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으로 보는 중국 지역별 경제 상황

SUMMARY

- 베이징부터 선진까지 중국 대도시별 부동산 현황 톺아보기

- 개혁개방 혜택 받은 선전은 타격이 크지만, '최종 도시'인 상하이, 정치적 영향력 큰 '베이징' 등은 선방하는 중

- 지역별 차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중국 부동산 신호를 정확히 읽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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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기준 중국의 부동산 지수를 살펴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관련링크) 금년에 들어서면서 최저점을 찍고 상승하는가 싶더니 4월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이다. 시진핑이 3연임을 하며 새로운 정부가 희망찬 비전과 경기 진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20대 이후 중국 정부는 이렇다 할 경제 발전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 GDP 성장률 목표도 5% 내외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을 보였고, 그나마 신임 리창 총리는 이조차도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시장의 실망도 컸다. 게다가 중국의 수출이 대폭 감소하고 외국 기업의 철수가 이어지며 지방 정부들의 재정 문재가 불거져 나오자 중국 경제에 대한 실망감은 확산되었다. 이제 국내외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하락을 멈출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시장은 이미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감 상실 신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에 대한 이런 시장의 태도는 처음이며 모두들 불안감을 감추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상기 그래프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 부동산 경이를 지역별로 나누어 분석해 보려 한다. 왜냐하면 지금 중국의 경제 상황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점점 더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 차이를 무시하고 시장을 읽으면 자칫 침소봉대하거나 오역을 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중국을 크게 중앙 부분의 총칭, 그리고 동북 방향의 베이징, 동남 방향의 상하이, 서남 방향의 선전, 그리고 서북 방향의 시안 등 5개 대도시를 통해 분석하려 한다. 우선 앞서의 그래프는 전국 평균 상황으로 보고 분석의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평균적인 모습, 총칭 먼저 총칭의 신축 주택의 가격 변화를 보면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6월부터 하락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지금 중국을 덮치고 있는 부동산 사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매달 일정 수준의 하락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주택의 매매 가격을 보면 거의 일직선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격이 내리면 아무도 집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주택 평균 가격은 신축보다 높다. 신축의 경우 평균 가격보다 중간(median) 가격이 매우 높은데 비해 구축의 경우 평균 가격이 중간 가격보다 높다. 이것은 최근 지어지는 주택들의 가격 하락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임대 주택의 임대료는 2022년 10월로 오면서 하락했고 그 후 큰 변화 없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9월 수준으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는 평방 미터당 26위안이 평균인데 중간값이 21위안이다. 대형, 고급 임대 주택일수록 임대료가 비쌀 것이므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베이징은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중? 총칭은 중국 전역의 대표적이고 평균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베이징을 살펴보자. 놀랍게도 총칭과는 완전히 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축 주택의 가격이 일직선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 상황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다.

 

 

그러면 기존 주택의 경우는 어떨까? 역시 금년 4월을 기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총칭의 경우 신축이 7, 8월 하락폭이 컸는데 베이징은 기존 주택의 7, 8월 하락 폭이 컸다. 그리고 신축과 기축 모두 상승하고 있다고는 해도 상승 폭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7, 8월에 들어 주택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축 주택의 가격이 내려가는 데도 불구하고 신축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신규 구매자의 입장에서 기축 구매를 기피한다는 뜻이다.

필자의 해석은 최근의 주택 구매자는 대부분 외지인이며 베이징은 최근까지도 주택 가격이 줄곧 상승하여 소유주가 매각하는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 지금 베이징의 주택 매입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주로 외지 사람이라고 듣고 있다. 그리고 외지에서 베이징에 새로 유입된 사람들은 신축 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대 주택도 가격이 올랐음을 볼 수 있다. 총칭의 경우 별다른 임대료 상승을 보이지 못한 것에 비해 베이징의 경우는 상승 폭이 제법 뚜렷하다.

 

 

베이징의 신축 주택의 가격 상승, 그리고 기축 주택의 가격 하락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필자의 해석은 ‘안전 자산’이다.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은 많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으며 자연스레 안전 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해외로 자산 반출이나 자금 유출을 할 수 없는 중국 상황에서 안전 자산이란 바로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최종 도시*(destination city)'인 것이다. 즉, 전국의 돈 있는 사람들이 보유 자본이 어느 정도 규모에 다다르면 가는 곳, 바로 베이징 또는 상하이와 같은 도시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강남 불패를 이야기하듯이 이들 중국인들에게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똑똑한 한 채가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이 맞다면 상하이 역시 베이징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상하이 신축 주택의 가격 변동을 보라. 필자의 생각대로 베이징과 같이 일관된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destination city: 성공을 위해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는 도시를 말하며 시골 청년이 도시로, 도시에서 다시 대도시로 이동하고 최종 목적지로 선택하게 되는 국제적 대도시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뉴욕과 L.A.,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와 같은 도시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들이다. 해외 이주가 어려운 중국 상황에서는 대체로 베이징과 상하이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구축 주택의 가격 동향은 어떠한가?

 

 

보라! 구축 역시 베이징과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언할 수는 없으나 상하이 또한 베이징과 마찬가지로 최종 도시이다. 베이징이 정치적 최종 도시라면 상하이는 상업적 최종 도시이다. 우리는 부동산이라는 측면에서는 두 도시를 같은 유형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전, 부동산 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선전은 그동안 최종 도시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도시로 여겨졌으나 최근의 미중 갈등과 디커플링은 선전의 위상을 많이 흔들어 놓았다. 그 결과 선전은 가장 부동산 하락이 심한 도시가 되고 말았다.

 

 

선전은 원래 이민 도시이다. 거주민의 90% 이상이 외지에서 온 이주민들이다. 따라서 중국의 고도 성장 기간 동안 대표적인 개방 도시인 선전은 고도 성장과 함께 부동산 불패 신화의 상징과 같았다. 하지만 대서방 무역이 어려워지고 선전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선전이라는 도시는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전의 기축 주택 또한 신축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데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선전에 살고 있는 필자의 지인은 선전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너무나 심해 무서울 정도라고 한다. 특히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자금을 융자한 기업인들은 타격이 크다고 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도시, 시안 그러면 시안은 어떨까? 놀랍게도 시안의 신축 주택들의 가격은 급증하고 있다. 왜인가? 그것은 지금 시안이 중국 경제의 중심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군수 산업, 그중에서도 우중 항공과 같은 하이테크 군수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시안은 바로 개혁 개방 이전부터 우주 항공 및 군수 산업의 중심지였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이 고향이 섬서성이고 미국이나 일본의 군사적 공격에서 안전한 서부 지역에 있다보니 군수 관련 프로젝트들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대일로의 출발 도시로서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이주민들이 늘어나고, 기존 시민들의 소득도 올라가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기축 건물들의 가격은 상당한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서 가격에 주의하라. 급증하고 있는 신축의 경우 평균 가격이 1만 2천 위안대인데 비해 기축 건물들의 평균 가격은 무려 1만 6천 위안에 가깝다. 신축의 중간 가격이 1만 6천 위안대이고 기축의 중간 가격이 1만 4천 위안대이다. 이것은 기축은 고가 주택, 신축은 주로 저가 주택이 매매된 것을 시사한다.

 

 

필자는 시안에서 수개월 동안 한 공장의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시안의 고급 주택들은 대부분 시안 시내에 있다. 그러나 우주 항공, 군수 산업의 중심지들은 모두 시안 시중심에서는 거리가 멀다. 이는 시안의 주택 구매 수요 패턴이 기존의 일반 시내 거주자과 우주 항공 군수 단지가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언할 수 없으나 필자에게는 기존 시가지 내의 기축 주택들은 중국의 다른 도시들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산업과 이주자들의 도입으로 활력을 찾는 지역은 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축 주택의 매매가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INSIGHT 중국의 부동산이 위기 상황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중국은 대국이며 지역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부 지역의 상황과 신호를 전체 중국의 상황으로 일반화를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또한 각 지역의 경제 상황과 주요 변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경제 신호를 읽을 수 있다.

민간 경제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국유 산업은 나으며 군수 산업은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과거 개혁개방의 혜택을 많이 받은 선전같은 곳은 타격이 크지만 상하이는 최종 도시인 관계로 선전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 베이징과 같은 정치적 영향력이 큰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미중 무역 갈등이나 부동산 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이는 목전의 중국 경제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