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이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주의해야 할 점
SUMMARY
- 한국은행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은 반등
- 하지만 IMF는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적 재정·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도록 권고
- 향후 한미 기준금리차가 더 확대된다면 국내증시로의 외국인 수급이 저해될 가능성
- 금리인하 기대감은 시기상조일 수 있으니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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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와 금리인하 가능성
기준금리는 언제 결정될까? 한국의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리는 1·2·4·5·7·8·10·11월에 결정됩니다. 매 분기 말인 3·6·9·12월에는 금융안정회의가 개최되는데 이때를 제외하곤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린다고 기억하시는 편이 간단합니다. 다음 회의는 5월 25일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 보통 매 분기 초와 분기 말에 통화정책회의인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개최합니다. 1·3·4·6·7·9·11·12월인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보다 한 달씩 빠르다고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고개 드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은 4월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다음 회의까지 금리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한국 기준금리는 1월 3.5%까지 25bp(0.25%p) 인상된 후 2월부터 유지되는 모습입니다.
이후 시장에서는 연내 우리나라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주식과 채권 등 주요 상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증권사 일부는 보고서를 통해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하할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한 직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하 통방문)을 발표해 경제주체들과 소통합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하고 있으나 완전히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
2. 세계경제 양호한 회복 중,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주요국 금융 리스크 증대되며 경기 하방 위험 확대.
3. 대내외 정책 여건 불확실성도 높아 금융안정 등 불확실성 요인 점검하며 추가 인상 필요성 판단 필요.
4. 국내 소비 소폭 회복되었으나 IT 경기 부진이 성장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 취업자 수 증가세 둔화.
5. 국내 경기는 상반기 부진한 성장 흐름, 하반기 이후 회복될 전망.
6.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보나 불확실성 높은 상황.
7.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분기 이후 3%대로 낮아질 전망이며 연간 3.5% 수준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상반기까지 국내외 경기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니 주요국의 금융 상황을 포함해 여러 변수를 지켜보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금리인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데 왜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시장참여자들의 경제적 판단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때문에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작성되는 통방문과 같은 자료들은 중앙은행의 정책적인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금리인하를 직접적으로 언급할 경우 이에 대비한 경제주체들의 행동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는 기타 요인을 감안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습니다. 이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련 자료들은 경기 및 물가 전망의 경우 1년여를 내다보지만, 정책적 방향성은 당면한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주요국의 금융안정과 미국의 통화정책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어서는 금통위와 같은 날 열린 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WEO)을 통해 주요국 경기를 살피고 이후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IMF가 보는 글로벌 경제 세계경제전망(WEO)은 IMF가 매년 분기 초인 1·4·7·10월 발간하는 보고서로 회원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를 분석·전망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제언하는 보고서입니다. 4월과 10월은 전체 회원국에 대해서, 1월과 7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30개국의 전망을 담습니다. 이에 이번 4월 보고서에서는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IMF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IMF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여건을 험난한 회복과정(A Rocky Recovery)으로 묘사했으며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적 재정·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세계경제전망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 우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2.8% 전망(0.1%p 하향 조정).
2. 선진국 올해 경제성장률 1.3% 전망(0.1%p 상향 조정).
: 미국 1.6%/영국 -0.3%/독일 -0.1%/일본 1.3% 등.
3. 한국은 1.5%로 0.2%p 하향 조정.
: 주요 기관 전망 - (정부, 12월) 1.6%, (한은, 2월) 1.6%, (KDI, 2월) 1.8%, (OECD, 3월) 1.6% 등.
4. 신흥국 및 개도국 그룹 올해 경제성장률 3.9% 전망(0.1%p 하향 조정).
5. 중국(5.2%) 기존 전망 유지, 인도(5.9%)와 브라질(0.9%) 하향 조정, 러시아(0.7%)와 멕시코(1.8%) 상향 조정.
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 경제블록화, 인플레이션, 주요국 은행 불안 등 상황 우려.
7.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하며 긴축적인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 기조 유지 권고.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중인데 한국은 동결해도 될까
한국이 미국과 다른 금리 노선 걸으면 보통 기준금리가 변동하는 구간에서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문제가 됩니다. 환율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인하 국면에서는 미국보다 금리가 더 빠르게 낮아질 경우, 금리인상 국면에서는 미국보다 금리를 느리게 올리거나 동결하는 경우 문제가 됩니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아 대외 수출에 의존적인 국가입니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가격뿐만 아니라 중간재·최종재 수출 규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낮춥니다. 이는 기업 경영에 큰 불확실성을 초래해 경영진으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높이며 실적 악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신흥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외국인 자금 유출입을 통해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은 미국의 경제가 성장하는 것으로 인식되며 미국 증시가 상승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이 미국 대비 부진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로의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율은 높아지고 유동성은 감소 이 경우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가 높아져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환율 상승 시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환차손 우려에 따라 자본 투입을 보류할 수 있고,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하며 기업들은 자금의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입니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신흥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소 두 가지 이상의 파급경로를 거쳐 증시로의 외국인 수급 유입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 차트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한미 기준금리차’를 회색 음영과 같이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1.5%p 수준의 금리차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2000년 중반 이후 최대폭에 해당합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을 중심으로 생각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중입니다. 다만 5월 2일에서 3일로 예정된 차기 FOMC 회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25bp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한미 기준금리차가 1.75%p로 확대되며 원달러 환율에 단기적인 충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기 반등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한미 금리차 확대는 달가운 뉴스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국내증시 반등의 의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끌어올린 증시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최근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는 상당히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의미 있는 수준의 감산을 선언한 삼성전자, 서방국가들의 2차전지 관련 입법 중 국내 기업의 산업 경쟁력 부각, 부실기업 도산 이후 옥석 가리기를 진행 중인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도전. 영업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고민을 지속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보이는 유의미한 뉴스인 듯합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급반등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필자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반등했던 시장을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증시에 십분 발휘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금리 동결이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에 작용한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시장이 견인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기업의 실적보다는 수익성 개선 전망이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근거해 주식을 경쟁적으로 매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동학개미혁명 이후 부각 받았던 PDR(Price Dream Ratio) 지표가 다시 주목받고, 2030년까지의 실적 개선을 다 반영한 수준이라며 일부 성장업종 주가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금융투자업계 보고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경제 회복 기대감에 의해 주가가 부양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기대감은 시기상조일지도 금리인하 기대감은 보통 기업의 대출 접근성이 완화되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강화합니다. 이는 기업의 실적 개선 전망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주가 상승이라는 당연한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서방국의 은행 도산 관련 파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실물경기의 회복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대출 접근성이 완화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인하가 이뤄지기 전에 실물경기의 급속한 악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의 반등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시장이 과열된다면 이후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기상조였다는 분석과 함께 증시 내 차익실현 심리가 자극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기준금리와 증시 고객예탁금, 신용융자를 비교한 위 차트를 통해서도 기준금리 고점에서의 투자심리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단기 고점을 달성한 2012년과 2019년 이후 각 금리인하 국면에서 고객예탁금과 신용융자 추이는 다소의 부침을 반복합니다.
시장은 경기가 소폭 부진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며 연착륙을 꾀하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하를 정당화할 만한 사건이 있을 때에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당면한 국내증시는 기대감에 의해 투자심리가 회복 단계에 진입했으며,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잡았다는 데 의의를 두는 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됩니다. 실질적인 금리인하가 개시된 이후 실적에 기반한 주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FOMO에도 불구하고 내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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