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유 #51 따끈따끈한 2023년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증권사 9곳의 리포트로 알아보는 2023년 3가지 투자 전략
10월 말부터 증권사는 내년도 연간 전망 리포트를 발간한다. 내년도 증시 전망과 함께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시장을 주도할 만한 산업이나 관심을 가져볼 만한 기업을 소개하는 리포트이므로 읽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올해 증시가 역대급으로 좋지 않았지만, 최악의 위기에서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오늘은 9 개의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에서 발간한 2023 증시 전망 리포트의 핵심을 요약하고 내년에는 마음이 따뜻한 연말을 맞이할 수 있는 3가지 투자 전략을 구상해보았다.
|1. 상반기는 멈췄다가 하반기에 움직여라.
대부분의 증권사가 2023년 코스피 밴드를 2000-2600 으로 설정했다. 이는 현재를 기준으로 15%의 하방 리스크가 존재하고 10%의 상방 모멘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리포트를 자세히 읽어보면 '상저하고'라는 용어가 반복된다. 즉, 2023년 상반기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요소가 많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이 호재에 반응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쇼크를 지나 전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기 직전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코스피를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은 재고가 계속 쌓이면서 실적 전망치가 끝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고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도 수출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물가는 정점을 지났고, 금리도 올라가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고, 환율까지 원화 강세로 돌아설 조짐이 보인다. 올해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경제의 수요와 공급을 마비시킨 핵심 요인이었다면 내년에는 중국의 봉쇄 완화와 러시아의 전쟁 중단이 경제를 회복시킬 핵심 변수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간의 시장과 달라진 점은 제로금리에 대한 기대감이다. 탈세계화의 속도 증가, 빅테크의 혁신 저하 때문에 물가와 금리가 일정 수준에서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는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이 해소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경기가 되살아나는 하반기부터 주식을 사면 될까? 개인적으로는 지금이나 내년 상반기부터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시장 전체적으로는 업사이드가 크지 않고 산업이나 기업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바로 뒤에 소개할 가치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위기만 지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데 시장이 안 좋아서 억울하게 주가가 빠진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 물론 추가 하락이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종목들이 넘쳐난다. 이 중에서 망하지 않을 기업만 잘 골라서 기간을 여유롭게 잡고 투자하면 100% 성공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2. 성장주를 줄이고 가치주를 늘려라.
증권사 9곳 중에서 성장주의 전망을 좋게 보는 곳은 거의 없었다. 한때 BBIG라는 테마까지 만들어내면서 주가도 뜨거웠던 인터넷과 게임 산업은 금리에 가장 취약하다.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과 게임 기업은 제로금리 환경에서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덩치를 키웠고, 서비스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도 꿈을 미리 팔아서 이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화폐의 가치가 귀해지자 투자자들은 꿈 대신 돈을 보기 시작했다.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매출액)에서 기업이 돈을 얼마나 남기는지(영업이익)로 판단기준이 변화한 것이다. 미래가치보다 현재가치를 중시하는 시장 분위기에서 10년 동안 소외된 가치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매출이 급성장하는 주식을 성장주라고 한다면 유무형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가치주라고 할 수 있다. 돈을 까먹지 않고 벌어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배당을 통해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기업은 경기가 안 좋아도 버텨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지금은 금융 장세가 끝나고 실적 장세가 시작됐기 때문에 방어만 성공해도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도 한동안 업데이트를 하지 않던 유통, 식품 같은 산업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가는 숫자 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증권사의 컨센서스 상향 조정에 더해 실적 개선까지 이루어진다면 내년에는 오랜만에 가치주가 증시를 주도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가치주를 사더라도 건강한 가치주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건강하다는 것은 이익체력과 현금흐름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도 사람처럼 높은 성장성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으며 때로는 성장이 꺾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기업의 근육(이익)은 손실이 터지면 안 되고 기업의 혈액(현금)은 순환이 멈추면 안 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위기 속에서도 본업을 유지하면서 신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쉽게 말해 압도적인 업계 1위 기업을 위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 다만 업계 2위 기업이라도 1위와의 밸류에이션 괴리율이 심하게 벌어지고 업황 전체가 턴어라운드할 분위기라면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
|3. 미국에서 빼내서 중국으로 옮겨라.
증권사 9곳 중 일부는 미국 시장보다 중국 시장이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년 동안 S&P는 몇 차례 위기에도 장기 우상향했고, 나스닥은 MAGA와 FANG의 등장으로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반대로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플랫폼 규제와 완커, 헝다 등 부동산 파산 위기가 상해지수와 홍콩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미인대회라는 말도 있듯이 시장의 관심은 돌고 돈다. 중국은 올해까지 빅테크 규제와 제로코로나 정책 때문에 경기가 위축됐지만 내년부터 분위기가 180도 달라질 것이다. 자금이 미국과 선진국에서 중국과 신흥국으로 넘어올 때 흐름을 잘 타면 국내에서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주식에서도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최근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5대 핵심과제로 적극적 내수 확대, 현대 산업시스템 구축, 국영 및 민영 경제 공동발전, 외자유치 및 대외개방, 경제금융 리스크 방지를 제시했다. 5가지 모두 중국과 신흥국 증시에 호재라고 볼 수 있다. 민간 소비와 정부 투자가 늘어나고 해외 자본까지 유입되면 그동안 미국에서 경험했던 유동성 장세가 중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싶어하는 시진핑 3기 정부도 비합리적인 시장 개입을 지양할 것이므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신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아직 증권사에서도 긴가민가하고 있지만 내년 3월 양회를 기점으로 중국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 투자의 리스크는 무엇일까? 내년 중국 증시가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는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거나 최소한 연착륙은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만약 미국 경기가 무너지면 장기적으로는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국으로 들어갔던 자금이 다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고용과 소비 지표가 여전히 튼튼한 반면 중국 경제는 정치와 직결되어 불확실성이 높다. 하지만 시진핑은 3연임 확정 이후 외교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방역 정책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수많은 투자자의 뒤통수를 쳤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증권사 9곳의 리포트를 읽고 나만의 2023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봤다. 먼저 늦어도 2024년에는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선다는 관점에서 삼성전자를 6만 원 이하에서 매수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화학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롯데케미칼을 18만 원 이하에서 매수할 것이다. 또한 불황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면서도 신사업 모멘텀이 기대되는 GS리테일과 CJ제일제당을 각각 3만 원, 40만 원 이하에서 매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설 경기 불황에도 여의도 재개발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자산신탁을 5천 원 이하에서 매수할 것이다. 나의 2023년 투자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턴어라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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