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도미노 시작하나? #1
Summary
- 장기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소비는 단절된 상황
- 최근 발생한 일부 금융 기관에서의 뱅크런 사태
- 중국의 농촌은행은 규모가 작아 고수익을 약속하는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해 왔음
- 예금 보호 제도가 있으나 사실상 보증 역할은 못한다는 것이 중론
© iStock
“알아서 잘 깔끔하고 센스 있게”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중국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전국 100여 곳이 넘는 도시에서 2, 3일에 한 번씩 시민들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한다. 전국 규모의 대규모 봉쇄와 코로나19 검사는 엄청난 재정 지출을 야기했고, 시민들의 경제 활동 역시 대폭 위축됐다. 당연히 각 지방 정부의 재정은 매우 어려워졌다.
5월 말 리커창 총리가 소위 ‘10만 회의’라고 불리는 전국 공무원들과의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10만 명이나 되는 중국 공무원들이 리커창 총리가 주재한 화상 회의에 참여한 것은 그만큼 지방 정부들이 곤경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리커창 총리는 현재 중국 경제가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상황 인식과 평가를 토로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지방 정부는 기업들의 조업 재개와 인프라 투자 증가, 그리고 소비 진작 대책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는 “중앙 정부의 재정이 비어 있어 지방 정부를 지원할 여력이 없으니 각 지방 정부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했고 가장 큰 이슈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알아서 제로 코로나 정책도 지키면서 경제 활동도 진작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관련링크)
정부 발표와는 정반대인 중국 현실 리커창의 모순된 지시가 잘 먹힐 리 없다. 우선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완전히 단절됐다.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괴멸 사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수많은 가구가 소득 정지 상태에 있다. 하단 이미지의 중국 당국 통계 발표를 보면, 도시 지역 실업률은 2022년 1사분기 최고점을 찍은 후 2사분기에 들어서며 개선되는 모습이다. 건설 현장 등에서 주로 일하는 농민공들의 고용 상태를 나타내는 외지 인력 실업률도 2사분기 들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데이터는 신뢰하기 어렵다. 이미 국가통계국의 전 고관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 피해는 1사분기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2사분기에 반영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들이 사실상 완전 봉쇄 상태에 있었고 GDP 성장률 또한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어떻게 고용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 청년 실업률은 계속 올라가 최고점을 찍고 있다. 사상 최대 대학 졸업자가 배출되는 3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관련링크)
실제 중국 당국이 발표한 PMI 지표 중 하부 지표인 종업원 지수는 1년 넘게 임계치인 50% 아래를 보여왔다. 필자는 사실상 지난 2년 넘게 고용 상태는 악화되어 왔음을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의 소비는 매우 열악한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 통계국이 발표한 월별 중국 소비품 소매 규모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다음 그래프를 보면, 2022년 들어 2021년 동기 대비 소비 총액이 현격히 낮아진 것을 확인 가능하다.
중국은 가구 소득의 감소와 그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고통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농촌을 중심으로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을 녹색 가전으로 교환하라는 상품권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 재고가 쌓여있는 가전제품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전환하여 작년에 있었던 전력난 등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소비 자극책이 효과를 볼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농촌은행에서 시작된 최악의 사태 그런데 이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걱정하던 사태가 터져 나왔다. 바로 일부 금융 기관에서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예금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예금을 인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허난성 4개 농촌은행이 예금주들에게 예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우선 농촌은행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중국의 은행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구분 |
해당 은행 |
비고 |
중앙은행 |
인민은행 |
|
정책은행 |
국가개발은행(中国国家开发银行)、중국농업발전은행(中国农业发展银行)、중국수출입은행(中国进出口银行) |
|
국유은행 |
공상은행(中国工商银行)、농업은행(中国农业银行)、중국은행(中国银行)、건설은행(中国建设银行)、교통은행(交通银行)、우정은행(中国邮政储蓄银行) |
|
구분제은행 |
중신은행(中信银行)、광다은행(中国光大银行)、자오상은행(招商银行)、상하이푸동발전은행(上海浦东发展银行)、민생은행(中国民生银行)、화샤은행(华夏银行)、핑안은행(平安银行)、싱예은행(兴业银行)、광파은행(广发银行)、보하이은행(渤海银行)、저샹은행(浙商银行)、회이펑은행(恒丰银行/HSBC) |
우리나라의 주식회사에 해당하며 전국 규모의 영업망 보유 |
도시은행 |
北京银行、天津银行、河北银行、保定银行股份、沧州银行、承德银行、邯郸银行、廊坊银行、秦皇岛银行、唐山银行、邢台银行、张家口银行、晋商银行、大同银行、晋城银行、晋中银行、阳泉市商业银行、长治银行、包商银行、内蒙古银行、鄂尔多斯银行、温州银行、浙江稠州商业银行、浙江民泰商业银行、浙江泰隆商业银行、徽商银行、福建海峡银行、泉州银行、江西银行、赣州组火、上饶银行、齐鲁银行、德州银行、东营银行、济宁银行、莱商银行、临商银行、齐商银行、日照银行、泰安银行、威海市商业银行 |
구분제 은행과 동일하나 영업 지역이 근거지 도시로 한정 |
농촌은행 |
중국 인터넷에서 ‘농촌은행’으로 검색 불가 |
우리나라의 제2금융권에 해당 |
중국의 농촌은행은 한국의 제2금융권에 해당한다. 과거 은행이 없던 농촌에서 신용협동조합 형태로 존재하던 신용사, 합작사 중 일부가 개혁 개방 이후 기업화 되어 금융 기관으로 변모한 것이다. 2019년 필자가 조사할 당시, 농촌은행에 해당하는 농촌상업은행(农村商业银行)이 303개, 농촌합작은행(农村合作银行)이 약 210개, 농촌 신용사(农村信用社)는 1424개였다. 그리고 이들 중 약 400여 개는 실질적인 파산 상태라는 보고가 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당시 회계 사무소가 매년 인민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농촌은행 감사 의견을 거부하여 노출됐다. 기업 편에서 편의를 봐주는 중국의 회계 사무소라지만 농촌은행들의 상태는 너무나 심각해서 어떻게도 합리화할 수 없었던 듯하다. 중국 농촌은행 상당수가 위험한 상태에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농촌은행은 대부분 3, 4선 중소 도시에 소재하며 점포 수는 불과 몇 개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이들은 중국이 고도성장에 들어가면서 상호 합병되고, 새로운 자본가들이 인수하면서 현대화 됐다. 농촌은행은 보유 자금, 즉 예입금의 규모가 작고 지명도나 신용도가 낮아 예금 유치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예금주에게 고수익을 약속하는 것이 주 경쟁 수단이 되었다.
이들은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나 기업에 투자 또는 대출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재무 상태에 문제 있는 농촌은행이 다수 생기게 됐다. 초기에는 대형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려고 발생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은행 경영진들이 추진하는 고 리스크 일확천금식 프로젝트에 파이넌싱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용되는 일이 허다했다.
결국 2019년 2개 농촌은행과 1개 상업은행에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시작은 허난성(河南省) 뤄양시(洛阳市) 이촨현(伊川县)의 이촨농촌상업은행인데, 경영진 4명이 공안에 구속되면서 불안해진 예금주들이 달려와 예금을 인출했다. 그다음 달에는 랴오닝성의 잉커우 시에 있는 잉커우옌하이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당시 당국은 유언비어가 날조 유포된 결과라며 한 아주머니를 구속하기도 했다.
여기에 진저우은행(锦州银行) 사태가 일어났다. 진저우은행은 자산 총액 7,483.92억 위안, 우리 돈으로 12조 4천억 원 규모의 중형 은행이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사실상 구제 금융 및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결국 2019년 8월 경영진이 교체됐다. 국유 은행인 공상은행 랴오닝 분항 부행장인 궈원펑(郭文峰)이 행장을 맡았고, 동사장과 두 부행장 자리도 모두 공상은행과 중궈신다(中国信达) 출신이 자리하게 됐다. 사실상 국유화된 것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중국 당국은 예금 보호 제도를 도입해 1인당 50만 위안까지 예금을 보호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보증하기 위해 예금보증 기관을 설립했다. 하지만 이 보증 기관이 각 은행들로부터 각출한 자금은 너무나 적어서 사실상 보증 역할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관련링크)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