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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5명도 안 된다는 '이 면허증' 딴 청년이 벌인 일

몇 년 전 가수 이효리가 방송에서 오일풀링을 소개해 큰 화제였다. 오일풀링은 물이나 가글액 대신 오일로 가글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구강 내 지용성 독소를 식물성 기름에 녹여 제거한다는 논리다. 구강 내 세균 및 독소 제거, 구취 제거, 면역력 증진, 피부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오일풀링 붐이 일었다.

몇 년 전 가수 이효리가 방송에서 오일풀링을 소개해 큰 화제였다. /SBS 방송 캡처

사실 이효리가 소개한 오일풀링은 인도의 아유르베다 요법 중 하나다. 아유르베다란 인도의 전통 의학 분야다. 기원전 3000년 전부터 고대 인도의 힌두교 경전 ‘베다’에 의해 이어져 온 전통 의학이라고 한다. 


이러한 아유르베다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건강법을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 인도 현지에서 아유르베다 의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국내 유일 아유르베다 전문 브랜드인 ‘베다라이프’ 송한영(40)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베다라이프’ 송한영 대표. /베다라이프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라이프스타일 기업 ‘베다라이프’의 대표 송한영입니다. 브랜드 ‘아포베다’를 운영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송한영 대표는 원래 건축학도였다. 중앙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건축사무소에서 1년여간 일했다.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마음 한 쪽엔 아쉬움이 남았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의사가 되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다. 뒤늦게라도 꿈을 위해 한의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요가 학원에서 우연히 인도에서 온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으로부터 아유르베다라는 학문을 알았다. 한국의 한의학, 중국의 중의학처럼 인도의 전통 의학이라는 말을 들었다. 현지에 전문 커리큘럼이 있다는 걸 알고 ‘이거다’ 싶었다.


“아유르베다란 인도의 전통 의학 분야입니다.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의학기술이에요. 고대 인도의 힌두교 경전 ‘베다’로 전승한 전통 의학이죠. 아유르는 ‘장수’, 베다는 ‘지식’이라는 뜻입니다. 생명 의학, 장수 요법이라는 의미죠. 인도에서는 5000년 이상 일상생활에서 활용해왔어요. 인도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외과적 의술, 식이요법, 약물요법, 마사지요법 등을 총체적으로 조합한 전통 의술로 자리 잡았어요.


인도에서는 많은 사람이 가벼운 질병부터 중증의 질병까지 아유르베다로 치료합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WHO(세계 보건기구)는 아유르베다를 질병 예방의학이라 공식적으로 인정할 만큼 그 가치가 큽니다.


아유르베다가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어요.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안에는 유명해질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아유르베다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인도로 사전 답사를 하러 갔고, 체계적인 전문 커리큘럼을 보고 직접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도 아유르베다 의대 재학 시절 모습. /베다라이프 제공

2008년 27살 때 퇴사 후 무작정 인도로 떠났어요. 퇴직금을 비롯해 그동안 모아놨던 돈을 들고 갔습니다. 월세 5만원짜리 방 한 칸에서 살았어요. 10평도 채 되지 않았죠.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우기 때는 비가 새서 고인 물을 퍼다 날라야 했어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송한영 대표는 인도 구자랏 아유르브드 대학(Gujarat Ayurved University)에 입학했다. 이 대학은 아유르베다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및 연구소다. 쉽게 말해 아유르베다 의대인 셈이다. 아유르베다 의대를 졸업한 사람만이 아유르베다 의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송 대표는 6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의사 면허증을 땄다. 국내에 아유르베다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5명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다.

27살 때 퇴사 후 무작정 인도로 떠났다. 6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의사 면허증을 받았다. /베다라이프 제공

아유르베다를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창업에 나섰다. /베다라이프 제공

“한의대에서 교육을 받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한의사가 될 수 있듯이 아유르베다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인가를 받은 프로그램에 의해 양성합니다. 아유르베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아유르베다 의사 면허증을 받아요. 학습 과정 등이 굉장히 체계적입니다. 아유르베다 전문 대학병원도 있어요.


종일 거의 공부만 했어요. 시험에 떨어지면 진급하지 못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일본, 스페인, 프랑스, 미국, 중동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수업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한 친구는 계속 시험에 떨어져서 나중엔 포기하고 돌아가기도 했죠.


가장 어려운 건 의학용어였어요.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지만 의학용어를 배워야 했죠.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학문이다 보니 경전의 경우 인도의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쓰여 있었어요. 산스크리트어를 익히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1~2주에 한 번씩 친구들과 도시락 먹는 시간이 유일한 힐링 시간이었어요. 힘든 걸 얘기하고 어려운 걸 나누면서 의지했어요.” 

성질의 균형을 맞춰주는 '마음티'. /베다라이프 제공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5년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주로 교육 활동을 했어요. 아유르베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했죠. 지금도 원광디지털대학교 웰빙건강학부에서 5년째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책 ‘인도 전통의학 아유르베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광주에 있는 명인통합의학센터에서 3년간 일하면서 상담하고 건강법을 처방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아유르베다를 적용한 제품을 만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보스웰리아, 모링가, 시서스 등이 인기에요. 아유르베다에서 쓰는 기본 허브인데 많은 사람이 몰라요. 아유르베다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아유르베다에 익숙해요. 동네에 아유르베다 약방이 하나씩 있을 정도입니다.”


송한영 대표는 2020년 3월 아유르베다를 적용한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아 정부 지원 사업인 청년 창업사관학교 10기에 뽑혔다. 정부 지원을 받아 ‘베다라이프’를 창업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 마시면 좋은 ‘바타티’. /베다라이프 제공

-제품이 궁금합니다.


“1년여간의 개발 끝에 개개인의 체질에 맞춘 ‘마음티’(bit.ly/33f99f2)를 론칭했습니다. 아유르베다의 핵심은 ‘균형’입니다. 신체적, 정신적 기운의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고 봐요. 성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피타티'는 몸과 마음에 열이 많고 화가 많은 사람이 마시면 좋다. /베다라이프 제공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티에요. 총 3가지 종류입니다. 첫번째는 불안하고 초조할 때 마시면 좋은 ‘바타티’입니다. 아유르베다에서 불안한 감정은 건조하고 차갑고 가벼운 성질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 이 성질이 높은 사람의 경우 쉽게 마음이 산만해지고 생각이 많아 불안감을 느낍니다. 따뜻하고 촉촉하고 안정적인 성질의 허브로 차를 만들었습니다. 펜넬, 라벤더, 캐모마일, 생강 등이 들어있어요. 처음엔 향긋한 라벤더와 캐모마일의 향이 나요. 마시다보면 펜넬, 생강의 향도 납니다.

카파티는 몸이 처지고 무거울 때 마시면 좋다고 한다. /베다라이프 제공

두번째 차는 ‘피타티’입니다. 마음에 열이 오를 때 마시면 좋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고 화가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감정은 뜨겁고, 날카로운 성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시원하고 부드러운 성질의 허브를 모아 처방했습니다. 페퍼민트, 루이보스, 로즈힙, 로즈페탈 , 레몬그라스를 담았습니다. 처음에는 페퍼민트의 시원함과 루이보스의 고소한 맛이 느껴집니다. 이후 로즈페탈의 달큰한 맛이 올라옵니다. 오래 우릴 경우 페퍼민트의 맛이 더 진해지고 레몬그라스의 시원한 맛이 더 강해집니다.

마음티 레시피는 송 대표가 실제로 아유르베다 의사로 일할 때 썼던 처방전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베다라이프 제공

마지막으로 ‘카파티’는 몸이 처지고 무거울 때 마시면 도움을 줍니다. 우울한 감정은 무겁고 기름지고 차가운 성질과 관련 있습니다. 평소 이 성질이 높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쉽게 몸이 무거워지고, 의욕이 없이 우울감이 느낍니다. 따뜻하고 건조하고 가벼운 성질을 가진 허브를 모아서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클로브, 생강, 시나몬, 헴프씨드, 단호박, 루이보스를 담았어요. 처음에는 달큰한 단호박과 부드러운 루이보스의 맛이 느껴집니다. 이후 헴프씨드가 우러나면서 좀 더 고소한 맛이 올라옵니다. 티를 오래 우릴수록 생강과 클로버의 알싸한 맛이 우러납니다.”

-제품 제조 과정이 궁금합니다.


“마음티 레시피는 실제로 아유르베다 의사로 일할 때 썼던 처방전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철저한 품질 관리로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듭니다. 수입한 지 3개월 이내의 원료만 씁니다. 또 위생관리가 이뤄지는 시설에서 제조합니다. 제조 공정에서 제품 포장까지 한 번에 진행해 오염의 가능성을 없앴습니다.


또 나일론 필터나 부직포 필터 대신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환경 친화 생분해성 필터 (PLA) 사용해 뜨거운 물에 우려도 걱정 없습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작년 매출은 2000만원이었습니다. 작년 10월에 제품을 론칭해서 매출이 높진 않았어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늘면서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몰(bit.ly/33f99f2)구매도 오르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국내에서 가장 큰 아유르베다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제품군을 늘려 아유르베다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비누, 건강보조식품 등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전문 처방 지식을 제품에 담아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향후에는 허브 기반의 화장품을 기획하고 있어요. 아토피 등 피부 질환에 맞는 화장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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