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외국 기업의 중국 철수 - 미중 경제는 분리되고 있는가?
Summary
-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본 유출을 막으면서도 자본 유입에 힘쓰고 있는 중국 상황
-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중요한 세 가지 변화
- 최근 중국이 외화 유출을 경계하는 것은 중국 자산가들이 자산의 해외 반출을 시도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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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외국 기업에 중요한 변화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본 유출을 막으면서도, 더 많은 자본을 유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잘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제조업의 중국 철수는 이미 확연한 것으로 보인다. 타이완의 경우 2021년 해외 투자에서 동남아시아 지역 비중이 37.13%로, 중국 대륙 투자 34.6%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관련링크) 타이완에서는 이를 ‘서진’에서 ‘남진’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중국 사회과학원(中国社科院) 글로벌경제 및 정치연구센터 쉬치위안(徐奇渊)은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에 중요한 세 가지 변화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련링크) 첫 번째는 가공 수출 중심에서 중국 내수 시장 중심으로의 변화이다. 다음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 기업의 내수 매출은 2016년을 기점으로 수출보다 커졌다. 소위 “in China for China” 전략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인다.
© 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해관
두 번째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외국 기업들의 종목이 바뀌고 있다. 2019년 제조업 FDI(외국인 직접 투자)는 14% 감소했고, 2020년에는 12% 줄었다. 이러한 제조업 투자 비중 감소는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 증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서비스 투자가 제조업처럼 전통 산업이 아닌 미래형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세 번째 변화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통 서비스 산업, 즉 숙박 및 요식업, 문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는 감소해 왔다. 반면 교육, 과학 기술, 정보통신 등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였다.
정말 중국 시장 철수하는 것 맞나 타이완은 중국의 직접적인 무력 위협 하에 있는 국가다. 중국에서 생산을 지속하는 리스크에 대한 감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로 치면 북한의 남침 위협이 실제화되는 가운데 개성 공단에 더 시설 투자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직접적인 위협을 받지 않는 국가들의 입장은 조금 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가장 반중 정서가 높은 국가인 일본의 동향을 확인해 보자. 최근 캐논이 광둥성의 주하이 공장을 폐쇄하였다. 주하이 공장은 연간 1억 위안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었다고 한다. 맥주로 유명한 기린도 중국 합자 법인 지분 40%를 매각했다. 거래액은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Nikkei Asian Review의 2020년 9월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년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본 기업들에 보조금 2,200억 엔을 배정했다. 6월 종료된 1차 입찰에서 87개 기업이 신청, 57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7월 마감된 2차 지원에는 무려 1,670건이 접수돼 정부 보조금 예산 11배 규모의 신청이 있었다. 2020년 당시 이미 1,757개의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할 의향을 표시한 것이다. (관련링크)
10월에는 도시바가 중국 내 33개 공장의 폐쇄를 발표했다. 일본 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2020년 중반까지 중국에 있는 약 35,000개의 일본 기업 중 철수한 기업이 전체의 1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소문처럼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계에 다다른 일부 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명예롭게 철수하는 것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관련링크)
게다가 그해 12월 일본 기업 철수론에 대한 반론이 중국에서 나왔다. 신화망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보조금을 신청한 것은 일본 정부의 목적이 ‘일본에 제조업이 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의 철수보다는 새 공장을 일본에 세우는 용도로 신청한 경우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일본 대외무역 기구 광저우 대표부 공공지원 부서 다나카 린다로는 중국의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 중국 시장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광저우 대표부가 지난 4월 중국 남부에 있는 일본 기업 약 3,5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1.7%가 중국에서 사업을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관련링크)
이를 중국 정부의 선전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필자는 앞서 제시한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전략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즉, 과거 중국의 저가 인건비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해서 자국이나 제3국에 수출하던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는 대부분 중국 시장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철수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반면 중국이 최근 들어 외화 유출을 경계하고 여러 외화 유출 통로를 막고 있는 것은 중국의 자산가들이 자산의 해외 반출을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2022년 경제 블루 북에서도 이러한 자산 유출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중국에 대한 자금 유입 유출을 살펴보면 자금이 국외로 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자본 유출은 외국 기업이나 자본의 철수보다는 중국 내 자산가들의 자산 해외 반출의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대규모 무역 수지 흑자와 위안화의 강세 역시 중국에서 외화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시장이 동요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 또한 중국의 자산 유출이 외국 기업이나 외국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인 또는 중국 기업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다수의 기업들이 외화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 계정이나 해외 법인 또는 해외 합작사의 계정에 파킹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각은 중국의 무역 수지에 비해 외화 보유고의 증가 폭이 적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관련링크)
미국을 따를 것인가, 기회를 잡을 것인가 만일 이런 해석이 맞는다면 미국과 서방이 현재 중국에 취하고 있는 경제 분리는 그 효과를 단 기간 내에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중국 본토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 본토에서 생산하거나 제품을 소싱하여 서방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경제 분리의 대상이 될 텐데 이들 또한 가능한 중국 시장을 얻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제재는 장기간에 걸쳐 미래 산업에서 미중 분리가 현실화되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 시장을 분리하는 결과도 피할 수 없다는 모순을 가진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분리되어 가면 그 공백은 다른 국가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어떠한가? 미국과 함께 중국 시장에서 분리되어야 옳은가 아니면 미국으로 인해 생기는 중국 시장의 공백을 우리가 차지해야 옳은가? 아마도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결정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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