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약세장에서 레버리지를 외치다
SUMMARY
- 주식시장 레버리지 지표를 통해 주식투자 선호와 시장 과열 여부 판단 가능
- 21년 이후 감소세였던 신용융자와 미수금 잔고가 가파르게 증가 중
- 레버리지 투자자는 KOSDAQ 시장을 선호하며 약세장에서도 감소폭이 낮은 편
- 연내 주요국 통화정책 피봇 가능성 제한적, 레버리지 위험성 견지하고 보수적인 트레이딩 전략 취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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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증가하는 신용공여, 괜찮을까 최근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에게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 일명 ‘빚투’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증권사가 판매 중인 관련 상품에 대해 관리 감독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투자 사기에 이용되어 대규모의 반대매매를 불러왔던 CFD 상품을 비롯해 최근 증시 상승과 더불어 증가한 신용융자, 담보융자 및 미수금 잔고 등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증권사에서는 수익창출 및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에게 신용공여를 제공합니다. 여기에는 신용융자, 예탁증권담보융자, 미수금 등이 포함됩니다. 개인의 신용을 활용하는 것은 신용융자, 가진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은 예탁증권담보융자라고 합니다. 미수금은 증권사 내부 기준에 따라 리스크가 높지 않다고 판단해 증거금 비율을 40%로 지정한 종목에 대해 적은 증거금만 납입하고 결제일 이전에 부족분을 채우거나 매도하는 경우 사용하게 됩니다.
레버리지 규모 변화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선호를 감지할 수 있으며 증시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도 사용됩니다. 아래 차트를 통해 봤을 때 지난 2021년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었던 신용융자와 미수금 잔고가 근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4월 중순에 20조 원 규모(2022년 연초 수준)를 기록한 신용융자는 18조 원대로 소폭 감소했으나 연초(15조 원)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미수금 잔고는 2021년 연말에 준하는 5천억 원 규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움직이던 예탁증권담보융자 또한 연초 18조 원에서 21조 원까지 계단식으로 상승한 모습입니다.
신용공여 증가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이틀 뒤 변제를 전제로 하는 미수금의 급증은 단기적이나마 수익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 FOMO(Fear of missing out)를 반영합니다.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없이 무리한 레버리지를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주식시장은 안정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기저 심리와 상황이 이러한 판단을 내리게 만드는 걸까요?
잘만 활용한다면 문제없지만... 레버리지 투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입니다. 반면 무리한 레버리지 사용은 큰 손실 위험 또한 동반합니다. 이틀 동안 2.5배의 레버리지를 누릴 수 있는 미수금 투자를 예로 들어볼까요? 보통 증권사는 증거금 구분을 40%와 100%로 나눠 놓습니다. 증거금 40%로 설정된 종목은 40만 원으로 100만 원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으며 증거금 100%로 설정된 종목은 100만 원이 있어야만 100만 원어치의 주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0만 원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A씨는 매수 당일 또는 이틀 내의 급등을 예상하고 증거금 40%를 적용받는 (가) 종목을 미수금을 사용해 매수합니다. 2.5배의 레버리지를 활용하게 되므로 100만 원으로 250만 원어치의 주식을 산 것입니다. 그러나 (가) 종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틀간 -20%를 기록한 (가) 종목을 손절한 A씨는 남아있는 잔고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250만 원의 20%인 50만 원 손실을 입은 A씨의 잔고가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50%의 감소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수십 배의 투자 수익을 얻었다는 영웅담만큼이나 무리한 사용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큰 손해를 입고 평생 주식투자를 꺼리게 되었다는 실패담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비단 미수금 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차입을 이용해서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그 손실은 예상한 것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시장 조정이나 눈치채지 못한 사이 다가온 경기 침체 등은 주식을 다 매도하더라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본인의 유동 자금과 주기적인 현금 흐름을 감안해 레버리지 전략을 세워야 하며 가능한 보수적인 투자·트레이딩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합니다.
레버리지와 시장 관계 뜯어보니 앞서 말씀드린 신용융자는 증권사의 신용공여 항목 중 하나이며 투자자의 신용으로 주식투자 자금을 대출받는 레버리지 수단입니다. 신용융자와 주식시장은 몇 가지 흥미로운 관계가 있습니다. 다음 차트는 KOSPI와 KOSDAQ의 신용융자 규모입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KOSPI와 KOSDAQ의 신용융자 규모는 각각 4.1조 원, 2.4조 원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009년 증시 부진 이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신용융자 규모는 지수와 마찬가지로 박스권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KOSPI와 KOSDAQ 모두 최대 6조 원 내외의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KOSPI의 신용융자 규모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KOSDAQ의 약 2배를 넘는 규모였으나 그 이후 KOSDAQ에서의 신용융자가 급증합니다. 이후 약 2천 조 원 규모의 KOSPI와 약 400조 원 규모의 KOSDAQ 각각의 신용융자 규모가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다음은 각 주식시장 지수와 시장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비율을 비교한 차트입니다.
KOSPI에서 신용융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대비 0.5%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달리 KOSDAQ에서는 신용융자 규모가 약 2.5%를 차지합니다. 즉, 레버리지 자금은 KOSDAQ을 KOSPI 대비 더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KOSPI가 KOSDAQ보다 약 5배 크지만 신용융자 규모는 유사한 탓에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비율은 약 1/5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KOSPI의 시가총액이 더 크고 기관투자자 및 외국계 자금의 유출입이 많은 만큼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수급이 KOSDAQ에서 더 효과적으로 시장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최근 KOSPI 부진과 더불어 신용융자·시가총액 비율이 감소한 것과 달리 KOSDAQ에서는 큰 부침을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비율이 유지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KOSPI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주가 부진에 대해 리스크 회피를 위해 빠른 레버리지 축소로 대응한 반면, KOSDAQ 투자자는 지수 시가총액이 감소하는 속도 정도로 다소 둔감하게 레버리지를 축소했다는 의미입니다.
레버리지 자금은 KOSDAQ을 좋아해 둔감한 KOSDAQ 레버리지 투자자는 상반기 KOSDAQ 대형주의 아웃퍼폼으로 그 기다림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에 보시는 차트는 연초 대비 수익률을 KOSPI와 KOSDAQ 지수 내 시가총액 규모를 기준으로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로 분류했습니다.
올 연초를 기준으로 계산한 각 지수별 YTD(Year to Date, 연초부터 지금까지) 수익률은 오른쪽 막대 차트에서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왼쪽 차트의 범례에는 수익률이 높았던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제시를 하였습니다.
사이즈에 따라 수익률을 재차 분석해 보자면 KOSPI(11.81%, 6.54%, 13.79%) 대비 KOSDAQ의 수익률(31.62%, 14.42%, 15.55%)이 높았습니다. KOSPI에서는 중·대형주(11.81%, 6.54%) 대비 소형주(13.79%) 수익률이, KOSDAQ에서는 대형주(31.62%)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습니다. KOSDAQ 대형주 분류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바이오, 2차전지, 게임 등의 업종이 포진해 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최근 KOSDAQ 10대 종목에 신규 진입한 주요 2차전지 종목들이 선전하며 큰 수익을 거뒀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과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KOSDAQ 레버리지 투자자가 올 상반기 거둔 큰 성과는 코로나 팬데믹 직후 나타났던 동학개미운동과 그 결을 같이 하는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연내 피벗 가능성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비추어볼 때 작금의 레버리지 확대는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얼마 되지 않는 기회를 잡고자 하는 합리적인 행동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추세 또는 평균으로 회귀하는 주식시장의 특성(mean-reverting)과 미국의 금리 인하를 촉발할 악재(검은백조 또는 회색코뿔소) 가능성에 미루어 하반기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합니다.
국내 주식시장(KOSPI+KOSDAQ) 일일 순매수 데이터의 단순 누적 산술 금액을 본다면 2020년을 계기로 개인투자자와 연기금&외국인의 투자 방향성은 큰 차이점을 나타냅니다. 아직까지 연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대해 괄목할 만한 수급 유입 경향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증시 변동성은 당분간 제한적인 수준을 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연초 ‘2023년 개인투자자에게 드리는 제언’을 통해 길게는 수년까지 국내 증시는 2012년~2016년 수준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관점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는 경기선으로 불리는 KOSPI 120일 이동평균선에 대한 이격도 표준편차 1 내외의 범위에서 KOSPI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인프라 등 재정정책 방향성에 따라 업종별 등락이 크게 나타날 수 있겠으나, 연기금 및 외국인이 국내 증시 투자를 크게 확대할 만한 거시경제적 관점에서의 매력도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입니다. 현재 KOSPI는 +1SD 접근 후 소폭 하락한 수준이며 점증되는 미·중 패권 다툼의 강도와 국내 주요 산업이 글로벌 블록화 흐름에서 마주한 중차대한 도전을 감안할 때 레벨업이 쉽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위 차트에서 노란 구획으로 표시된 부분은 과거 국내 기준금리 고점 구간에서의 주식시장 고객 예탁금과 신용융자 규모를 나타냅니다. 예탁금은 다소의 등락을 보이는 반면 신용융자는 완만한 움직임을 보이네요. 최근 나타나는 신용융자 확대 흐름을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레버리지 확대 추세의 기저에는 일부 시장참여자들이 이야기하는 미국의 연내 통화정책 피봇 가능성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과거 위기로부터 학습한 투자자들이 증가한 탓에 유동성 증가에 따른 성장주 프리미엄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모습도 관찰됩니다.
그러나 글로벌 블록화가 야기하는 인플레이션 장기화라는 부작용 속에서 미국과 한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것은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가격이 신속하게 조정될 수 있는 악재를 내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적정 규모의 레버리지와 보수적인 투자 및 트레이딩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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