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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 부진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

SUMMARY

- 상반기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부진하며 국내 증시 상승까지 제약

- 선행·동행 등 경기 지표를 봤을 때 하반기엔 회복할 것이라는 판단

- 중-미 국채금리 스프레드 확대와 위안화 환율 변동성 확대 시나리오 우려 존재

- 원달러 환율 변동성으로의 전염과 국내 외국인 수급 이탈 가능성에 각별히 주의 필요

 

© istock

 

중국 낙수 효과, 기대는 무리 OECD는 6월 7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민간 투자가 저조하고 중국 수요가 부진해 수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됐습니다. 내년에는 수출 반등과 중국 경기 회복으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개선될 것으로 OECD 보고서는 전망하였으나 낙관적인 전망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 냉각으로 2016년의 한한령(限韓令, 禁韓令) 가능성이 대두되는 만큼 중국 수요 회복이 국내에 미칠 낙수 효과가 의문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이미 반영되었습니다. 연초부터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는 2차전지, 그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회사가 감산 발표를 하고 AI 기대감 덕분에 반등을 보였던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다면 기타 업종의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특히 중국 관련 업종의 주가 부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래 차트는 MKF2000 소속 종목들을 FICS 분류에 따라 나눈 일부 업종별 주가 흐름과 수익률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급등했다가 폭락했던 제약·바이오 업종도 주요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과 국제 컨퍼런스 기대감 덕분에 머리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수년을 끌어온 리오프닝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호텔 및 레저, 항공운수 등 중국 관련 업종은 제대로 된 상승세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제유가 하락과 M&A 등 일부 호재가 있는 항공운수 업종만 가까스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MKF2000: KOSPI와 KOSDAQ에 상장된 법인 전체를 구성종목으로 하는 지수
** FICS: FnGuide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에프앤가이드 산업 분류 기준)

 

 

시장은 연초 中 양회에서 발표된 5%라는 다소 보수적인 경제성장 목표를 중국이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는 경기 회복 속도는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중국 5월 산업 생산은 전년동월대비 3.5% 증가했으나 예상치(3.8%), 그리고 전월(+5.6%) 대비해서도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국 5월 소매판매 증가세도 전년동월대비 12.7% 늘며 예상치(+13.7%)를 밑돌았습니다. 이는 전월(+18.4%)보다 크게 약화된 모습입니다. 1~5월 누적 고정자산 투자액은 18조 881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으나 같은 기간 부동산 개발 투자 규모는 4조 5701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줄었습니다. 주택 투자도 3조 4809억 위안으로 6.4% 감소했습니다.

 

 

중국 양회와 경제지표를 분석했던 3월에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신흥국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경우, 즉 경기가 추가적으로 나빠질 것으로 예상될 때 외국인들은 신흥국 투자를 꺼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함께 신흥국 그룹에 포함되어 있으나 중국 대비 비중은 작은 우리나라 등은 중국 탓에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줄어들며 증시 부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구간을 거치며 더 심화된 부분이 있으나 예로부터 중국의 성장률 목표 및 집계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리창 차기 총리에게 자리를 양보한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리커창 지수로 분석하는 중국 경기 중국의 경제지표 중에는 리커창 지수(Li Ke Qiang Index)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지수는 2005년부터 2023년까지의 중국 GDP와 동행하는 흐름을 나타내며 중국의 경기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리커창 전 총리는 과거 미국 외교관에게 중국의 GDP 데이터가 인위적(manmade)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산업 생산이나 소매판매, GDP 데이터를 통해 중국의 성장을 추적하기보다는 조작의 가능성이 적은 은행 대출, 철도운송 및 전기 소비의 변동을 관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리커창 지수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중국 정부 발표 지표 대신 성장률을 추적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하락은 경제 활동의 둔화, 상승은 잠재적인 성장 전망을 나타냅니다. 이 지수는 잔존 은행 대출(40%), 전기 생산(40%) 및 철도 화물 운송량(20%)의 전년대비 증가율에 대해 가중평균을 취해 구할 수 있습니다.

 

 

중국 경기를 점검하기 위해 해당 지수에 포함되어 있는 지표와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은 산업 생산과 외국인 직접 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입니다. 두 지표를 리커창 지수에 포함되어 있는 잔존 은행 대출, 전기 생산, 철도 화물 운송량과 함께 선행·동행·후행 지표로 분류해 중국 경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경기에 대한 후행 지표는 일련의 산업 및 경제 활동에 대한 결과물로 앞서 살펴보신 소매판매 및 산업 생산 지표가 해당됩니다. 예상치 및 전월치 대비 둔화된 수준이며 성장세가 지속될지 다소 의구심이 드는 상태입니다.

중국 경기에 동행하는 화물 운송량과 전력 생산은 아래 차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년동월대비 변동성이 크게 강화된 모습입니다. 제조업 전후단의 활성도를 보여주는 화물 수송량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기엔 어려워 보이며, 화석연료 수급 문제로 2022년 큰 부진을 겪었던 전력 생산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행지표로 판단하기에 중국 경제 상황은 완만한 회복기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관적으로 본다면 전력 관련 지표 또한 여타 경제지표와 같이 생산보다 소비를 보는 것이 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하는 전기의 특성과 장기간의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기 생산을 리커창 지수에 대한 지표로 사용하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경기에 선행하며 그 방향성을 사전적으로 짚을 수 있는 지표는 금융투자 분야입니다. 외국인 투자 증가율과 잔존 은행 대출 증가율이 여기에 속합니다. 외국인투자(FDI)는 외국인에 대한 중국 투자 매력도를 반영하며 외부 자금을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래 차트를 보면 최근 외국인 투자가 전년대비 크게 부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기타 국가 또는 회사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아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장 등을 지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입니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확장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과도한 규제로 사업 확장이 어려운 경우 FDI가 감소합니다. 미국과의 대결 구도가 장기화되고 상호 간 다수의 기업을 거래 금지 대상으로 지정되며 큰 정치외교 리스크에 노출된 서방국 소속 회사들의 투자가 이탈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은행 대출은 증가세가 전년과 유사하게 유지되는 모습입니다. 대출 관련 신용 조건이 강화될 경우 은행 대출이 감소하게 되며 중국 내 사업 확장 및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6월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14일(현지시간 기준) 바로 다음날, 중국 인민은행은 주요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10개월 만에 0.1%p 낮은 2.65%로 인하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중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대출 우대금리(LPR)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은행 대출은 향후 소폭 증가하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는 과거 미국의 긴축정책 영향으로 외국인이 이탈하며 중국 국내 자금이 투자금 공백을 메웠던(그림자 금융 규모가 증가하며 중국 부채 우려가 커졌던) 2016년과 유사한 전개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중국의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구조가 개선됨에 따라 시스템 리스크 우려는 이전에 비해 완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중국의 대출 우대금리 인하 등이 단행될 경우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 대비 물가 조절에 선제적으로 성공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이는 통화 및 재정 정책에 따른 경기부양 기대감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정책적 지원은 경제성장 목표치 도달을 용이하게 하며 추가 달성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부동산 시장 급변이나 외국인 자본 엑소더스 등의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배제했을 때 선행지표로 미루어 본 하반기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는 현재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중국 투자 매력도 하락할 수밖에 살펴보신 바와 같이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스탠스도 확인되면서 중국의 국채금리는 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아래 차트를 통해 블룸버그에서 집계하는 신흥국 자금 흐름 지수와 중국, 미국 간 국채금리 스프레드(차이)를 비교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 직후인 2022년부터 급속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의 국채금리는 상승했으나 동결을 기본으로 하되 인하까지 할 수 있다는 스탠스를 보인 중국 국채금리는 하락했습니다. 현재 2년물 기준 중국의 국채금리는 2.08%, 미국은 4.66% 수준입니다. 이렇게 중국의 금리가 미국 대비 크게 낮아지게 되면서 중국과 미국 국채금리 차이인 스프레드가 역전되며 작년 중순 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 자본으로 하여금 중국의 투자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대비 신흥국인 중국의 성장률 및 기준금리가 더 높아야 하고, 투자위험을 감안해 국채금리 또한 높은 것이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더 높은 상황에는 기타 국가대비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수익률도 높은 미국으로 전세계의 자금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흥국 자금흐름지수는 2021년을 고점으로 감소 추세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3분기보다는 조금 개선되었습니다만 회복세를 나타낸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의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비쳤다고 언급한 것처럼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은 중국의 성장세 구축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러나 단·중기적으로는 중-미 국채금리 스프레드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 자금 흐름에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환율 시장 변동성 잘 살펴보기 중-미 국채금리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은 달러·위안 환율 상승 압력(위안화 약세)을 의미합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달러·위안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매우 높은 상관성을 보여 왔습니다. 달러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나라 원화와 중국 위안화가 유사한 가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래 차트의 초록 구간을 보시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중 집중 포화 속에서도 원화와 위안화가 견조하게 동행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경기 급랭기까지 이어졌습니다.

 

 

2021년 이후 원화와 위안화는 정부 정책 방향성과 민간 경제 개입 강도에 따라 방향성에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며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반면 물가 상승 억제와 내부 단속에 집중한 중국의 경우 달러·위안화 환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2023년 들어 다시금 차별화 장세가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작년 달러당 1,300원을 강하게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복귀하고 있는데 달러·위안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위안을 상방으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중-미 국채금리 스프레드 확대는 이러한 위안화 약세 흐름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달러·위안 환율이 미국과 중국의 펀더멘털 및 통화 정책 방향성을 직접 비교하기에 다소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환율 방향성을 통해 중국의 경제를 짚어볼 수 있는 다른 지표도 있습니다. 인민은행에서 집계해 발표하는 CFETS 위안화 지수입니다. 중국과 거래하는 24개 교역국의 통화바스켓 대비 위안화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지표이며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중국의 기타 교역국과 비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 통화 바스켓: 기준 환율 산정 시 적정한 가중치에 의해 선정되는 구성통화의 꾸러미

 

CFETS 위안화 지수와 달러·위안 환율은 그 기준이 각각 위안화와 달러로 다르기에 달러·위안 환율을 나타내는 우축을 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따라서 두 환율 모두 위쪽으로 가면 위안화의 강세를, 아래로 가면 약세를 나타냅니다. 2022년 상반기부터 급격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나타낸 달러·위안 환율과는 달리 CFETS 위안화 지수의 하락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위안화 지수 또한 2022년 저점을 재차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를 하방으로 이탈하게 될 경우에는 2021년 연초 수준인 95 포인트 구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달러·위안 환율뿐만 아니라 중국 인민은행이 집계하는 위안화 지수조차도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현실화될 경우 달러당 8위안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달러·위안 환율의 추가 상승이 예상됩니다.

 

INSIGHT 앞서 국채 스프레드와 함께 보신 신흥국 자금 흐름은 국내 주가 지수와도 그 방향성을 같이 합니다.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국내 지수에 대한 외국인 자금 흐름을 좌우한다고 말씀드린 배경이기도 합니다. KOSPI는 최근 외국인과 기관, KOSDAQ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의 영향으로 신흥국 자금 흐름 지수가 올라오기 전부터 강한 반등을 나타내고 있지만 외국인 수급이 이탈할 경우 이러한 랠리는 이어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중국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아직까지 중국에 대한 무역 및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가 해외자본의 접근이 제한된 위안화보다 매도 포지션을 취하기에 유리합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는 국내 제조업 중심 수출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을 어렵게 하며 영업환경을 악화합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저가매수 접근 수준에 그친다고 생각합니다. 저가매수는 단기 반등과 중기 하락을 동반하며 재차 매수 포지션 구축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당분간 이어질 박스권 장세 속 국내 증시의 완연한 레벨 업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한국의 신흥국 그룹 탈피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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