” 그날이 테슬라 주식의 단기 고점이었다. “이후 11월에 테슬라 주식을 다시 매수했고 1월말에 팔았습니다. 테슬라 주식은 작년 9월, 10월, 올해 2월 3월에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AMOM의 종목 선정에 대해 쓴 기사. /마켓워치 캡쳐

쉽게 말해 AMOM ETF가 테슬라를 팔면 주가가 내리고 사면 주가가 올랐다. “사실 운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같이 사람의 심리에 따라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회사 주가는 예측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매출, 영업이익 같은 기본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는 요즘 그런 기본보다는 투자자들 심리에 따라 출렁거리며 움직입니다. AI가 테슬라에 대한 인터넷 검색 건수, 긍정 혹은 부정적인 댓글, 거래량 등을 분석해 떨어지기 전에 팔고 오르기 전에 샀는데 최상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원 수 40명에 기업가치 2000억원 평가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 금융 시장에서 큰 성과를 냈다지만 정작 한국에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란 회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 대표는 어떻게 회사를 만들고 키웠을까?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병역 특례를 했습니다. 그때 주식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서비스를 맡아 일했습니다. 자연히 주식투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알고리즘 트레이딩(Algorithmic Trading)을 시작했습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일정한 논리와 규칙을 만들어 컴퓨터에 입력해 컴퓨터가 스스로 주식, 선물, 옵션 등을 사고 팔도록 하는 거래방식이다. 


“직접 시스템을 설계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같이 만들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시장이 단순해서 수익을 많이 냈습니다. 덕분에 회사 창업 전까지 수십억원 자금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변하면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수익률이 급락했다. 또 골드만삭드, JP모건 같은 대형 투자회사들이 인공지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2012년쯤 이대로 가면 도태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융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 개발을 할 사람들은 모았습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엔지니어들, 심지어 유명대학 교수도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쌓은 투자 경험과 기술, 인맥이 힘을 발휘해 수준 높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는 다른 핀테크 기업과는 좀 다른 길을 걸었다. “핀테크 기업들은 마케팅에 강하고 인지도가 높은 회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토스 같은 업체는 무료송금, 무료신용 조회 등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모았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아예 수천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이용자가 가장 큰 자산이고 마케팅에 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케팅 노하우도 사용자 기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기술이 필요한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에 기술을 제공했죠. 하나·신한·기업은행 등이 우리 기술을 씁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입니다.” 

2021년 5월 14일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김형식 대표(좌측 상단 첫번째) 등 임직원이 AMOM, QRFT 상장 2주년을 맞아 클로징 벨 타종 행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올해 행사는 줌을 사용해 원격으로 진행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AI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AI주문집행 시스템 등을 개발해 은행과 자산운용사·보험사에 공급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PB라고 할 수 있다. AI주문집행 시스템은 말 그대로 AI 트레이딩 프로그램이다.” 간단히 말해 B2C 대신 B2B 사업에 집중해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셈이다. 하지만 고객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대형 금융사이기 때문에 회사 이름을 널리 알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투자업체들은 회사를 눈여겨 보고 있다. 올해 초 스마일게이트 등이 100억원을 주고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주식을 사갔다. 투자자들은 회사 전체 가치를 2000억원으로 보고 100억원어치 지분을 가져갔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직원은 40명. 소수정예가 조단위 돈을 운영한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공지능 투자분야는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 오는 인재들은 능력과 열정을 모두 갖춘 사람들입니다. 스톡옵션을 포함한 보상수준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스톡옵션을 많이 받은 상위 10% 직원들이 가진 스톡옵션 평균 평가액이 10억원이 넘습니다.” 2019년 4월 회사가 투자를 받을 때 투자자들은 회사 가치를 1000억원으로 봤다. 2년만에 회사 가치가 2배로 오른 셈이다. 스톡옵션의 가치는 회사 가치와 비례한다. 돈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언젠가는 자산운용분야에서 AI가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AI 가 맡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빅데이터에서 초과수익 전략을 찾는 일이나 주문집행(트레이딩)같은 일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날이 왔을 때, 그 분야 대표 기업이 어딘지 물으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라고 대답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글 CCBB 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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