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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증시 이끌어온 리오프닝 기대감, 중국 양회 이후까지 이어질까?

SUMMARY

- 국내증시의 추가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경기회복 시그널이 필요

- 양회에서 경제 전망이 보수적으로 제시됐으며, 과도한 경기 부양보다 내실 다지기에 초점

- 중국 경제 지표는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리오프닝으로 인한 중국 경기 확장 시사

- 매크로 위기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양회 이후 국내증시는 연말까지 개선될 전망

 

© istock

 

3월 시장이 주목한 중국의 양회 양회(两会)는 중국의 헌법상 최고기관에 해당하는 2개의 회의인 전인대와 정협을 지칭합니다. 간체자와 번체자가 달리 보일 수 있으나 양대(兩大)산맥이라는 표현에서 쓰이는 바와 같이 ‘둘’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두 회의는 매년 3월 초부터 중순까지 인민대회당에서 열립니다.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中华人民共和国全国人民代表大会)는 전국 각지에서 간접선거로 뽑힌 각 성과 인민해방군, 재외 중국인 대표들이 1년에 한차례 모여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행사입니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는 조금 다르지만 중국의 국회에 해당한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너무 큰 탓에 자주 모이지는 못하고, 매년 3월 열리는 정례회를 제외하면 군간부와 공산당 지도층으로 구성된 전인대 산하 상무위원회가 연중 업무를 담당합니다.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中国人民政治协商会议)은 정책자문 기구입니다. 중국의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국가정책을 전인대보다 한 단계 앞서 논의하고 전인대에 법안을 건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추천으로 구성되는 정협 전국위원은 절대 다수를 이루는 중국공산당을 포함해 34개 사회 구성 영역의 의견을 반영합니다.

 

 

양회가 중요한 이유 양회는 명실공히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입니다. 이번 양회를 기점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 정권이 시작되었으며 사실상 시주석의 종신 집권이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중국은 2000년대부터 세계의 공장이자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기능했습니다. 해외에서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중국은 양회에서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설정하고 개방 정책을 홍보했습니다.

아시아 또는 신흥국 자본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회복 가능성과 경제성장률 전망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등 원자재 부국의 성장 전망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전후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국내 관광산업 육성 및 내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 수출액은 대미 수출액의 2배 규모에 육박했습니다. 중국 양회를 통해 보는 중국의 경제회복 및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미진하다면 한국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반등이 중국 경기 회복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전제했다는 부분도 부담입니다.

 

 

2023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 5%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국내 증시의 반등,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글로벌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은 중국의 경기회복 시그널이 필요합니다. 양회에서 제시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이후 중국의 경제 데이터를 통해 정책 효과에 따른 수요 회복이 관찰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양회 초기, 발표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위한 부양 정책 강도도 약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자 월초 국내 주식시장은 연초 상승분을 소폭 반납하며 관망세에 접어들기도 했습니다.

3월 5일 개최된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로 설정했습니다. 2022년 목표치인 5.5%보다 소폭 하향된 것으로 다소 보수적인 수치라는 평가입니다. 경제정책과 관련된 전인대의 기조는 지난해 12월 중앙 경제공작회의와 유사했습니다. 다만 과도한 부양은 지양하는 스탠스입니다. 중국 정부 당국은 경기 부양보다는 안정적인 성장과 재정 건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약 3% 정도로 올해 기저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크고, 코로나19 확산 둔화로 경제 재개방이 이뤄지고 있기에 2023년 목표 성장률 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2년 연속 성장률 목표에 미달해 대내외 신뢰도가 하락할까 우려하고 있으며, 차기 총리인 리창 전 상하이 서기의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 내각에 다소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던 리커창 전 총리가 경제전문가로 유명했던 탓에 차기 총리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양회 기간에는 회의가 열리는 베이징의 공기질 관리를 위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곤 했습니다. 봄철 양쯔강 기단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타고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탓에 제대로 된 봄을 즐기기 어려운 우리나라이지만 양회 기간만큼은 매년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다소 빠듯할지 모르는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일까요?

 

*기저효과

: 경제지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그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 호황기의 경제상황을 기준시점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할 경우, 경제지표는 실제 상황보다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반면, 불황기의 경제상황을 기준시점으로 비교하면, 경제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양회가 전하는 메시지 양회에서 나온 기타 중요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목표는 3%로 설정되었습니다. 2022년(2.8%)보다 다소 높지만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3.6%) 또는 2021년(3.2%)보다는 낮습니다. 공격적이고 확장적인 정책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미국 주도의 금리인상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중함을 불러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은 과거 대규모 외자 유출로 깜짝 놀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2013년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테이퍼링에 이어 2015년 연말부터 금리인상이 시작되자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었습니다. 2016년, 자금 유출 공백을 메꾸기 위해 은행을 거치지 않는 대출인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 중개)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이에 금융 부실에 의한 신흥국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며 외국인 자금이 중국에서 대규모로 이탈했고 금융 불안정을 야기했습니다. 미국과의 국채금리 차가 큰 폭으로 벌어져 있는 지금, 과거의 기억이 중국 정부로 하여금 확장보다는 내실에 집중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번째로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국방 예산이 크게 증액되었습니다. 올해 중국의 국방예산은 2022년 대비 7.2% 늘어난 1조 5,537억 위안입니다. 중국의 국방비는 2020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지난 가을 대만을 공격하려 했다는 러시아 정보부 관련 보도나, 2025년 중국과의 대만해협 전쟁을 대비하라는 미국 국방부 관계 인사의 발언은 중국의 국방력 팽창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지방정부 특별채 발행 한도를 작년 3.65조 위안에서 3.8조 위안으로 증액하고 도시 신규 고용 목표를 1,200만 명으로 제시했습니다. 경기 부양의 의지 측면에서 보자면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 지방정부의 경우 특별채 한도를 이월해 추가적인 채권 발행이 가능한 만큼 위기 대응 능력과 인프라 투자 여력이 예년과 비교했을 때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 신규 고용의 경우 예년 1,100만 명 이상에서 역대 가장 높은 1,200만 명이라는 목표치까지 올라왔습니다. 고용 확대와 정부 투자로부터 시작해 소비 회복을 경유, 민간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의한 경제성장, 고용 창출, 소비시장 확장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관찰됩니다. ‘부동산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하고 중대 리스크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언급해 부동산 경기 안정 및 규제 완화 가능성을 암시했습니다.

 

중국 경제지표 점검 중국 양회는 13일로 종료되었습니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 경기전망에 대한 실망과 미국발 금융주 부실 우려에 국내 증시는 월초 조정 국면을 통과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은행 건전성 관련 우려가 잦아들 때, 안정적인 원달러 환율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 수급 유입이 가능할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지표를 제대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향성은 제시되었으니 숫자가 따라주는지 점검할 때입니다.

 

 

8일 발표된 중국의 2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1.0% 상승해 예상치인 1.9%를 하회했고 PPI 또한 컨센서스(-1.3%)를 하회하는 -1.4%를 기록했습니다. 신규대출과 2월 PMI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중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는 완화되고 심리 또한 개선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15일에는 중국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데이터가 1~2월 합산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1~2월) 대비 +2.4%로 예상치(+2.6%)를 하회했으나 소매판매는 YoY +3.5%로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고정자산투자는 예상치인 4.4%를 상회하는 5.5%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투자 확대와 내수경기 회복 시그널이 포착되며 경제 재개방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가 중국 경기 확장에 미치고 있다는 기대 심리가 생기고 있습니다.

 

양회 이후 국내 증시 향방은? 비록 양회에서의 중국 정책 강도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하나, 주요국을 대상으로 볼 때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함께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가는 국가입니다. 글로벌 리오프닝 기조는 상수로 취급하고 중국에 기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올 연말 국내증시는 현 수준 대비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은 서구권 소형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도달한 결론과 같이 금융 관련 취약점 노출은 향후 연준의 강경 스탠스 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은행의 스트레스 증대에 따른 금융 리스크라는, 다소 간과하던 비용이 부각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형은행의 구조적 문제가 노출되며 대형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은행에 의한 시스템 리스크는 감소하는 수순으로 판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SVB, FR 등 미국 소형은행보다는 다국적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가 시장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3월 22일 FOMC에서 베이비스텝(25bp)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연준이 다소 완화적인 스탠스로 전환하는 모습만 확인시켜준다면 연말 금리동결 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의 조정 국면에는 대기업의 신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업이, 통화정책 완화 국면에서는 신성장 동력을 보유하고 금융 비용에 민감한 성장 업종이 시장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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